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64-4] 할로우잰 「Nabijam」

할로우잰 (Hollow January) 『다떠위다』
62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08
Volume SP
장르 헤비니스
유통사 와이지플러스
공식사이트 [Click]

[이아림] 대중가요에서 5분을 넘어가면 대곡인 양, 숏폼이 대세를 이루면서 어느덧 3분이 채 되지 않는 곡이 많아진 요즘이다. 반면 할로우 잰의 신보는 10여 분에 달하는 타이틀 「Nabijam」을 필두로 최근 트렌드에 완벽하게 반하는 행보를 보여준다. 특히나 3분이 되어서야 시작되는 가사의 첫 소절과 음의 높낮이 없이 거칠게 내지르는 보컬은 애석하게도 취향의 호불호가 갈릴 것이란 예감을 남긴다. 할로우잰이 구사하는 스크리밍을 대개의 록/메탈에 떠올리곤 하는 스크리밍 창법과 특별히 구분 지을 필요는 없겠지만, 멜로디 없이 감정의 산개만으로 울부짖는 창법을 구사하는 희소성과 지속성은 이들을 스크리모 밴드로 별도 분류해도 좋을 것이다. 첫 발자취를 남긴 2004년 이후로 명반이라 회자되는 『Rough Draft In Progress』(2006)를 비롯해 호평을 받던 할로우 잰이지만, 여러 차례의 멤버 변경과 긴 공백기로 활동은 드물었다. 그런 만큼 약 9년 만의 신보가 갖는 기대치대로 『다떠위다』의 3곡이란 양은 아쉬울지언정 곡마다 느껴지는 질은 충만한 음반으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끊을 수 없는 흡인력이 강렬하다. 특히, 보컬의 기세와 반대되는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데, 「Nabijam」에서는 보컬이 폭발하는 동안 기타가 잔잔한 무드를 유지하던 것과 달리 낮은 텐션을 보이거나 노래하지 않는 구간에서는 화려한 스트로크로 곡을 채우며 벅찬 감정을 조율하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말미에 이르러 들려오는 풍성한 코러스까지 양감이 느껴지는 음악이며 ‘새 생명들’과 ‘눈 속의 꽃’에 빗대어 희망을 논하는 가사의 힘이 뛰어나다. 절망과 체념의 말투로 담아내는 생에 대한 의지는 아름답고, 고난을 딛고 일어서 본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릿함이 가득하다. ★★★★☆

 

[조일동] 『Rough Draft In Progress』(2006)과 『Day Off』(2014) 사이에는 8년이라는 시간이, 다시 EP 『다떠위다』까지 9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도 그 긴 기다림을 단번에 휘발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는 저릿한 아름다움으로 그득한 서사적인 록 음악이 담겨있다. 포스트록이니 스크리모니 하는 장르의 틀로 이 밴드를 설명하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할로우잰의 음악은 한국 대중음악 안에서 하나의 섬처럼 혹은 산맥 없이 우뚝 선 산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과거의 할로우잰은 하드코어의 흐름과 함께 했다. 그러나 이제 할로우잰 음악은 과거의 경험들을 뼈와 근육처럼 몸 안에 새겨둔 채, 오직 할로우잰만이 들려줄 수 있는 서사 세계에 안착했다. 임환택의 스크리밍 보컬은 이전보다 더 묵직하고 힘이 실리면서도 섬세하다. 이광재가 들려주던 예의 아르페지오 기타는 김경찬과 함께 우직하게 자기 세계를 그리고 있기에 더 감동적이다. 베이시스트로 남지 않았음에도 밴드 멤버로 정동진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도 반갑다.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밴드는 타협하지 않았고, 생활을 지키기 위해 음악을 놓치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아니 더 처절하면서도 더 서사적으로, 더 짙고 섬세한 흑백의 음악을 세상에 내놓았다. 10분의 서사 「Nabijam」이 굽이치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 보컬의 들고남 속에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른다. 할로우잰 멤버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정서를 듬뿍 품은 채, 여전히 저돌적으로 덤벼들며, 그 속에 여운이 길고 짙은 서늘한 미학을 남기고 있다. 음악에서는 변치않으려 노력하는 당신들의 존재에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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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Nabijam
    임환택
    이광재, 정우용, 김경찬
    이광재, 정우용, 김경찬, 임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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