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이마에 땀이 맺히는 시즌이 가까워지면 관성적으로 장르 음악을 떠올리고 새로 소화될 목록을 상기한다. 카드 역시 다가오는 여름 시즌과 팀에 어울리는 트로피컬 사운드를 들고 나왔다. (리믹스 싱글에는 브라질 DJ Alok의 작업 2개가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룹이 받는 대외적인 지지의 기반도 그렇고, 세대론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씬의 분위기에서도 이들의 존재는 새삼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혼성을 강조하지만 그만큼 각자 분할된 역할에 충실한 드라이한 케미스트리가 그렇다. 두툼하게 통통 튀는 베이스 비트 위에 덧칠하는 여성 멤버의 보컬, 저음의 남성 멤버의 래핑에서 이런 역할 분배가 그룹의 결실에서 지금까지도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현 K 시장 안에서 이런 일관된 모습으로 나름의 양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를 긍정하게 된다. ★★★☆

[이아림] 강렬한 컨셉이나 혼성 그룹이기에 가질 수 있는 폭넓은 음역의 사용과 퍼포먼스 외에도 그룹 카드(KARD)의 강점을 꼽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카드만의 무드’가 확실하다는 것이 이들의 제일 큰 장점일 것이다. 뭄바톤 및 트로피컬 사운드가 인상적인 「Without You」는 이들이 가장 잘하는 음악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인상을 주며 나아가 ‘이것이 카드의 매력’이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데뷔곡 「Oh NaNa」(2016)를 비롯해 「RED MOON」(2017), 「Ring The Alarm」(2022) 등 대체로 뭄바톤 특유의 농밀한 무게와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도드라지는 곡이 많았던 것을 떠올리면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도입부의 영롱한 사운드는 지우와 소민의 보컬과 함께 트로피컬 사운드를 강조하고, 뮤직비디오 속 열대 우림의 시각적 요소들은 계절감에 맞춰 상쾌함을 더한다. 제이셉과 비엠의 랩은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곡에 무게를 더하며 중심을 맞추고, 간간이 등장하는 후렴구의 코러스는 이질적인 듯하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인위적으로 피치를 낮춘 코러스나 보컬과 랩의 이분화로 인한 분량의 차이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기는 하나, 하이톤의 소민과 로우톤의 비엠, 두 사람의 갭을 적절히 메우는 지우와 제이셉의 음색까지 네 사람의 음색이 적절히 어우러지는 곡이다. ★★★☆

[차유정] 댄서블한 팝으로 유유자적한 태도를 끌고 갈 것인지, 불안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특유의 기교를 내세울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서 후자를 택한 것 같다.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는 테크닉 속에서 온건함을 들려주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악착같이 붙드는 지점이 있다는것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