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94-4] 서리 「Fake Happy」

서리 (Seori) 『Fake Happy』
13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3
Volume EP
장르 알앤비
레이블 레이블사유
유통사 와이지플러스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어찌보면 실낱같은 감정을 예리하게 확장시키고 조이는 보컬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상실과 조소, 순수를 벗어난 감정 사이를 넘나드는 곡임에도, 서리의 보컬은 이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감정이라는 듯 밀어붙인다. 그리하여 서늘한 우울의 감정을 날카로움과 안타까움으로 주파하는 그의 보컬은 응집력과 조응성이 넘치는 표현으로 곡을 가득 채운다. 감정의 깊이만큼 곡의 밀도를 채울 줄 아는 서리의 솜씨가 빛을 발하는 곡.  ★★★☆

 

[이아림] 《KBS 리무진서비스》(2022)의 멘트를 인용하자면, 서리는 ‘뮤지션들은 다 아는 뮤지션’이다. 싱어송라이터 서리의 존재가 낯설 수는 있어도 정식 데뷔하기 전부터 빈첸의 「허물」(2019)의 피쳐링을 시작으로, OST 작업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문별 등 여러 아티스트의 곡에 참여하는 등 서리의 목소리는 꾸준히 울려 퍼졌다. 『Fake Happy』는 데뷔작 『?depacse ohw』(2020) 이후로 약 4년 만에 발표한 음반으로, 4개의 수록곡은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어 가사와 함께 ‘팝송 같다’라는 인상을 남긴다. ‘맑으면서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좋아 서리를 예명으로 지었다던 말처럼 서리의 음악은 몽환적인 보컬을 중심으로 신비로운 이미지가 강했다. 『Fake Happy』 역시 울적한 무드와 독특한 음색을 보여주긴 하지만, 판타지를 담은 「Running through the night」(2020)에 비하면 소재의 중심이 현실로 옮겨져 씁쓸함을 드러낸다. 그중, 동명의 타이틀 「Fake Happy」의 도입부와 같이 기억은 미화되고, 우리는 종종 일기장 속 과거의 편린을 부러워하기 마련이다. ‘화면 속 내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 마치 내가 아닌 듯이’와 같이 위화감을 노래할 때의 중저음은 가사와 맞물리며 우울함을 드러낸다. 특히, 서리의 시선을 대변하듯 실제 서리의 유년 시절 영상과 저화질의 캠코더를 보여주는 뮤직비디오는 청자의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그러나 이 곡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곡 전반의 부정적 정서와 달리 고조되는 후렴구의 멜로디는 환희가 느껴지고, 순수함을 잃었다는 가사와는 달리 순도 높은 행복이 느껴지는 이미지가 나열되는 등의 역설에 있다. 러닝타임 내내 서리는 그때의 순진무구함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그리워하는데, 정작 회상의 끝은 “Could it have already been close to me? (이미 내 곁에 있었을까?)”라는 물음이다. 이는 불안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재를 향한 의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미 충분했던 건 아닐까?’라고 본다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서, 나의 이상이 높아서,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실망 때문에 ‘가짜 행복(fake happy)’라는 이질감을 느낀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Fake Happy」는 서글플 법도 하나, 자신감을 잃은 순간에 희망을 부여하는 곡이기도 하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도 (굳이 비유하자면) 「Ocean Eyes」(2017) 속 Billie Eilish의 몽롱함을 닮은 음색과 「Teenage Dream」(2023)의 Olivia Rodrigo가 느껴지는 톤이 매력적이다. Taylor Swift의 「Cruel Summer」(2019)처럼 화사하고도 극적인 흐름에서 영미권 팝의 바이브도 느껴지는 곡이며, 소소한 다짐을 되새길 때 힘이 될 것 같은 쌉싸름함이 새롭다.  ★★★★

 

[조원용]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쓴 「Fake Happy」의 진솔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에 두고 시작하는 곡은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드럼 등 다른 소리들이 천천히 합류하면서 소리의 레이어를 두텁게 만들고 적재적소에 들어왔다 나가며 곡의 구성에 일조한다. ‘가진 게 적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한 것 같았던’ 오래전 일기를 살펴보며 시작하는 곡은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 피드에 자랑하고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지만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가짜 행복일까 봐 두렵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발붙이고 사는 이들이 공유하는 실존적인 고민들이 이 곡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런 고민은 모두가 하지만 이를 음악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건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서리는 과장되지 않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메탈릭한 질감의 목소리는 한국어와 영어 모두 유려하게 소화하고 진성뿐만 아니라 가성의 음색 역시 매력적이다. 곡의 후반부 후렴에서는 다양한 음역대의 단단한 발성을 선보이기도 한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Fake Happy
    서리
    Michael Van Wagoner, Jessica Baio, Kella Armitage
    Mykyl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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