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7-2] 루그나사드 「Stargazer」

루그나사드 (Lugnasad) 『All In The Golden Afternoon』
2,47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1
Volume EP
레이블 자체제작
공식사이트 [Click]

[김성대] 우리말 가사만 아니라면 스모키 화장과 세라 스쿨룩을 즐기는 루그나사드는 누가 봐도 일본 오샤레 (おしゃれ, 멋쟁이)계 밴드이다. 때문에 Alice Nine과 Cyntia가 떠오르는 멜로디와 기타 톤, 보이스 컬러는 이 밴드가 한국에만 머물지 않아도 될 이유이며, 메탈코어 밴드들이 들려줄 법한 강성 후크를 구사한 곡의 중반부는 이 밴드가 그렇다고 J-Rock 팬들에게만 어필할 필요도 없다는 방증이다. 후련한 연주와 섹시한 퍼포먼스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밴드. 덧없는 민족 감정은 되레 좋은 음악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명심하자. ★★★☆

 

[김성환] 2012년 12월에 결성된 소위 '동인음악 밴드' (註. 애니메이션-게임 매니악들이 결성한 동호회적 성격의 밴드) 인 루그나사드는 다분히 해당 트렌드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일본의 '동인 음악'에서 자주 활용되는 비주얼 케이 스타일을 자신들의 사운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연주 면에서 기타리스트 티고(Tigo)의 테크니컬한 기타 워크는 분명 프로급의 준수함이 있고, 엘케비(Elkebi)의 드러밍도 확실한 파워와 테크닉을 보여준다. 또한 1대 보컬 먼지의 탈퇴 이후 새로 가입한 2대 보컬 에밀리(Emily)의 보컬은 대체로 무난하지만 좀 더 밴드의 연주와 섞여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작-편곡 능력은 준수하기에 무엇보다 이들이 더 성숙한 메틀릭 밴드로 도약하려면 좀 더 전문적인 믹싱과 엔지니어링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

 

[박병운] EDM 일부 씬과 함께 국내 동인 음악계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동인 밴드 씬은 현재 이들과 초콜릿파우더가 나름대로 양분하고 있는 듯하다. 초콜릿파우더 쪽이 경쾌한 팝 록 성향을 도드라지게 보여주고 있다면, 루그나사드는 메탈 장르의 금속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는 소위 오샤레계의 분위기를 표방하는 비주얼록 계통 안에서도 특기할 만 사항이고, 귀를 끄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보컬 에밀리의 목소리는 결코 스크리밍이나 그로울링의 선에 닿지 않으며 쾌청하고 긍정적인 분위기, 로봇 출격 씬과 판타지 활극 장면 등 동인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정서에 충실하다. (글을 쓰는 이는 《King Of Fighters》 최근 시리즈의 메인 사운드트랙 분위기를 연상하였다.) 멜로디컬하고 장르 본연에 충실한 곡의 공식 역시 이런 점과 닿아 있다. 밴드의 존체 자체가 가진 희귀성 이상의 성취는 분명히 보이며, 동인 문화 또는 서브컬처 씬에 대한 지식과 거리가 먼 이들이라도 설득될 지점 역시 존재한다. 서브컬처의 요소들이 자아내는 환상성에 충실히 동조하며 응원을 보내거나, 비주얼에 지레 힘겨움을 느낄지는 청자의 몫이겠지만. ★★★☆

 

[박상준] 그러니까 애니를 감상하다 보면 느끼는 괴리감 같은 게 있다. 지옥도를 방불케 하는 광경 속에 메카가 발칸포 혹은 펀치를 날려대다가 대뜸 컬리지 록에 이모, 거기에 하드코어를 뒤섞은 듯한 반주와 더불어 앙증맞은 여자의 목소리가 뒤엉키는 기묘함, 그 순간 고무되는 캐릭터들과 그 전투야말로 지금 그들이 살아있다는 반증처럼 여겨지는 바로 그것 말이다. 도피적인 과잉몰입으로 드러나는 광기와 순도 높은 환희는 루그나사드가 뽐내는 음악의 총체이기도 하다. 음악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무대가 끝이 아니기에 동인음악은 오로지 귀로만 듣는 음악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평도 온갖 미디어 사이의 연속적인 갈래를 이해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몇몇 크루와 디제잉 파티를 빼면 밴드라는 포맷 내에선 독보적인 존재 중 하나다. 일명 ‘모에’에 모든 걸 걸지 않는 한편 동인음악스런 장치도 교묘하게, 제대로 삽입한 영민함이 이목을 끌었다. 얼핏 티고의 끝내주는 기타에 정신줄 놓칠 무렵에는 단순히 무엇이 동인음악인가 싶기도 하지만, 에밀리의 보컬에 기시감을 느낄 때쯤 그제야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Stargazer」란다. 그림이 쫙 펼쳐지더니 그제야 감이 온다. 동인음악의 기술적인 특별함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한참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골 때리는 감성의 정체’가 따로 있다는 것 정도. 굳이 논한다면 보컬의 교태라든지 신시사이저 루프가 어쩌고저쩌고 한참을 떠들어댈 수 있겠지. 그러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그건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아, 말이 길었다. 당신이 이들의 무대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꼬레아 서브컬쳐의 현주소가 거기에 있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Stargazer
    Emily, Tigo
    Tigo
    Tigo,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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