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지난 EP 『유혹』(2013)의 수록곡들과 신곡들을 한 데 모아 2장의 CD가 1패키지로 공개된 밴드의 신보 『Still Foggy ... But』의 타이틀곡. 사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는 H2O가 가진 원숙함과 기량에 어울리지 않게, 90년대부터 가요 씬에서 이어져 왔던 '평범한 가요형 록 발라드’의 연장선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오랜만에 '기본을 갖춘 록 발라드'를 한국 주류 음악 시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 역시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1990년대에 김종서, 신성우, 김경호의 록 발라드를 지금도 우리가 좋은 노래들로 기억하는 건 바로 '좋은 멜로디'와 '록 밴드 사운드'의 기본을 충실히 유지했다는 것 때문 아니겠는가. 가사의 의미를 진한 감정을 통해 전할 수 있는 김준원의 노련한 보컬과 곡 전개의 클라이맥스를 효과적으로 끌어올려주는 타미 킴의 수려한 기타 솔로만으로도 이 곡의 가치는 충분하다. 밴드 H2O 사운드의 본질적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꼭 앨범 전곡을 구해서 들어보시길. ★★★☆

[차유정] 처음 데뷔했을 때 그들은 그냥 툭 떨어진 밴드 같았다. 그런데 그들은 뻔한 사랑 노래도 하지 않았고, 능수능란한 역량을 선보인 것과 달리, 내면적으로 매순간 한심하고 힘든 '내'가 있음을 진하게 토로했다. 다른 팀들보다 눈에 띄는 모던함이 드러났던 부분은 이렇게 속을 드러내는 가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뒤를 돌아보긴 하지만 구질구질하지 않은 매끈함이 빛난다. 이제는 연륜이 더해진 깊이도 묻어난다. 다만 시간이 지난 이후의 컴백이라 그런지 지나치게 주위를 살피는 듯한 느낌도 묻어난다. 거칠 것 없이 센 음악을 해도 좋을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