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재즈의 문법을 정의하는 악기들이 전자악기로 바뀌는 중이다. 그 변화만큼 곽윤찬의 신보는 변했다. 오프닝의 신시사이저 사운드부터 좌와 우를 넘나드는 일렉트로닉의 향연이 펼쳐진다. 백사운드의 그루비함을 듣는다면 전작 『La』(2016)에서 들려준 깊숙한 정서의 피아노 연주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이다. 신시사이저와 피아노로 바뀌어 가며 전개되는 「Jasper J」는 비트부터 미디 프로그래밍, 연주와 작곡까지 모두 곽윤찬 홀로 해냈다. 하지만 형식의 변화 속에서도 연주자는 그대로 남아 특유의 멜로디와 감성을 연속성있게 재현한다. 큰 변화에도 말초를 자극하는 세련되고 깔끔한 변주에서 흐름이 분명히 느껴진다는 것은 곽윤찬이 추구하는 음악의 본질이 여전하다는것을 증명한다. ★★★★

[차유정] GRP그룹과 Spyro Gyra가 지닌 매끈하고 섬세한 이음새를 기본으로 깔고 건반 연주에 보다 힘을 싣는 방향으로 곡을 진행한다. 깨끗함과 정갈함 안에 다듬어지지 않은 일탈의 한 조각을 찾기 위해 건반이라는 도구를 쓰는 듯한 모양새인데, 이 부분이 균열적으로 들리기도 하면서 무색의 몽환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다만 즉흥연주를 통해 하이 텐션으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욕망이 군데군데 드러나는 면도 없지 않다. 깔끔함을 약간 뒤로 미루고 좀더 야성적인 연주의 세계로 빠져들었다면 보다 확실한 색깔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