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시대유감

다운헬 『At The End Of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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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장르 헤비니스
나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려 본다. Judas Priest의 『Priest.... Live』(1987) 비디오를 불법 복제판으로 보며 '아~ 한국에도 이런 밴드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하던 기억. Metallica의 갓 나온 『...And Justice For All』(1988)을 들으며 '이런 빡빡한 사운드 가진 음반이 한국에서 나왔으면...'하던 기억. 즐겁게 들으면서도 언제나 뭔가 하나씩 부족했던 한국 헤비메탈 밴드의 음반들에 대한 기억.

다운헬의 첫 번째 음반을 들으며 떠오른 것은 바로 나의 중학교 시절의 바램들이다. 그 시절 이렇게 화끈한 리프와 초고음의 보컬이 화려하게 수놓는 한국 헤비메탈 음반을 얼마나 꿈꿨던가! 첫 인상 판정은 꿈 많던 메탈키드의 옛 기억을 자극하는 빼어난 음반이다. 솔직히 말해서 Ripper Owens가 재적하던 시절의 Judas Priest 음반들이 확! 떠오른다. 어디가 어떻길래 메탈갓(Metal God)의 모습이 떠올랐다는 것인지 한 번 따져보자. 우선은 기타 리프의 강렬함이다. 아주 단순한 상향과 하향이 반복되는 왼손은 묵직함을 배가시키고 있다. 그 아래로 베이스 라인이 기타의 빈틈을 노리며 흘러간다. 그래서 리프는 파괴력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화려함 없이 묵묵히 리듬만을 단단히 붙잡는 드럼 역시 리프와 닮은 꼴이다. 다소 거친 중음과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듯 초고음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보컬 역시 메탈갓을 철저하게 지향하는 밴드가 아니고는 나올 수 없다. 헤비메탈에서 생략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바로 기타 솔로다. 특히 비수같은 초고음의 보컬을 연상시키는 화려하면서도 날카로운 솔로는 핵심이다. 아쉽게도 다운헬의 기타솔로는 화려함보다 리프의 육중함을 표현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답답한 느낌을 걷을 수 없다. 그러나 속도감이나 테크닉에 있어서는 상당한 연습량을 요하는 테마를 드러내 실력을 내비친다. 무엇보다 기타, 보컬, 드럼(특히 뭉치지 않는 베이스 드럼)의 '빵빵한' 사운드는 메탈팬의 가슴에 불을 댕긴다.

그럼, 이제 두 번째 인상으로 넘어간다. 속칭 '쌍팔년도' 메탈키드에서 2006년 헤비죠로 돌아와서 이 음반을 찬찬히 다시 뜯어보자. 속도감도 있고 잘 만든 것 같은데도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디에 원인이 있는 것일까?  과도한 무게감과 상투적인 멜로디에서 지루함이 시작된다. 훅(Hook)이 살아있는 곡들 - 「화두」, 「Crying Stranger」, 「Some Kinda Devil」- 에서 만나는 보컬라인은 너무나 익숙한 방식이다. 단순히 보컬의 창법과 기교가 누구누구와 닮은 수준이 아니라 멜로디 구성 방식 자체가 20년 전 즈음의 헤비메탈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신나고 힘있는 음악임에도 개성이라곤 찾을 수 없는 멜로디와 기타솔로는 그 청자로 하여금 쉬이 질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사실 이와 같은 구성의 곡들은 김경호, 박완규 등 초고음을 구사하는 한국 록보컬리스트들의 솔로 음반에서 몇 곡 씩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집어넣어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그러한 (구색용) 헤비 트랙에 대해 늘 꺼내지는 비판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운헬에서 이러한 상투성이 더 부각되는 이유는 스스로 표방하는 'Real Heavy Metal'이란 표어 때문이다. 구색 맞추기 헤비메탈이 아닌 스스로 '강한' '진짜' 헤비메탈을 화두로 던진 밴드이기에 이들의 상투성은 더욱 거슬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헤비메탈은 과연 꽉 짜여진, 바꿀 수 없는 틀 그것밖에 되지 않던가? 그런지의 일방적인 광풍이 잦아든 후 우리는 새롭고 자유로운 헤비메탈의 시도들을 지난 10년간 꾸준히 봐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2006년에 와서 전성기의 헤비메탈을 자멸케 했던 클리셰(Cliche)를 반복하는 음악이 어떤 가치를 갖는 것일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물론 Godiva, Firewind, Falconer와 같이 클리셰를 반복하는 새로운 헤비메탈 밴드들이 외국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다. 당연히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은 음악인의 자유다. 음악을 선택하는 것 역시 청자의 자유다. 그러나 평자는 시대와 함께 음악을 들어야 한다. 만일 이 음반이 1980년대 후반 즈음에 발매되었더라면, 아마도 한국 최고의 헤비메탈 음반 중 하나가 되어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06년의 음악으로서는 '시대유감'일 수 밖에 없다. 

헤비메탈이라고 하는 음악의 곡쓰기 방식이 이미 익숙해져 있다해도 이 음반에 실린 곡들에는 구조적으로 텅 빈 부분이 많이 보인다. 앞서 지적한 리프의 박진감과 무게에 신경을 쓴 것은 분명 좋은 발상이었다. 그러나, 음반 전체가 그 무게감에 눌려서 유연성을 상실하여 단조롭게 들리게 만든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었다. 자신들 조차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둔중한 기타 리프의 전개.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에서 기타의 대척점을 잡아 곡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부여해야 하는 것은 보컬의 몫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보컬 역시 기타 못지 않은 정형성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의 대척점이 되어 줄 수 있는 기타솔로 역시 테크닉을 떠나 아이템 자체가 너무나 안일한 연주이다. 솔로의 길이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칭송받는 헤비메탈 기타 솔로들을 생각해보면 매우 탄탄하면서도 치밀한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그려내고 있지 않던가? 그런 면에서 다운헬의 기타 솔로는 뛰어다니기 정신없어서 정작 할 말을 못하는 형국이다.

결국 아무리 생각해도 2006년에 첫 음반을 낸 신인(?!) 밴드 다운헬의 본작은 화려한 연주력과 가창력, 매끈한 사운드와 같은 겉껍데기에 비해 작곡과 편곡이라는 알맹이가 부실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만일 다운헬이 클리셰의 반복조차 관록으로 덮어줄 수 있는 대형 밴드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첫 번째 음반에서 보여주는 밴드의 이러한 태도는 태만이거나 아이디어 빈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Credit

● 수록곡


01 Electric Soul Part I

02 Electric Soul Part II

03 화두

04 Doppelganger

05 불고불락

06 Crying Stranger

07 Doom

08 Some Kinda Devil 

09 욕

10 Life After Death





● 멤버



Mark "Ishi" Choi - Vocal

Beshas - Guitar

Alex - Guitar

N.O.M - Bass



No Jung Wook - Drums on 1, 2, 3, 4, 5, 6 & 7

Lee Dong Yub - Drums on 9 & 10

Lark - Drums on 8



● 앨범정보


Produced by Downhell

Recorded & Mixed by Cho Sang Hyun at M.O.L studio, Seoul, Korea

Assistant Engineer by Kim Sung Hwan & Kim Sung Ho

Feb. 2004 ~ Jul. 2005

Mastered by Alan Duches at West West Side Music, New Jersey 

Artwork & Logo Design by Yushi (www.yushitatto.com)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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