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소울을 한다는 것, 음악을 한다는 것

박정은 『Letter From My Heart』
239 /
음악 정보
장르 알앤비
이 앨범을 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진 건 순전히 분위기 있게 나온 저 자켓때문이었지만 이 음반의 주인공이 작년에 인상적인 앨범을 내놓은 소울사이어티(Soulciety)의 '그 박정은'임을 알고서는 미소가 나오더군요. 그 소울풀한 목소리를 뽐내던 아가씨와 저 다소곳한 자태의 사진은 어쩐히 매치가 되진 않는 일이었거든요. (설마했는데,역시 박정은이 아니군요) 소울사이어티의 박정은이 솔로 앨범을 준비중이라는 이야기는 여러 매체를 통해 흘깃흘깃 듣고 있던 터였습니다. 한 여름의 찌는듯한, 살인적인 무더위를 잠시 피해 선풍기의 바람에 몸을 의지한채 오랜만에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그녀의 데뷔 앨범인 『Letter from my heart』를 들어보았습니다.

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음악들. 무언가 쪼개고 나누고 조목조목 읽어내리고 싶지 않은 감성이 풍부한 음악들이 씨디를 가득 메우고 있네요. 신인가수 박정은이라는 세글자의 이름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짝 흔적지우기에는 더없이 무난한 선택과 어프로치가 느껴집니다. 그룹출신의 여가수가 솔로로 데뷔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절대규칙이 하나 있죠. '결코 어려워서는 안된다'입니다. 어찌보면 이같은 불문율은 뭔가 '색다른'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그들이 채 성숙한 음악성을 펼치지도 못하고 아쉽게 대중들로부터 멀어질지 모르는 부담감을 생각하면 강요할 수 없는 초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박정은은 새 앨범을 통해 "예상된", 그리고 "인상적인"데뷔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대중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친숙한, 그리고 음악적인 면에서는 그녀의 목소리를 일정부분 잘 살려낸 음악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 전체적인 인상입니다.

소울사이어티 시절의 명곡인 「U Just」가 앨범을 엽니다. 소울가수 박정은을 소개하기에 그 어떤 신곡보다도 인상적일 수 밖에 없는 곡입니다. 이미 국내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곡이 되어버렸죠. 소울사이어티 시절의 로(raw)한 블루지 대신 끈적한 소울의 느낌을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솔로가수 박정은의 새 앨범이 가지는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편곡은 조밀해졌고, 훅을 최대한 강조할 수 있는 다이내믹함이 믹싱시에 최대한 반영되었습니다. (물론 녹음상태도 소울사이어티 시절보다 훨씬 좋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지향은 이어지는 이 앨범의 첫 싱글이자 대표곡인 「된장찌게를 좋아해」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센스있는(그렇지만 클리쉐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노랫말, (아무리 그래도 된장찌게라니,,'된장녀'신드롬과 더불어 다소 찜찜한 초이스일지) 그리고 정직하지만 호소력짙은 멜로디가 박정은의 쇳소리나는 고음에 어울려 묘한 쾌감을 전해주네요.

이미 영화에 삽입되어 주목받은 포멘(4Men)과의 듀엣곡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을 비롯, 「그래도 사랑은」,「바보」,「Last Call」모두 '달콤하고 편안하다'라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이 더 어울릴 여지가 없는 소프트한 넘버들입니다. 곡들마다의 미묘한 차이점이 있긴 합니다만 다소 변별점이 약한 느낌이 드는 곡들의 집합체라고 하면 지나친 평가일까요. 그래도 「영원히 둘이서」와 같은 말랑말랑한 느낌보다는 「Last Call」과 같이 조금은 전형적이지만 3박자 알앤비 비트로 떨어지는 곡에서의 느낌이 조금더 그녀답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예쁘고 궁상맞은 발라드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니까요. 물론 음악들이 쉽거나 대중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무슨 큰 문제나 되는양 호들갑 떨고 싶지는 않네요. 박정은이라는 가수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첫 발걸음이니만큼 여지를 두고 평가를 내려도 모자라지는 않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소 여유가 부족해 보이고 경직되어 보이는 목소리는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가장 가벼운 곡들에서조차 여유롭지 못하고 타이트하게 조여들어 불러야 한다는 것은 국내에서 소울창법을 구사하는 많은 이들이 가지는 구조적인 문제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무조건 울고, 조이고, 지르고, 후리고, 꺾고 하는 것이 알앤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할텐데 말이죠.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라는 것을 알기에 갖는 욕심이라고 해두죠. 확실한 것은 전반적으로 평이한 구성과 전개(클리쉐의 화성진행과 멜로디를 커버하기 위해 편곡의 묘를 살리긴 했지만 그래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소리가 갖는 호소력이 적어도 이 음악들을 중간이상의 결과물들로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 그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공일오비의 컴백 공연을 갔더랬습니다. 새로 뽑힌 갓 스물을 넘은 객원가수들이 전부 리듬앤블루스 창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하는 것을 보고 세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소울은 결코 낯선 영역이 아니고 굉장히 친숙한 생활의 한 부분으로 들어온 자연스러운 음악형태라는 것이라는 거겠죠. 그건 박정은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구요. 확실히 한국의 알앤비는 장르의 외형적 이해, 창법, 연주의 수준에서 10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큰 발전을 이루어 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가요의 절대 다수는 흑인음악, 혹은 흑인음악의 영향을 받은 기타 장르의 변형, 모방 등입니다. 외향적으로 한국에서의 흑인음악은 그 어떤 시절보다도 많은 진전을 이루어 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근본적인 것들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요컨대 좋은 음악을 한다는 것과 좋은 소울을 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의 말일까요. 그걸 일찍 깨닫는다면 박정은 역시 훌륭한 소울가수로 성장해 나가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어 보입니다.

그녀가 스스로 이야기 했듯이 '내가 생각하는 소울은 장르가 아니다'라는 것. 그렇죠, 그 말이 맞는 것이죠.

Credit

2006. 8. 7 toojazzy



 





 

박정은 팬 카페 : http://cafe.daum.net/parkjungeun1/

 

◆ Track List

1. U Just

2. 된장찌게를 좋아해

3.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4. 그래서 사랑은

5. 그래도 사랑하니까

6. 바보

7. Last call

8. 영원히 둘이서

9. Blue Moon

10. 바램

11. 된장찌게를 좋아해(Soft Mix)

12. U Just(Inst.)

13. 된장찌게를 좋아해(Inst.)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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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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