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79-3] 정밀아 「서술」

정밀아 『리버사이드』
35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1
Volume 4
장르 포크
레이블 금반지레코드
유통사 마운드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Henry David Thoreau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일기(아마 1841년 12월 12일 일요일 일기였을 것이다)에서 언덕을 지나 연못으로 떨어지는 바람의 형태를 느끼며 ‘인간의 타락에도 굴하지 않고 움직이는 환희’를 느꼈다고 적었다. 그 다음 그는 곧바로 (이제는 그의 유명한 명언이 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일기에 이어 적었다. “잔물결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완전히 절망하지 않으리.(Who hears the rippling of the rivers will not utterly despair of anything.)” 이 곡에는 자세를 고쳐 앉는 지점이 몇 군데 있다. 하십시오체로 일관된 가사 속에서 정밀아는 ‘나’와 나의 ‘그림자’인 ‘고독’에 대한 부분에서는 ‘합니다’라는 평서형을 사용한다. 그 과정 속에서 정밀아는 ‘합니다’라는 단어에 묘한 포인트를 주고 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가끔 길을 잃습니다 괜히 시계도 자주 봅니다”라는 가사는 “싱거운 농담도 많이 해요”의 끝부분을 살짝 흐리는 것으로 조급함의 속도를 풀어헤친다. 훅을 여는 지점에 등장하는 “나는 혼자인 듯 혼자 아닌 사람입니다”에서 정밀아는 자신의 코러스를 덧대며 입체적인 사운드를 부여한다. 후반부에 이르러 코러스는 단순히 가사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때로는 허밍으로 때로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것으로 있던 정밀아의 코러스에 화답하듯, 정밀아의 보컬은 가사를 다 부른 다음에 같이 흥얼거리며 끝맺는다. 그리하여 이 곡의 ‘서술’은 단순히 자신의 상태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우주와 함께 있’는 서정과 ‘함께인 듯 함께 아닌 사람’이라는 선언을 메이저 코드로 자연스레 모두 끌어안는 노래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정밀아의 기타는 아르페지오 주법을 단순히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휴지와 연주를 적절히 구사하며 곡의 내재적인 구조를 보다 견고하고도 유연하게 만든다. 황급히 물러서지도 무리해서 나아가지도 않았다. 정밀아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결국 기타와 목소리였고 이번에도 그 작업은 이어졌다. 그러나 전작이 살아남은 사람의 의지와 위로의 따듯한 푸른 물길을 보태준다면, 이 노래에서 드러나는 정밀아는 자신의 환멸마저도 느끼고 견디면서도 연대의 끈을 오래도록 놓지 않는다. 지구력과 심지와 환희가 경계가 있다는 의식조차 없이 자연스레 뒤섞인다. 지금 여기, 절망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물결이 된 노래가 있다.  ★★★★

 

[김성환] 자신만의 색깔을 고수한 3장의 정규 앨범을 꾸준히 발표한 결과, 『청파소나타』(2020)로 마침내 제 가치를 평가받았던 정밀아가 발표한 3년만의 4집 『리버사이드』의 타이틀곡. 정밀아가 갖는 음악적 장점은 목소리와 그녀가 만드는 차분한 멜로디, 그리고 산문적 가사의 힘에 있다. 물론 포크라는 장르의 음악들은 화려한 치장을 자제할 때 오히려 멜로디와 메시지가 더 귀에 각인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앨범의 ‘여백의 미’는 더욱 강화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포크 밴드적 편곡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소리가 빽빽하기보다는 그녀의 보컬을 위해 빈 공간을 더 많이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상 속 삶의 장면을 일기처럼 풀어내는 그녀만의 산문적 서사 전달력이 더욱 원숙해지고 그 폭도 넓어졌다. 특히 이 곡 「서술」은 가사 면에서는 현재 정밀아 본인의 ‘현황 보고’의 성격을 가진 트랙이지만 마치 그녀 개인에게는 마치 윤동주의 「서시」같은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자신의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놓지만 동시에 그녀의 뮤지션으로서의 태도와 지향에 대해 스스로 다짐을 하는 한 편의 새로운 출사표와 같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가 어쿠스틱 기타만의 단촐한 연주 위에서 담담한 보컬과 함께 전달되기에, 듣는 이에게 그녀의 소박한(?) 다짐이 더욱 깊게 와닿는다. 여태까지의 그녀의 음악적 장점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더욱 성숙해진 서사의 깊이를 탑재한 정말 “아름다운” 노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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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서술
    정밀아
    정밀아
    정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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