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82-4] 실리카겔 「Apex」

실리카겔 (Silica Gel) 『Power Andre 99』
53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2
Volume 2
장르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유통사 카카오 Ent.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분명 「Ryudejakeiru」의 확장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신 그들은 확장으로 가는 엔진을 끄고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춘추의 기타는 이 곡의 암담한 정서에서 길은 감정의 에너지를 독특한 결로 미분하고, 최웅희의 베이스는 김건재의 휘몰아치는 드럼과 더불어 복잡한 코드 워크를 무람없이 연주한다. 이 곡에서 보컬을 맡은 김한주는 이 곡에 깊은 인상을 주는 키보드 사운드에 걸맞는 보컬을 제대로 선보이면서 자신의 역량을 또 한 번 입증한다. 억눌린 사운드나 몰아치는 드럼 그리고 수없이 드리운 노이즈의 그물은 이 곡이 '작전'도 없이 억눌린 상태에서 나오는 ‘선언’임을 상기시킨다. 컴플렉스의 구체적인 토로로 갈 수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도 택하지 않았다. 다만 거기서 상기된 사운드가 지금 이 곡의 당위성을 만든다고 알려줄 뿐이다. 실리카겔이 소리를 귀하게 여긴다는 건 바로 이런 의미에서 나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새로운 소리를 찾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적합한 소리를 끈질기게 찾아내어 이루는 공력을 지금의 그들은 지녔다. 그들은 여전히 이 땅 위에 두 발을 단단히 디딘 채로 외친다. ‘난 고양’되고 있다고. 놀랍게도 곡은 마지막에 이르러 「Ryudejakeiru」의 확장에 기어이 닿는다. 뭘 해도 다 들어맞는 경지란 게 실로 이런 게 아닐까. ​그 와중에 자신이 ‘귀엽’다는 어필도 빼놓지 않는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사족으로 한 마디 덧붙이련다. 멋있는 것도 정도껏 멋있어야지, 거.  ★★★★☆

 

[이아림] 2015년 겨울, 한 공연장에서 이들을 처음 봤을 때 어렴풋이 들었던 생각은 ‘범상치 않구나’였다. 당시 VJ를 포함해 멤버가 많았다는 점과 남다른 피지컬 디자인도 충분히 강렬했지만, 공연 도중 객석을 향해 뛰어들며 곳곳을 헤집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렇게 있는 힘껏 즐기던 실리카겔은 ‘본인들이 원하는 것’에 항상 초점을 맞춰 왔는데, 흥미로운 건 ‘귀가 썩는 음악’이란 말을 들을 만큼 뚜렷한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인기와 인지도는 꾸준히 성장했다는 것이다. 겪지 않은 미래를 모르는 것처럼 이들의 정점이 어디까지 도달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Power Andre 99』는 현재의 실리카겔이 보여줄 수 있는 ‘실리카겔스러운’ 음악으로 정점에 맞닿았다. 이 음반은 2023년 한 해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의 완성판이지만, 「Kyo181」(2020)에서 시작된 대대적인 변화가 가장 완성도 높게 구현되었다고도 여겨진다. 이상의 오감도 「시제1호」가 떠오르던 가사의 기이함은 「Ryudejakeiru」에 깃들고, 사운드의 몽환적이면서도 재기발랄한 면모는 「Tik Tak Tok」으로 이어지는 등 18개의 트랙에 걸쳐 새롭게 시작하는 실리카겔의 매력이 세세하고도 고르게 퍼져있다. 그중 「APEX 」는 가장 록밴드다운 가창을 보여주면서도 힙합의 요소가 묻어나는 곡으로, 건반을 통해 몽롱함 대신 역동성을 강조하는 곡이다. 김건재의 드럼 연주가 가진 파워가 묻혔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긴 하나, 전반적으로 날 것의 거친 에너지를 전하며 힘있게 흐르는 곡이 기껍다. 음반을 대표하듯 「No Pain」에서의 활기, 「Machineboy(空)」에서의 실험성 등 선공개한 곡에서 보여줬던 요소들을 한 곡에 집약해낸 ‘타이틀다운’ 곡이다. 리패키지 같기도 한 앨범이지만, 추가된 음원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인상을 남기며 뮤직비디오까지 함께 감상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현대 예술을 접해보길 바란다.  ★★★★

 

[차유정] 기존 실리카겔을 생각하면 약간 밋밋한 느낌도 있는데, 그게 외려 다른 효과를 내기위한 일종에 중간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220볼트에 110볼트를 끼려면 트랜스에 110볼트 전용 돼지코를 끼워야 하는 것처럼, 올곧은 진화만이 전환은 아니다. 뒤섞여 있는 시간을 다시 배열하고 발견하지 못했던 리드미컬한 요소들을 소환하는 것도 전환의 또다른 형태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해냈다. 이상하게 기존의 곡들은 선명하게 들리지 않았는데, 「Apex」는 이상하게 또렷하게 귓가에 맴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민한 감흥의 줄기를 잘 늘려놓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4
    Apex
    실리카겔
    실리카겔
    실리카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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