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주소 (feat. 화지)」:이 판의 모두가 공감할 노래

코드쿤스트 (Code Kunst) 『Crumple』
1,19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4
Volume 2
레이블 루미넌트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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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mple』이 뚜렷한 개성의 괴짜가족들이 뜻밖의 사건을 계기로 모여 찍은 기념사진이라면, 그중 「주소 (Feat. 화지)」는 사생아, 혹은 양부모쯤 될 것이다. 분열적인 스토리텔링을 연출(혹은 발화)한 프로듀싱 앨범 속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며 동시에 화지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지극히 개인적인 곡이다.


접근할 수도 없고 심지어 주석조차 달리지 않은 이야기(“아는 건 나와 하느님, 그 썰들을 풀기엔 16바가 짧어”)이다. 얼마나 사사로운가. 그러나 수많은 랩퍼들을 쭉 거슬러 여기에 다다를 즈음엔 이게 무엇이든 상관없다. 최근에 발매된 딥플로우의 『양화』 속 「Bucket List」와 「가족의 탄생」의 중간쯤에 놓여도 그럴 듯 했을 이 곡은, 앨범을 둘러싼 분노, 포용, 성취, 좌절 등을 토해내는 ‘대부분’의 랩퍼들이 마침내 도착할 곳이므로 청자들은 화지가 내리는 ‘결론’에만 충실하면 되는 셈이다. 여기에 피안, 유토피아, 이데아 뭐 그런 이상적인 단어들 다 갖다 붙여도 상관없다.


코드쿤스트의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인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도록 반주처럼 랩퍼의 그루브가 돋보이도록 보조하는 데에 주력한다. 「독 (feat. 이센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솔직히 엄청 탁월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사생아, 또 양부모라도 될 수 있는 건 전혀 다른 미래의 시발점이나 다름없는 화지의 가사 때문이다. 그가 쓴 “여전히 미친 듯이 웃고 나중 가 웃을 추억 매일 쓰는 삶”은 마무리로서는 꽤 초라하다. 금전적인 과시나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누군가는 멋지다고 항변하겠지만,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에 입각한다면, 분명 초라한 셈이다.


뭐, 당연히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다. 꽤 괜찮은 작품은 십중팔구 비즈니스의 산물이거든. 니힐리즘에 매달리는 건 당최 짝이 안 맞는데다 어울릴 리가 없다. 수많은 SF, 판타지,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내내 인간 욕하다 끝에는 인간이라 가능한 일이 있다는 둥 믿어야 한다는 둥 설법하다가 쫙 스트링이 울리곤 크레딧이 올라오잖나. 그 다채로운 클리쉐들처럼 앨범은 끝을 맺지만, 화지는 지금 마포구라는 새로운 곳에 정착했다. 주소가 달라져도 거기에 있고, 바뀐대로 나름 재밌지만, 실은 우리가 모르는 주소들이 다 더해져 그가 된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화지 개인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이 판의 모두가 공감할 노래다. 그러니까 「주소」는 궁상 맞게도 천당과 지옥을 수시로 오가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곡으로 확대된다. 이것은 『Crumple』에 속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화지에서 코드쿤스트, 나아가 모두를 위한 송가(頌歌)의 자격을 얻었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7
    주소 (feat. 화지)
    화지
    코드쿤스트
    코드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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