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82-4] 오재환×람 「오랜 시간 동안」

오재환×람 『새 민중음악 선곡집 : 쫓겨나는 사람들』
95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01
Volume 3
레이블 포크라노스
공식사이트 [Click]

[박병운] 미니멀하게 들리는 일렉트로니카이기에 가사와 메시지는 실로 선명하다. 네 개의 손가락이 부분 절단될 정도로 당치도 않은 엄혹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화자의 토로는 실로 담담하다. 자본의 전횡과 풍경에 대한 외면, 탐욕의 추진력에 대해 지나치게 혹독한 대가를 치른 뒤 깨달은 자의 담담함. 이로 인해 화자가 뱉는 진실과 가르침은 가혹하다. 화려하지 않은 테크닉과 수려한 장비 없이, 사 분의 사 박자 시대를 90년대에 이미 통과해 온 민중음악의 경지 중 하나이다. 될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들려야 할 마른 목소리. ★★★☆

 

[손혜민] 처음 이 곡을 막 재생했을 때 뭔가 얼떨떨했다. 하지만 곧 알록달록한 색채가 차분히 펼쳐지며 빙글빙글 도는, 그런 아리송한 공간에 들어서는 기분이 들었다. 간단하지만 거품이 퐁퐁 터지는 듯한 멜로디위에 나레이션 같이 깔리는 오재환의 노래, 거기다 차분하게 얹어지는 람의 목소리까지. 누가 들어도 흔히들 알려진 ‘민중음악’이라기보단 전자음악에 가까운, 독특함이 느껴진다. 이런 묘하게 몽환적인 느낌과 달리 궁중족발에 대한 가사는 현실적이고 먹먹하다. 서로 상반된 가사와 곡이 어울리지 않는 듯 잘 어우러지고 있다. ★★★★

 

[정병욱] 음악의 장르나 스타일을 결정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는 만큼 사회적 맥락, 민족 및 계급의 정체성, 가사 등이 그것에 긴밀하게 영향을 미치는 장르 또한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적지 않아 왔다. 그중 작금의 우리에게 익숙한 포크나 민중음악 역시 결코 유별나지 않은 마땅한 도구 중 하나이다. 때로 예술 메시지의 현실정치 참여를 거북해 하는 시각도 있다. 허나 작품의 근원은 비단 그 작품에만 있는 것이 아닌 작품과 창작자의 존재 모두가 서로의 근원이다. 그리고 창작자의 존재는 인간의 복수성 곧 서로 존재하는 정치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노래들은 의미를 지닌다. 성주 소성리 주민들의 사연을 나누고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 내놓은 『새 민중음악 선곡집』(2017), 『새 민중음악 선곡집 : 연대의 노래』(2017) 이후 또 다른 사연을 전하는 본 『새 민중음악 선곡집 : 쫓겨나는 사람들』은 최근 무리한 강제집행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서촌의 가게 "궁중족발"을 위해 노래한다. 다만 본 싱글의 가치는 노래 이상으로 각인하고 싶었을 메시지 너머의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의해 더 좋은 점들을 전달하고 있다. 오재환이 「투쟁하는 마음」(2017)에서도 살짝 들려주었던 신시사이저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확장되어 한 음 한 음 짚어낼 때나, 전자음이 배경의 공간감을 완전히 장악할 때 청자는 차분하면서도 흥미롭게 보컬과 가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찰기 있는 오재환과 보송보송한 람의 톤, 반대로 심드렁하게 들리는 오재환의 감성과 희망을 머금은 람의 정서 사이에 피어 오르는 조화가 좋다. 무엇보다 억지로 번안된 뮤지컬 넘버의 가사처럼 채 붙지 않는 개념 언어나 이슈 관련 단어들을 줄줄이 읊기보다, 일상의 언어로 가만히 화자의 입장을 비유하는 사려 깊은 가사가 더욱 설득력을 높인다. 시의적인 이슈에 한정된 투박한 민중음악이라는 분별보다 보편의 메시지와 세련된 전자음악 외피로 포장한 좋은 네오포크로서 언제 들어도 괜찮을 균형감을 갖추었다. ★★★☆

 

[차유정] 건조하고 단조롭지만 잘 들리는 리듬과 목소리 사이로, 길들여져야 하는 사람과 그것에 보태서 배려까지 짊어져야 하는 사람의 소리없는 고통을 자연스럽게 털어놓는다. 발언의 색깔보다 지금 상황의 경과에 대해 나직히 직시하는 쪽이 문제를 좀더 정확히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목소리와 음을 활용한다. 투쟁의 시점에서 보기엔 세련된 건조함이 밋밋해 보이기는 해도, 외려 그래서 임팩트가 있는 싱글.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오랜 시간 동안
    오재환
    오재환
    오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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