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밴드는 생명력이 담긴 유기체이지만, 씬 역시도 그러한 듯하다. 매번 조용하다가도 새로운 활력을 생산해낸다. 칵스(The KOXX) 등의 밴드가 한때 그랬는데 이젠 맨이 이 위치를 이어받는 듯하다. 댄서블한 기조는 유사하지만 키보드를 배제하며, 들쑥날쑥한 리듬이 열심히 돌아가는 동안에 나른하면서도 애상적인 테마를 위에다 겹친다. 그러다 아른거리는 리프는 일순 치밀하게 돌변하여 절정을 도맡는다. 새롭게 주목할, 아니 이제 곧 입소문이 들릴 이름의 등장. ★★★☆

[안상욱] 신경질적인 기타와 드럼의 타격음이 지난 후엔 귀에 확 꽂히는 리프를 쏟아붓는다. 부지런한 드럼과 베이스가 정직하게 리듬을 받친 상태에서 짧은 읊조림이 반복된다. 멜로디컬한 리프의 짧은 빈틈에 숨어들어 쉼없이 파열음을 내는 하이햇의 성실함은 전자음을 굳이 섞지 않았음에도 자연히 어깨와 머리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이처럼 '댄스를 부르는' 감상포인트는 더블 타이틀이자 스튜디오 라이브로도 공개했던 「Come Around」, 뒤따르는 「Empty Heart」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2014 헬로루키》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정도면 2015년을 뒤흔들 신인의 후보로 기록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

[조일동] 『Man Studio Live』(2014)에 수록되었던 노래 2곡이 3개의 신곡과 함께 제대로 된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EP 『Come Around』로 발매됐다. 기발표곡을 놓고 비교해보면, 기본적인 리프나 메인 멜로디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소리를 다듬어내는 밴드 능력의 가파른 성장이 느껴진다. 새롭게 공개된 곡 중 「Last」는 밴드 맨의 가능성을 여러모로 함축하고 있다. 기승전결이 선명한 곡 쓰기의 명쾌함, 귀에 박히는 멜로디를 품은 리프의 간결함, 과하지 않지만 자기 색깔을 드러낼 줄 아는 보컬의 담백함, 공간계 이펙터와 아밍을 조합한 영리한 기타 솔로의 센스까지 두루 칭찬할 수 있다. 이런 팀이 상업적인 성공을 맛보는 광경, 한 번은 목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