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플래시플러드달링스는 이 곡에서 원곡을 (리믹스의 개념에 충실하게) 가지고 논다. 그는 이 앨범의 음장을 확장시킨 후, 그 안에 비트를 삽입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여기서 기타의 톤은 현악 소스와 비트를 중점으로 한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 이러한 방법은 매우 영리하다. 곡이 지니고 있던 특유의 슴슴함을 자신만의 몰입으로 재구축하기 때문이다. 이 곡은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의 공이 크다. ★★☆

[안상욱] 5분의 러닝타임을 단 6개의 단어로 여유롭게 채웠던 원곡을 일렉트로니카의 신성 플래시플러드달링스가 리믹스한 트랙이다. 원곡이 신디사이저의 부유하는 멜로디와 뒤를 흐르던 1분여의 기타 연주로 가라앉을 듯 침잠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리믹스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보컬트랙을 전진배치하고 차가운 느낌의 3~4가지의 비트를 뒤섞어 낸 후, 현악 샘플을 토핑삼아 침잠을 불안으로 뒤집는 센스를 보인다. 하긴 두려운 상황에서의 침잠과 불안은 형제처럼 함께 등장하는 감정아니던가. 원곡의 큰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플래시플러드달링스가 평소 들려주던 스타일이 잘 녹아 들어가 있는 좋은 싱글이다. 텔레포니스트의 기타를 맡고 있는 최의준(Temet Nosce)이 리믹스한 또다른 트랙과 함께 비교점을 찾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법으로 추천할 만 하다. ★★★

[정병욱] 몽환적인 보컬, 그 정체성을 가늠하거나 이후의 진행을 예단하기 어려운 독특한 정서, 그에 딱 맞는 4차원적인 가사. 2014년 이래로 짧은 기간 안에 자기 디스코그라피를 차곡차곡 쌓아온 밴드 텔레포니스트 음악적 특징들이다. 앞선 이력 가운데서도 지난 4월의 정규앨범 수록곡 「Sunny People」은 유난히 귀가 끌렸던 트랙이다. 적당히 빠른 템포를 유지하는 전체 앨범 트랙 사이에서 유난히 속도를 죽여가며 뭔가에 홀리듯 “I sunny다” “You sunny다”어법에 맞지도 않는 가사를 너무도 자연스럽고 끈적하게 녹여내었던 곡이다. 신디사이저음을 받쳐내는 명료한 기타와 드럼 사운드를 통해, 밴드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밴드다운 음악을 들려주었던 「Sunny People」은 플래시플러드달링스의 손을 거치며 보다 자기 정서에 맞는 사운드를 찾아냈다. 업템포의 완연한 전자음악이 된 이 트랙은, 원곡의 끈끈한 대기가 부가하던 임팩트를 유지하면서도 『Rainbow Remix』라는 기치 아래 탈색이 아닌 그럴듯한 변용을 들려줌으로써 자기 역할을 다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