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73-3] 오도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오도마 (O'Domar) 『선전기술 X』
70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0
Volume 2
장르 힙합
레이블 이엠에이레코딩스
유통사 와이지플러스
공식사이트 [Click]

[이아림] 요약하자면 난해하고 모호하다. “혁명은 스트리밍 밖에 있다.”라는 짤막한 소개 글은 불친절하고 장르를 넘어 각종 소리의 조각을 콜라주한 음악은 심오하다. 앨범 곳곳에서 등장하는 ‘선전’이란 단어의 사용은 그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장하고 있음을 암시하지만, 정작 메시지의 존재는 미지수를 의미하는 X로 대치된다. 그 결과 앨범의 주제 의식은 실체 없이 호도하는 것처럼 보이며, 이것이 선전의 본질과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음반이다. 수록곡 중 「기호2」, 「3H 정책」 같은 제목에서는 정치적 관념을 덧대어 선전 속 거짓과 선동의 의미를 강조하는 듯하고, 나아가 세상 속에서 선전이 이뤄지는 기술을 다룬다. 방법론적 측면에서 성가대와 뉴스 속 앵커의 멘트, 노래 가사까지 다양한 형태로 부유하는 메시지는 멸망을 이야기하고, 환난 속 오도마의 랩은 절망과 분노를 뱉는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힙합에 대한 무의식과 프레이밍을 다루면서 오도마의 생각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곡과 같다. 그의 염세와 관조적 시선은 전작 『밭』(2019)에서 보여준 모습과도 닮아있는데, "그만두려 했지 힙합"이라며 투지를 잃고 침잠하는 가사와 담담한 래핑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무게를 짚어내며 씁쓸함을 남긴다. 비교적 긴 러닝타임과 실험적인 면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으나, 이 음반이 누군가에게 좋은 음악으로 여겨지는 건 진솔하고 담대하게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세상을 관통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

 

[조일동] 자수성가의 감동이 고작 뻔한 클리셰가 되어 버린 현실.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 분노와 욕설에 공감이 어려워진 지금. 텅 빈 스웨그 남발에 지치는 순간. 힙합을 떠날 수 없어 방황하던 그는 힙합의 미학이 무엇이며 진심을 표현하는 라임과 플로우를 어떤 리듬 위에 풀어내야 할지 바닥부터 다시 고뇌한다. 이런 진심은 일견 이 시대와 괴리되도 많이 괴리된 행위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 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를 풀어내는 화자의 사운드 텍스처와 펀치라인의 의미는 더욱 선명해지고, 감동은 더 짙어진다. 장르 음악이라는 뿌리가 대중음악 문화의 존폐를 가르는 요소이며, 장르 음악의 힘은 화려한 싱글이 아니라 앨범 단위로 밀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의 뱃심에서 나온다. 이 뻔한 사실이 오도마의 음악 안에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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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9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오도마, 가짜인간
    가짜인간
    가짜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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