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72-4] 이설아 「친구야 (feat. 김사월)」

이설아 『작은 마을』
48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0
Volume 2
장르 포크
유통사 마운드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이 곡의 드러밍은 크로스 스틱 주법을 시작으로 이 곡이 정말 말하고자 하는 부분으로 느껴지는 훅에서는 드러밍을 전환하더니만, 반주 부분에서 필인이나 심벌을 강조한 드러밍을 선보인다. 그러더니 후반부에 이르러 심벌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다시 훅 부분의 드럼 패턴 연주로 돌아오는 방법을 선택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강조를 넣는 편곡이지만 그 점이 곡의 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단단히 묶여있다. 기타 또한 처음에는 등장하지 않다가, 느슨하게 리듬을 넣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후반부에 이르러 스트로크와 솔로잉을 강조한 기타를 집어넣지만 이 또한 곡의 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다. 이처럼 밴드 포지션을 바탕으로 한 이 곡의 편곡은 이설아의 보컬이 지닌 감성의 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운드를 묵묵히 받쳐준다. 또한, 신시사이저 연주는 피아노를 떠올리게 하는 도입부의 연주를 지나, 곡이 이어지는 내내 오르간처럼 연주하며 감성을 매끈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베이스 또한 노래에 착 달라붙은 채로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김사월의 보컬은 이설아만의 표현을 같으면서도 다르게 들려주는 데 성공한다. 이 곡은 단순한 곡이 아니다. 쉽게 들리도록 무수한 공을 들이되 구태여 티를 내지 않는 곡이다. (곡의 화자가 반드시 아티스트가 같은 사람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이설아는 친구와 함께 하는 곡만큼은 이렇게 하고 싶다는 듯 만들고 불렀다. 그리하여 견실한 태도와 충실한 음악이 높은 조응을 이뤘다. 들으면 들수록 이 곡의 단단함에 깜짝깜짝 놀란다.  ★★★☆

 

[김성환]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2014) 출신으로 인디 팝과 포크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싱어송라이터 이설아의 두 번째 정규앨범 『작은 마을』의 타이틀곡. 이번 정규작에서도 일상의 ‘인간관계’에서 얻은 경험들을 한 편의 일기장처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 중 김사월과 듀엣으로 녹음한 이 곡에서 이설아가 다루려는 주제는 바로 ‘우정’이다. 스마트 기기와 비대면으로 인해 친구 사이도 점점 ‘원격화’되고 자동으로 ‘거리두기’가 되어가는 시대에 그녀는 친구에게 노래로 ‘오래오래 같이 놀자’, 그리고 ‘늙어서도 널 살게 할께’라고 말한다. 결국 인간은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다시 타인에게 영향을 주면서 또 다른 관계로 발전해간다는 것을 역시 ‘음악친구’ 김사월과 함께 담담하게 전달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80년대 말~90년대 초반 가요 발라드처럼 들리기도 하는 편곡을 활용한 것도 이런 일상의 깨달음을 포크 팝적으로 전하던 그 시대의 정서를 활용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꾸밈없는 여리지만 또박또박 가사를 전하는 보컬의 매력도 여전하기에, 올해에 들었던 인디 팝-포크 계열 곡들중에서 꽤 깊게 기억에 남을 트랙이 될 것 같다. ★★★☆

 

[유성은] 이 곡을 들으면서 문득 떠올랐다. 어두운 침묵 속에 숨어 있을때 "그냥 걱정말고 나와, 맛있는거 먹자고"라며 굳이 찾으러 와주던 친구가. 무슨 말을 하던 잠자코 가만히 들어 주던 친구가. 자신과의 격렬한 싸움 중에, 가족에게조차 더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 점점 방구석으로 숨던 내게 장황하게 변명하지 않아도 따뜻한 이해의 전화를 걸어주던 그 친구.  특히 이 곡의 "늙어서도 널 살게할게 내 친구야" 같은 가사가 주는 안심이나 연대의 의미가 그 시절을 상기시킨다. 무난한 구성에 어렵지 않은 코드와 멜로디. (김사월과 함께 만든) 선하고 상냥한 음성에서는 Carole King의 명곡 「You've Got A Friend」(1971)도 떠오른다. 인생엔 직접적인 위로를 건네 받고 싶을 때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계절의 변화의 길목에서 쓸쓸함이 가슴에 깃들때 우정의 힘이란걸 믿고 싶을때 몇번이고 간절하게 찾게 될 곡. ★★★★

 

[정병욱] 슬프게도 우리는 ‘유대’와 ‘연대’, ‘우정’이나 ‘정’과 같은 가치가 일종의 유행이자 시대정신으로 여겨진 시기를 이미 몇 차례 지나왔다. 여전히 그것은 관계와 일상에 본질적이지만, 때때로 마치 한물간 가치나 흔한 잔소리처럼 혹은 어리석거나 연약한 태도처럼 여겨진다. ‘작은 마을’이라는 앨범 타이틀 아래 ‘친구’라는 관계에 집중하고, 착한 가요나 동요를 연상하게 하는 구성을 취한 이 노래 역시 누군가에게 그렇게 스쳐 지나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실체가 불분명한 진정성을 파고들 수는 없다. 대신에 가사와 편곡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는 있다.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가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닌, 구체적으로 발화하고 메시지를 전개하는 게 이 노래의 방식이다. 정밀아가 「언니」(2020)에서 통화로 포문을 열었듯, 이설아가 자신을 처음 알린 「엄마로 산다는 것은」(2014)에서 늦은 밤 과일 한 접시를 들여봤듯, 친구의 글을 보고 하나둘 그의 마음에 다가서는 스토리텔링이 노래의 강점이다. 친구를 향해 번져가는 생각과 마음에 맞춰 확장하는 구성과 끝에 이르러 합류하는 김사월의 목소리 등 편곡을 통해 세심함이 전달되기도 한다. 앨범의 소개글에 언급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이름의 이설아의 세계는 단지 힘든 세상에 대한 반전의 의미만을 띠지 않는다. 똑같은 메시지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보편의 언어 속에 (그런데도) 저마다의 관계, 각자의 마음이 있음을 강조하는 편에 가깝다. 단단함과 연약함을 모두 갖춘 다른 듯 비슷한 두 보컬의 존재감도 노래와 잘 어우러진다. ★★★☆

 

[조일동]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키보드 톤, 맑은 목소리 속에 담긴 정서, 투명한 기타 연주까지 더해지니 익숙한 편안함 속에 이설아의 굳은 심지가 전달된다. “우리 오래오래 같이 놀자, 늙어서도 널 살게 할게 내 친구야”라는 가사가 이렇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건 단순히 가사의 힘이 아니라 그 가사를 뒷받침하는 작곡의 힘, 연주의 힘, 편곡의 힘이다. 베이스 라인 사이를 타고 넘는 키보드의 매력과 오래오래 같이 놀자는 가사가 어울리는 장면은 괜시리 뭉클할 정도니 말이다. 물론 이런 평가가 오래오래 같이 놀기 힘들 것 같은 친구가 하나 둘 생겨나는 늙어가는 필자의 감정 때문일 수도 있다. 부정하진 않겠다. 그러나 김사월의 목소리가 더해지는 마지막 장면까지 들으면, 이 척박한 세상에 이런 심지를 가진 음악이라도 없었다면 어떻게 견뎠을까 싶어진다. 적어도 늙어서까지 오래오래 놀고 싶은 벗에게 조금이라도 의지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지랄맞은 현실에 이미 고사했을지 모른다. 가사가 귀에 닿기 전에 악기와 목소리의 어울림으로 가사가 이미 표현되고 있어 이 노래는 청자에게 더 큰 힘이 된다. 고맙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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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친구야 (feat. 김사월)
    이설아
    이설아
    이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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