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공통리뷰 #03] 싸이 『싸집』 : 배설의 브랜드 가치

싸이 『싸집』
52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6.07
Volume 4
장르
레이블 야마존
유통사 서울레코즈

싸이가 획득한 명성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명성이 아니라 한국 공연계의 거의 유일한 흑자 가수 싸이의 명성 말이다. 2006년 현재 싸이는 최고의 티켓파워를 가진 가수다. 2006 독일 월드컵 응원전에서 MBC 주최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오프닝을, KBS 관할의 시청앞 무대에서는 클로징을 장식했던 동분서주에서도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이런 싸이를 두고 간간히 들려오던 논쟁은 어느새 사라져버린 듯하다. ‘싸이가 무슨 힙합이냐 말도 안 된다. 얼굴이 안되니까 쇼에 집중한다. 댄스가수가 무슨 록음악을 한다고 하나?’ 등등. 물론 남루하고 억지스러운 주장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중단되었다는 것은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싸이가 분명한 헤게모니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는 대단히 열정적이고 노력하는 존재로 보인다. 4년 만에 새로운 곡들만 싸가지고 온 『싸집』의 첫 번째 타이틀 곡 「연예인」의 가사를 훑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줄게요/ 연기와 노래 코메디까지 다 해줄게", 팬들에게 전하는 연애편지가 분명한 이 곡에서 지금까지 싸이가 보여주고 있는 일관된 직업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싸집』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은 공연을 염두에 둔 효과, 현장 용어로 ‘기까끼’에 대한 중점이다. 「연예인」에서 1절이 끝나고 간주로 넘어가는 부분 즉, ‘나는 그대의 댄스가수’라는 가사와 한 몸처럼 진행되는 멜로디컬한 브라스 섹션이라던가 독설에 가까운 싸이의 랩을 받아서 디제이디오씨의 이하늘이 멋진 플로우로 대답하는 「Jump」같은 곡은 공연에서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돋우기에 모자람이 없다. 같은 관점에서 「We Are The One」의 거친 록 음악은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록 음악의 관념들을 삭제하고 열광적인 즐거움만 차용함으로써 싸이는 관객을 흥분시키는 댄스가수로서 정확히 포지셔닝하고 있다.

추세처럼 애용되는 방법론이지만 많은 피처링을 포함시킴으로서 부피감을 높이는 것은 이 앨범의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자기 성찰적인 가사가 포함된 「어른」에는 아련한 소울 보컬을 가진 조덕배를 참여시키고, 얼반 재즈 스타일의 「애주가」에 리쌍의 목소리를 선택한 것은 절묘한 캐스팅이었다. 섹시한 환상을 불러일이키는 가사와 은밀한 전자음향, 거기에 아이비의 비음 섞인 목소리가 어울리는 「노크」는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다. 싸이가 도전적인 가사뿐만 아니라 음악적 뉘앙스를 고민하기도 하는 뮤지션이란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 앨범에서 가장 문제적 트랙이라고 할 수 있는 「양아치」와 「싸이코파티」를 듣기 전에  시간을 되돌려 「새」(2001)의 낮선 안무와 함께 등장한 싸이의 데뷔무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싸이는 터부를 깨부수는 양아치로 등장했고, 발가벗겨진 위선과 욕설의 쾌감으로 우리들의 오감을 자극했었다. 누구도 공식적으로 하기 힘든 말들을 과감하게 내지르면서 싸이는 경직된 한국 문화를 조금 더 여유롭게 풀어줄 좋은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양아치임을 당당히 내세우는 뻔뻔한 자신감과 공연 무대의 뜨거운 함성은 잘 짜여진 퍼즐처럼 어울려 싸이는 한국 대중문화의 헤게모니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양아치」와 「싸이코 파티」는 뻔뻔한 자신감의 극단이라고 할만하다. 독설은 더욱 심해졌고 지독한 여성비하의 발언이 서슴없이 뿜어져 나온다. 「싸이코 파티」는 ‘Fuck’과 ‘Gangbang’이 난무하는 질퍽한 트랙이다. 확실히 배설의 쾌감을 선사한다. 확실히 싸이라는 이름은 배설을 주요 기호로 작용하는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주지할 것은 시원한 배설이긴 하지만 더 이상 문화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싸이 스스로 문화적 대안이 되려고 한 적은 없을 것이지만 본인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는 21세기 한국문화의 가장 중요한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고작 5년이 지난 것 뿐인데 이런 까발림은 이제 익숙한 것이 되어 버렸다. 싸이에게는 싸이만이 할 수 있는 말이 더 이상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자신의 브랜드 특색을 더욱 공고히 하거나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일 것인데, 『싸집』을 통해서 싸이는 전자의 방법론을 밟고 있는 듯 하다. 

 

Credit

[Staff]
프로듀싱: 싸이 for Yamazone music
레코딩: 이강민, 이충주, 오성근, 구자훈, 박재현, 이경준, 곽은정
믹싱: 성지훈, 고한종
마스터링: Tom Coyne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Alarm
    -
    -
    -
  • 2
    인스턴트 (feat. 김태우)
    싸이
    싸이, 김준혁, 김태우
    김준혁
  • 3
    연예인
    싸이
    싸이, 유건형
    유건형, 싸이
  • 4
    어른 (feat. 조덕배)
    싸이
    싸이
    싸이
  • 5
    Jump (feat. 이하늘(디제이디오씨))
    싸이, 이하늘
    싸이
    싸이
  • 6
    친구놈들아
    -
    싸이, 유건형
    유건형
  • 7
    아름다운 이별 2 (feat. 이재훈(쿨))
    김창환, 싸이
    김형석, 싸이
    유건형
  • 8
    양아치
    싸이
  • 9
    애주가 (feat. 리쌍)
    싸이, 김준혁
    김준혁, 김종익
    김종익
  • 10
    We Are The One
    싸이
    유건형
    싸이, 유건형
  • 11
    죽은 시인의 사회 (feat. 다이나믹듀오, 드렁큰타이거, 윤미래)
    싸이, 다이나믹듀오, 드렁큰타이거
    개코(다이나믹듀오)
    개코(다이나믹듀오)
  • 12
    노크 (feat. 아이비)
    싸이
    고한종
    고한종
  • 13
    비오니까
  • 14
    싸이코 파티
    싸이
    조피디
    조피디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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