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오케스트레이션이 가미된 심포닉한 메탈코어 넘버? 여기에 어쿠스틱한 도입부와 전환부의 장치도 가미되어 한마디로 곡 전체가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럼에도 장렬하다기보다는 다소 장황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프로그레시브한 장치에 대한 야심에도 불구하고, 역동적인 몰입에 대한 청취를 다소 방해하는 평범한 테마가 반복되는 등 구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컸다. ★★

[정병욱] 러닝타임을 꽉 채워 성실히 그려내는 메탈코어 앙상블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인트로와 브릿지를 통해 유약함을 드러내는 솔직한 정서에 기인한 현실적인 고민을 가사의 은유로 엮어낸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 합주 전면의 하드코어적인 에너지와 사운드의 빈틈을 메우는 기타 리프의 원초적인 그루브, 무엇보다 노래의 전체 사운드텔링을 가장 중요하게 조율하는 신스 스트링의 정직한 서사와 같은 것들 말이다. 무겁고 날카롭게 삐져나오는 기타 사운드의 충동적인 울분을 백업하여 물샐 틈 없이 차오르며 감정을 정념으로 바꾸어내는 스트링 사운드의 그와 같은 서정은, 현실에 강한 분노와 실망을 느끼면서도 이를 뒤바꾸거나 극복하지 못하는 가사의 비극적이고 처절한 정서를 복합적이고 훌륭하게 대변한다. 강렬히 토해내면서도 가사가 잘 전달되는 17700K의 보컬 또한 즐길만하다. 다만 이 시대 보편의 격정을 약간의 변주를 가미한 웅장한 서사로 뒤바꾸는 과정이, 하나의 싱글로서 충분히 입체적인지 혹은 온전히 신선한지에 대해서는 발전가능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

[차유정] 도입부의 뜨악함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가 곡이 주는 메시지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효하기 전에 숨을 고르는 전초전의 성격보다 더 중요한건 '원래 내포하는 정서가 어떤것인가?'에 관련한 문제니까. 평면적으로 들릴 수 있는 메탈의 전개방식에서 확실한 기승전결 및 포인트를 주는데 잔잔한 도입부가 잘 쓰였다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주고 싶다. 야심찬 도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