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 1990년대 한 대형 음반기획사의 기획실에는 다음과 같은 지침이 있었다. ‘조직에 소속된 가수는 창법의 개발보다 음악을 다양하게 들어야 하고, 연주자는 테크닉보다 안배할 수 있는 역할을 중시해야 한다.’ 이는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일 수 있다. 스위머스는 대중가수, 그리고 밴드로서의 역할과 명제에 충실한 감각을 지닌 3인조이다. 팀의 리더인 조민경은 많은 음악을 접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해 온 뮤지션이다. 또한 그녀의 안배된 연주는 나머지 멤버들의 교감을 위해 「싸움 : Fight」에서 기존보다 더 활짝 열려서 함께 하고 있다. 「싸움 : Fight」는 유영하듯 무리없이 흘러왔던 스위머스의 기존 음악과 유사한 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얇게 나뉘어 서서히 저며 오는 듯 섬세한 「싸움 : Fight」는 ‘현실의 구원을 향한 포기없는 평화’를 위한 작지만 분명한 의지를 담고 있다. 더해서 「싸움 : Fight」는 영미의 주류 인디록 밴드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구성과 연주의 흐름을 지닌 곡이다. ★★★★

[박병운] UHF의 균열이 결실 보지 못한 극초단파로 이어지긴 했지만, 한 편에는 파울로시티로 또 다른 한 편에는 이렇게 스위머스의 이름으로 다른 결실을 보여주고 있으니 음악인들의 여정을 쫓는 일엔 뭉클함도 있다. 포스트록, 슈게이징 등의 성향이 이력과 음반 전반에서 묻어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이 곡을 규정하는 성격은 전반적으로 조민경의 꿈자리를 수놓는 듯한 보컬과 좀 더 강한 신스팝 경향이라 하겠다. 단순하게 들리는 듯하지만, 크랜필드에 이어 ‘파란색’을 강조한 색조의 컨셉과 밴드명에서 연유한 듯한 공간감을 강조한 사운드 등은 밴드가 지향하는 굳은 방향성을 대변하고 있다. ★★★

[박상준] 명반을 낸다는 것은 어쩌면 흐름을 만든다는 말과 같은 의미일지 모른다. 여기에는 아주 멋진 역사가 있다. 포문을 연 것은 필시 비둘기우유. 그들에 의해 문이 열린 후 속옷밴드, 불싸조, 스위머스의 전신인 UHF를 포함해 차근차근 헤아릴 만한 밴드들이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이 무브먼트에 동참했다. 그리고, 문화의 관성에 따라 자연스레 이러한 흐름은 분열과 해체를 반복했다. 점차 세분화된 양식의 갈래에서 스위머스는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다. 해일과 파울로시티, 그중 UHF의 동료였던 파울로시티의 현진식과 함께 스위머스의 조민경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끌고 있는 흐름은 틀림없는 한국 슈게이징의 가장 절실하고 찬란한 현장이다. 세 가지 버전의 「Woodstock」은 이러한 흐름을 관통하는 곡이고 「싸움 : Fight」는 꽤 급한 템포의 보컬이 연주를 보조하는 팝 트랙이다. 물론 의미심장한 가사와 코러스와 쟁글쟁글한 기타를 섞어 톤을 만드는 건 너무나 정격적이다. 팝이라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뻔한 답습은 없다. 이제는 지겨울 수도 있을 법한 이 톤들을 무척이나 꼼꼼히 손본 덕에 물리는 부분이 없다. 더군다나 이건 진행형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

[정병욱] 멈춰있는 지면을 뒤로 박차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walk)’은, 그 방향성과 운동원리가 무척 단순하다. 순방향, 역방향, 교차방향의 갖가지 팔방 흐름을 상황에 맞춰 타고 거슬러야 하는 스위밍(swimming)은, 때에 따라 더 수월하든지 훨씬 괴롭든지, 걸음보다는 어렵고 역동적이다. 과거 UHF 시절의 포스트록에서 다루었던 차가운 음성을 현재 미니멀한 밴드 사운드의 결과 교차하고, 신디사이저의 변화무쌍한 파동을 붙잡아 기타의 시종일관 미끄러지는 기타의 유영과 버무린 스위머즈의 운동은, 실제로 의도했건 안 했건 스위머즈(Swiimmers)라는 밴드 이름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보컬과 악기들이 동시에 발진하여 ‘해야만 하는 싸움’을 반복적으로 명시하는 가사의 메시지마저, 멈추면 가라앉는 수영의 원리를 연상시켜, 노래의 밝은 곡조와 대조되는 그만의 분위기와 비장함을 부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