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가장 흥미로워지는 순간은 그의 랩핑이 멜로디로 바뀌는 그 순간에 있다. 그의 속도감에서는 예상치 못한 형국이고, 따라서 아름다운 쉼표다. 그곳에서 등장하는 여백 또한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 점은 영제이의 랩이 지니고 있는 속도감이 감정과 메시지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물론 영제이의 스타일은 의심할 바 없이 독특하지만, 독특함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스트로크를 거는 데 시간이 걸린다. 속도감을 주는 비트가 속도감을 주는 랩을 만나 제대로 미끄러진다. ★★★

[손혜민] 19살의 어린 나이에 믹스테잎으로 이름을 알린 루키였던 래퍼 영제이가 벌써 26살이 되었다. 피쳐링 없이 혼자 데뷔 앨범을 완성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 앨범은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 했다. 그 중 「삼켜」는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나는 어줍잖은 래퍼들보다 잘났고, 잘 모르면서 힙합 어쩌고 하지마. 내 갈 길을 가니 방해하지 말고 꺼져’ 등의 과시적 내용을 담고 있다. 허나, 지나치게 과하지도 너무 자신없는 듯 하지도 않는다. 전작의 「From Paju To Seoul」(2015)에서 느꼈던 '담백한 음악을 하는 래퍼'라는 인상이 이번 곡에서도 여전하다. 매끄럽게 흘러가는 플로우와 세련된 비트가 잘 버무려진 곡이며, 가사를 보지 않아도 귀에 다 들어오게 하는 '가사 전달력'이 참 좋은 래퍼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믹싱. 비트와 영제이의 래핑이 살짝 떠있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목소리가 비트에 조금 묻히는 듯 하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