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어느덧 활동 9년차를 맞이하며 걸크러쉬의 지향으로 몰려가던 K-Pop 걸그룹 트렌드에 피로를 느낀 팬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오마이걸의 9번째 EP 『Golden Hourglass』의 타이틀곡. 그들이 히트시킨 발랄한 섬머송들인 「살짝 설렜어 : Nonstop」(2020)와 「Dolphin」(2020), 「Dun Dun Dance」(2021)  등의 계보를 잇겠다는 의도가 느껴진다. 라이언전과 Scott Stoddart, Anna Timgren 등 「Dun Dun Dance」의 작곡진이 그대로 참여했기에 일정 부분 유사한 전개를 느낄 수 있다. 곡의 훅을 아예 처음부터 바로 공개하면서 시작한다는 것에서 그 유사성은 특히 두드러진다. 다만 그룹의 메인 래퍼 미미가 직접 랩 가사 작사에 참여하면서 꽤 긴 파트를 배당 받았고, 전체적으로 고음역으로 곡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에서 차별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청순 발랄형 걸그룹의 포맷을 연차가 된 이후에도 유지하고 있는 범위에서 갑자기 큰 변화를 보이긴 어려운 한계 속에서도 성숙해진 멤버들의 특징을 반영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안정된 가창력을 가진 효정-승희-유아의 3명의 메인 보컬 라인이 곡을 잘 지탱해주고 있기에 곡의 경쾌한 텐션을 잘 끌어주고 있다. 대세의 흐름에 굳이 끌려가지 않고도, 강력하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두려워함 없이 자신들이 그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었던 부분에 집중한 효과를 보여주는 트랙이라 생각한다.   ★★★☆

[열심히] 하이피치의 신스 사운드, 하우스 음악의 비트 메이킹과 빌드업을 촘촘한 구성 곳곳에 잘 활용해 지루할 여지를 최소화한 곡입니다. 다만, 워낙 곡의 전개가 변화무쌍 혹은 복잡하다보니, 캐칭한 후렴구도 분명하고 후크 파트를 꾸준히 반복하는 집요함도 있으나 어어 하고 따라가다 끝나는 느낌이긴 합니다. 분명 ‘시원함’을 강조하기 위한 사운드적 장치와 이를 각 보컬에 맞추는 기획적 디테일도 나무랄 데 없는 곡이긴 한데, 걸그룹 세대교체 시기의 격전기 (하긴 요새는 일년 내내 격전기인 거 같긴 합니다)에 상대적으로 ‘하던 것을 다시 잘 하는’ 곡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는 덜해진 듯 합니다. 개별 멤버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에 그룹 활동의 길이나 집중도가 짧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도 있을 거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