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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131-5] 슬릭×던말릭 「Wonderland (feat. 리코, 제리케이)」

슬릭×던말릭 (Sleeq×Don Malik) 『이륙』
2,71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01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데이즈얼라이브
공식사이트 [Click]

[김용민] 유명 아티스트와 이미지를 대응, 병렬시키는 재치있는 방식과 솜사탕같이 포근하고 상큼한 멜로디는 거부 반응이 느껴지지 않는 좋은 시너지다. 그런데 몇 번을 다시 들어봐도 가장 인상깊은 파트는 리코의 훅파트다. 던말릭의 개구진 저음 플로우는 적어도 이곡에서 만큼은 세련미와 충돌하고 있고, 슬릭의 래핑은 소위 말해서 ‘먹히는’ 위치에 처해 있다. 간간히 씬에서 나타나는 뽕삘나는 느낌을 근래 가장 충실하게 재현한 괜찮은 싱글임에 분명하지만, 그 느낌을 객원들이 더 잘 재현한다는 것은 조금 찝찝한 부분이다. 던말릭이야 변할 여지가 별로 없는 스타일이 있지만, 슬릭의 경우 「Classism」(2015)의 파워풀함을 조금이라도 차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오히려 부드럽게(?) 잘 녹아들었을 것 같다. ★★★

 

[김정원] 고전은 좋은 원전이 되고, 유행은 돌고 돈다. 그래서 훵크가 근래에도 열심히 활개 치고 있다. 당장 Bruno Mars만 봐도 이 흐름을 살짝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상하리만치 한국은 아직 그러한 경향성이 덜한 편이다. 그래서 「Wonderland」가 빛나 보일 수도 있다. 나잠 수의 솔로 앨범 『Till The Sun Goes Up』(2016)의 프로덕션 한 축을 담당한 투톤라이노(백창열)는 리듬의 변형 등을 통해 비교적 현대적으로 훵크에 접근했다. 이 곡에서만큼은 던말릭과 슬릭이 그런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분위기에 맞춰 경량감 있는 랩을 적절히 뱉고, 던말릭이 여러 아티스트를 유기적으로 엮어 열거하고, 리코가 모자람 없는 팔세토 창법을 소화한다. 그럼에도 가장 메리트 있게 느껴지는 건 그 모든 요소에 밑바탕이 되어주는 투톤라이노의 프로덕션 그 자체다. 비록 Anderson Paak이 구사하는 방식과 흡사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어 아쉽긴 하나, 준수하다는 말을 붙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

 

[정병욱] 분야를 막론하고 남녀의 성차를 언급하는 것이 구태이고 무의미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국내 힙합 씬 여성 MC의 지위는 유난히 낮고 초라하다. 이 같은 서설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불공정한 씬에 대한 방증이다. 이를 두고 많은 분석이나 해석이 있지만 단지 여성 MC가 “실력이 부족해서” 혹은 “랩이 구려서”라고 답하는 것이 정답은 결코 아닐 것이다. 물리적인 남성성이 장르에 강하게 반영된 헤비니스 뮤직 못지않게, 가사가 노래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랩 뮤직 역시 남성 중심적 사고가 장르의 미학적 모범으로써 여겨질 수밖에 없었던 사실이 크다. 작금에 이러한 틈을 비집고 자기 이름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한 여성 래퍼들이 있다. 이들은 테크닉에 있어 앞선 기성의 모범을 충실히 뒤따를 것인지 여성으로서의 새로운 미학을 세울 것인지 선택해야 했고, 가사에 있어서는 성차를 무화하는 보편적인 가사를 써야 할지 특별히 강조하는 그들만의 가사를 써야할지도 선택해야 했다. 이중 슬릭의 선택은 대체로 전자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목소리나 힘 있는 발성은 아니지만 리듬감이 화려하게 살아있는 래핑과 잘 다듬어진 가사는, 그로 하여금 성차를 넘어선 기대를 뒤따르게 했다. 본 트랙은 앞선 긍정적 평가들을 넘어서려는 또 다른 시도이다. 자기 세상의 ‘Wonderland’를 그만의 태도와 스스로 좋아하는 이름들로 채워낸 슬릭의 벌스는, 레트로한 사운드가 강하게 튀어나오는 비트 위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변화무쌍한 그루브의 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도리어 원더랜드의 추상을 같은 방식으로 그려내면서도 유난히 메시지의 호흡이 짧고 상징적인 던말릭과 제리케이의 벌스보다, 가사는 물론 랩까지 낫게 여겨질 정도이다. 평소보다 지나치게 힘준 발성이 호불호가 가릴 수는 있겠지만, 분절점이 뚜렷하면서도 꾸준히 강한 신스사운드로 범벅된 비트와 앞뒤 벌스와의 조화를 고려하면, 그것이 과잉의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은 적절한 선택을 한 것으로 들린다. 곧 노래에는 네 사람의 이름이 올랐지만 분명하게도 슬릭의 트랙이며, 한 훌륭한 래퍼로서 슬릭이라는 존재의 증명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할 일을 다해낸 트랙이다. 이제는 증명 그 이상을 준비할 때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Wonderland (feat. 리코, 제리케이)
    던말릭, 리코, 슬릭, 제리케이
    백창열
    백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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