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공통리뷰 #03] 싸이 『싸집』 : 21세기‘형’ 대중가요의 초상

싸이 『싸집』
52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6.07
Volume 4
장르
레이블 야마존
유통사 서울레코드
싸이도 욕 참 많이 먹었다. 2001년 '인디는 여전히 희망이다' 라는 구호가 아직 유효할 때,「Intro」(2001) 에서부터 TV의 생계형 붕어 가수들을 "원숭이"라 씹어제끼며 레코드샵 인디 코너에 자신의 데뷔 앨범을 떡하니 위치시켰건만, 어느새 붕어 가수들의 행태를 똑같이 따라하여 비평 인력들의 안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필자의 기억으론 '생계형도 아닌 것이 생각없이 나댄다' 이런 류의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싸이는 양아치였다. 2집 땐「나쁜년」(2002), 「처녀논쟁」에서 과하게 요즘 아가씨들을 씹어 양아치 포장에 불을 지폈고, 급기야  같은 해 느즈막히 발표한 3집 땐 나이트&노래방 국민송「챔피언」(2002) 을 만들어 "인생 즐기는" 생 양아 이미지에 쐐기를 박았다. 뭐, 당연히 비평 인력들은, 진짜 양아짓은 《비버리힐즈캅》(1984)의 그 유명한 OST인「Axel F」의 테마를 샘플링하여 혹세무민한 것이라며 혀를 찼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를 '양아짓으로 돈 버는 연예인'이라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이미 어떤 표본이 되어버렸다. "싸이가 다른 TV용 연예 가수들과 다른 건 노는 결정권을 자기 스스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기억으론 신해철이 이와 비스무레한 발언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5년 전과는 판이하게, 지금의 싸이는 '생계형도 아닌 것이 노는 거, 이거야말로 생각있는 것이다' 라는 시대정신의 모범이 되어버렸다. 시대정신은 좀 거창한가? 아무튼 최소한 세월이라는 것이, 흘러흘러 당도한 지금 이 시대라는 것이, 쭈~욱 놀았던 싸이를 '결국 넌 난 놈이었구나' 하며 받아들인 것은 분명하다. 쌈마이란 단어를 재미있게 비튼 3집『3싸이』(2002) 때부터 그는 더 이상 '한국형 힙합'이 아니었다. 게스트로 이선희도 끌어들이고, 김완선도 끌어들였던 그는 말 그대로 쌈마이처럼 이분저분 다 모셔다가 이것저것 다 해보는 '인생 즐기는 음악'을 실천해보였다. TV에서, 공연장에서 그는 언제나 자유분방한 모습이었고, 그렇게 계속되는 귀여운 양아짓은 마침내 '싸이에겐 사상적 토대가 없어'라는 결론을, 더 나아가 '싸이에게 사상적 잣대를 들이대는 짓이야말로 양아짓이야!' 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한마디로 싸이는 뭘 해도 이쁨받는, 땀 흘리며 놀 줄 아는 건강한 청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지금 만능이다.「연예인」에서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줄게요/ 연기와 노래/ 코메디까지 다해 줄게' 라며 대중의 귀염둥이를 자처하는 싸이와,「양아치」에서 "이상형을 물어보면 착한 남자면 되지/ 이런 개돼지 같은 닌기미 씨팔갈보같은년들아' 라며 여성을 폄하하는 싸이는, 정확히 똑같은 싸이다. 21세기에 사는 우리들은 누구나 이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인을 향해 지고지순의 사랑을 설파하다가도 수 틀리면 금방 지독한 디스(diss) 모드로 전환하는 싸이를, 아니 우리를 누간 단죄할 수 있단 말인가?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때문에 사상이 사치가 되는 세상에서, 이런 변덕은 무뇌아의 줏대없음이 아니라 서글픈 대중의 몸부림이 된다. 그 옛날 줏대 있던 인간들이 "위하여 위하여 우리의 남은 인생을/ 위하여 들어라 잔을 들어라" 외치는 안치환의「위하여」(2001)를 마지막 지푸라기처럼 붙잡았다면, 요즘의 줏대 없는 젊은 꼰대들은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마시다 보면은 새하얀/ 머릿속 지우개" 라며 대수롭지 않게「애주가」를 씨부린다. 이처럼 대수롭지 않은 삶을 살기에 오히려 아무 것에나 올인하는 것 아니던가. 월드컵이라구? 신명나게 한 판 놀자는데 그까짓 하드코어가 대수인가.「We Are The One」! 얼씨구 좋구나~!

때문에 본 앨범의 컨셉을 묻는 사상적 질문은 애시당초 틀린 것이다. 그러니까 싸이는 개인의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게 아니라, 요즘이 지향하는, '방만한 스펙트럼'이라 부를 만한 21세기형 대중가요를 전시하기 위해 큐레이터를 자처한 것이다. 그는「어른」에서 "세상이 변하듯 내 모습도 변하고 또 앞으로도 변하겠지" 라며 사뭇 반성하는 듯 하다가도「Jump」에선 "즐겁게 뛰고 싶을 때는 그냥 뛰어" 라고 무작정 달리고,「어른」에서 조덕배를 끌어들여 80년대를 추억하는 듯 하다가도「노크」에선 아이비를 끌어들여 말초적 유혹을 생중계하고,「노크」에서 최첨단의 앰비언트 사운드를 수입하는 듯 하다가도「비오니까」에선 구닥다리 록 발라드를 재탕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싸이의『싸집』은 시종일관 '비교체험 극과 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구성은 전혀 산만하지 않다. 대중들은 본 앨범을 '음악적 중구난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희노애락의 결정판'으로 받아들인다.

아마 싸이 자신도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으리라!「내 여자라니까」(2004)의 출중한 작곡가 싸이가 본 앨범에서 100% 혼자 작곡한 곡이 달랑 2곡 뿐이지 않은가!  역시 싸이는...... 놀고 싶었던 게다. 그가 21세기 자체를 책임질 수는 없지만, 그가 21세기 자체를 회피하고 싶은 대중들을 위해 삶의 대리전을 치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하던대로 양아치처럼 놀기만 하면 21세기'의' 대중가요가 아니라 21세기'형' 대중가요가 만들어지니까. 그렇다면 요즘의 비평 인력들은『싸집』의 무대 뒤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며 체면을 세워야 할까? 음...... 일단 필자는 하나 찾았다. 앨범의 실질적인 첫 곡「인스턴트」를 들어보세요. 비트는 분명 The Neptunes인데, 싸이가 여자 꼬시는 노래로 부르니까 상당히 한국적인 오묘한 반주가 만들어졌습니다. 노래가 독특해지니까 지오디 김태우의 보컬도 이번 만큼은 꾀나 그럴싸히게 들리네요. 바로 이런 게 싸이의 음악적 진면목 아니겠습니까, 어흠~.
 

Credit

[Staff]
프로듀싱: 싸이 for Yamazone music
레코딩: 이강민, 이충주, 오성근, 구자훈, 박재현, 이경준, 곽은정
믹싱: 성지훈, 고한종
마스터링: Tom Coyne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Alarm
    -
    -
    -
  • 2
    인스턴트 (feat. 김태우)
    싸이
    싸이, 김준혁, 김태우
    김준혁
  • 3
    연예인
    싸이
    싸이, 유건형
    유건형, 싸이
  • 4
    어른 (feat. 조덕배)
    싸이
    싸이
    싸이
  • 5
    Jump (feat. 이하늘(디제이디오씨))
    싸이, 이하늘
    싸이
    싸이
  • 6
    친구놈들아
    -
    싸이, 유건형
    유건형
  • 7
    아름다운 이별 2 (feat. 이재훈(쿨))
    김창환, 싸이
    김형석, 싸이
    유건형
  • 8
    양아치
    싸이
  • 9
    애주가 (feat. 리쌍)
    싸이, 김준혁
    김준혁, 김종익
    김종익
  • 10
    We Are The One
    싸이
    유건형
    싸이, 유건형
  • 11
    죽은 시인의 사회 (feat. 다이나믹듀오, 드렁큰타이거, 윤미래)
    싸이, 다이나믹듀오, 드렁큰타이거
    개코(다이나믹듀오)
    개코(다이나믹듀오)
  • 12
    노크 (feat. 아이비)
    싸이
    고한종
    고한종
  • 13
    비오니까
  • 14
    싸이코 파티
    싸이
    조피디
    조피디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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