[정병욱] ‘윤석철’이라는 이름이 《음악취향Y》 싱글아웃에 이제야 처음 등장하는 것은 그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 뿐 그가 웹진의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도, 웹진이 게을렀기 때문도 아니다. 음악과 상관없어 보이는 이 느닷없는 변명은, 젊고 다재다능한데 부지런하기까지 한 해당 뮤지션에 대한 상찬의 서두를 위함이다. 본 싱글이 굳이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읊지 않아도 될 독립적인 역사와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나의 공간, 그러나 그 안에서 분할된 각기 여러 다른 공간에서 전시된 음악들을 하나의 앨범으로 구성한다는 것. 게다가 시각과 부대해 그 의미와 기능을 갖추었던 음악을 청각만을 떼어 공개한다는 것이 바로 「A Very Merry Unbirthday」가 속한 앨범의 특수성이다. 그러다보니 애당초 해당 전시 《Alice : Into The Rabibit Hole》(2018)에 대한 이해와 감상 없이는 음악에 대한 온전한 평이나 인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감안해야 할지, 아니면 이 앨범만의 개별적인 가치를 인정해야 할지 고민할 법도 하다. 허나 속물스럽게도 이와 같은 고민을 모두 무위로 돌리는 것은 관점이 아니라 결과인 듯하다. 하나의 전시회 가운데 단일한 작품 또는 독립된 주제의 일부 공간을 감상하고 체험할 때도, 하나의 앨범 속에 단독의 싱글 또는 특정한 순간으로 감상으로 받아들일 때도 (관점과 상관없이) 그것이 충분히 좋거나 몰입의 순간을 주기만 한다면 그 이전의 맥락은 필요조건의 하나가 될 따름이다. 바꿔 말하면 이 노래는 전시회 《Alice : Into The Rabibit Hole》는 물론,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 Glass)》(1871)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951)에 수록된 동명의 삽입곡 「A Very Merry Unbirthday」 등과는 전혀 개별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싱글이라는 뜻이다. 전술했듯이 윤석철의 이름과 그 이름을 대표하는 재즈 장르의 속성과도 무관하다. 단지 1년 365일 중 자신의 생일 하루를 뺀 나머지 364일을 일컫는 단어 ‘Unbirthday’에 대한 공통적 이해만으로도, 일상을 즐기고 축복하는 본 트랙의 정서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농염한 재즈피아노의 인트로, 그와 무관하게 이어지는 경음악 어조의 반주와 마찬가지로 맥락 없이 교차되는 교습식 스케일, 러닝타임 중후반부 진행을 책임지는 레트로 신스팝 무드와 난데없이 끼어드는 칩튠 소스. 서로 연관이 전혀 없게 들리는 다양한 기호를 상위의 단일체로 묶거나 결합하는 것이 아닌, 개별체를 고스란히 활용하고 단순히 나열하면서도, 최종 텍스트를 예측할 수 없게 하는 갖가지 다름이 경쾌한 상상력과 재미를 전달하는 것이 본 싱글의 매력인 것이다. 대단한 역사나 그럴 듯한 의미 부여가 없어 미처 기억하지 못함에도 우리 생을 채우고 있는 무수히 많은 ‘평범하고 즐거운’ 날들. 바로 그 ‘Unbirtday’에 대한 꽤 그럴 듯한 비유다. ★★★☆

[차유정] 무엇인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던 하루의 끝에 서서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도입부가 심장을 울려온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 위한 설정을 품은 맑고 깨끗한 소리의 단면을 지나면, 흐리멍텅할 지라도 약간 긴장된 나를 보여주고 말겠다는 리듬감의 세계가 펼쳐진다. 전체적으로 은유법을 사용한 코미디에 가깝게 들리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그루브함에는 입이 쩍 벌어지게 된다. 예측불허라는 말을 구태의연하게 만드는 서늘한 날카로움이 스며있다. 그래서 낯설더라도 꼭 끝가지 들으실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