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57-3] 밀릭 「Paradise (feat. 팬시차일드)」

밀릭 (Millic) 『Vida』
1,96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07
Volume 1
레이블 하이그라운드
공식사이트 [Click]

[김정원] 「Paradise」는 비슷한 시기에 지코의 이름으로 발표된 「Fanxy Child」(2017)의 색을 반전시켜놓은 것만 같다. 크루 앤썸으로서 같은 구성을 띄지만, 트렌디함 속에서도 각각 트랩 혹은 퓨처 사운드라는 두 가지 갈래를 잡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곡을 전개해 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밀릭을 비롯해 팬시차일드의 멤버가 더러 포함된 다른 크루인 클럽 에스키모의 음악적 성향을 대략 안다면 충분히 예상이 갈 수도 있다. 이에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92년생의 이 젊은 음악가들이 드러내는 공상적인 사고의 표현이 몽환적인 프로덕션과 그런대로 잘 맞아떨어진다. 「Bermuda Triangle」(2016)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팬시 차일드가 살짝 모자랐던 남은 퍼즐까지 다 맞추며 이제야 보다 골격 있으면서도 신선한 결실을 본 게 아닌가 싶다. ★★★☆

 

[박상준] 소울풀한 재즈 피아노와 그에 어울리는 몇몇 세션이 함께 꾸미는 앞의 트랙들이 밀릭의 쇼타임이라면, 「Paradise」는 꾹꾹 눌러담은 잔재미와 배경으로 가득한 협업의 결과물이다. 퓨처베이스, 드럼앤베이스, 테크노 등등의 온갖 소스를 연상케 하면서도 달끈한 알앤비의 기조가 함께 공존하며 정서를 그대로 이어나간다. 더불어 야망 가득한 텍스트는 지코와 딘, 크러쉬와 페노메코의 그간 작업물을 갈무리하는 듯 근사한 편이다. 이런 종류의 메시지가 붕 뜬 허황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게 아티스트 입장에선 크나큰 축복이다. 지코와 페노메코의 라인도 좋지만 딘과 크러쉬가 번갈아 터뜨리는 훅은 「Bermuda Triangle」과 견주어도 꿇리지 않는다. 날 섰다기엔 유들유들한 비트에 꾸준히 곡의 긴장을 유지하는 신스와 몇 가지 조율은 전적으로 프로듀서 밀릭의 역량이겠다. 지코에게 일임한 도입부의 질주와 아홉곡을 연결하는 밀릭의 사운드적 특질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파볼만한 매력적인 트랙이다. 클럽 에스키모와 팬시차일드라는 집단의 의의는 짐작해볼 수 있는 스타일과 장르를, 과하지 않게 로컬라이징하며 자신들의 서사와 함께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 흐름의 그럴 듯한 연장선의 하이라이트격인 트랙. ★★★☆

 

[정병욱] 보다 거대해지고 산업화되었다고는 하지만 힙합문화는 여전히 소속사 개념을 초월한 크루문화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역사적인 맥락이나 환경을 떠나, 힙합이라는 게 유독 협업이나 피쳐링이 잦을 수밖에 없는 장르이기에 같은 크루나 출신 간 왕래와 팀플레이는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패거리 중 팬시차일드는 현 시점 가장 잘 나가는 집단이다. 트렌디한 스타일과 실력을 두루 갖춰 왕성한 활동과 뜨거운 명성을 쌓아가던 이들이 하나의 소속감을 뭉쳤으니 그들 자신에게나, 받아들이는 대중에게나 시너지가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잔뜩 기대를 모으던 이 젊은 콤비네이션이 실제로 뭉치면 어떤 결과를 들려줄지는 앞선 「Bermuda Triangle」(2016)이나 바로 이어서 나온 지코의 「Fanxy Child」(2017)에서 이미 맛보기로 증명된 바 있고, 이 노래에서 확신에 방점이 찍혔다. 굳이 신선한 사운드에 천착하지 않아도 환상적인 무드와 집중력 있는 공간감으로 귀를 확 사로잡는 밀릭의 비트는, 폼 좋은 퍼포머들을 위한 확실한 판이 된다. 기꺼운 사실은, 밀릭이 만든 이 ‘파라다이스’ 속에 차례대로 이어지는 지코, 크러쉬, 딘, 페노메코의 네 벌스가 온전한 혼연일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파라다이스'라는 주제를 현실과 맞닿은 것으로 파악한 개성 있는 관점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 있게 이어지고, 타이트한 랩과 강렬한 스핏이 평상시 매력인 지코와 페노메코의 파트는 그 힘이 적절히 조절돼 여느 때보다도 훨씬 부드러운 맛으로 비트와 유려하게 어울린다. 거꾸로 크러쉬와 딘의 훅을 보조하는 비트의 변주는 이들의 이름만치 공상적인 서사에 입체적인 매력을 더한다. 한편으로 더욱 대단한 것은 이 트랙의 장점이 단지 좋은 합을 지닌 크루의 호흡 덕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 트랙 이후 이어지는 「문」에서 ‘장필순’이라는 기라성 같은 선배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밀릭의 노련함을 마주하고 나면, 이제 고작 첫 정규앨범을 소화해내는 그가 자신의 세계를 얼마나 완벽히 통제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8
    Paradise (feat. 팬시차일드)
    지코, 크러쉬, 딘, 페노메코
    밀릭, 지코, 크러쉬, 딘, 페노메코
    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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