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즉흥적인 면을 꽤나 강조하지만, 이들이 만든 결과물은 이런 어필이 허풍처럼 느껴질 정도다. 나름의 사운드가 지닌 맛을 살리면서 자신들만의 ‘아이리시-펑크’를 흥겹게 구사하는 능력만큼은 보통 내공으로 소화할 수 있는 일이 아닐 터. 그들 각자의 내공만으로는 불가능한 협업이 앨범 전반에 골고루 배어 있는 걸 보면, 이 밴드가 얼마나 수고로운 작업을 거쳤는지를 능히 짐작할 만 하다. 진하게 밴 달관과 체념의 정서(사실 모든 펑크록이 그렇지만)가 독특하고 완전하게 불타오른다는 점에서 올해 나온 펑크 곡 중에서 가장 이채롭다고 할 만 하다. 모르고 지나친다면 후회할 진국의 펑크 트랙.  ★★★☆

[김성환] 플라잉독의 이교형(보컬/기타), 웨이스티드쟈니스를 이끈 안지(베이스), 크라잉넛의 이상혁(드럼)과 김인수(아코디언/아이리쉬휘슬)가 결성한 데디오레디오의 정규 1집 『Green Tattoo』의 타이틀곡. 펑크록-블루지하드록-헤비메탈이란 세 장르 출신의 뮤지션들이 모인 결과, 흥미롭게도 이들의 음악에선 그 세가지 요소가 모두 드러난다. 물론 김인수가 연주하는 아코디언의 존재로 인해 크라잉넛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 그러나 그보다 ‘대책없이 신나는’ 방향으로 곡을 끌어가고, 때로는 이교형의 메탈풍 기타 솔로가 터져나오기에 크라잉넛과는 전혀 다른 맛을 보여주는 부분들도 존재한다. 특히 힘차면서도 시니컬한 안지의 보컬의 매력은 웨이스티드쟈니스의 추억을 되살려준다. 이 곡 「Tattoo」는 분명 펑크록이지만 좀 더 하드코어적인 톤과 스피드를 가진 기타 연주 위에서 보컬의 합창, 그리고 김인수의 아이리쉬 휘슬 연주의 이국적 기운이 완벽하게 융합되었다. 멤버들의 유쾌한 에너지와 ‘월드뮤직’의 한 갈래를 꿈꾸는(?) ‘조선펑크’의 강력함이 결합한 흥겹고 유쾌한 록 송가다. ★★★★

[박병운] 크라잉넛이 펑크 장르로는 전무후무한 인지도를 발휘하며 공중파에도 등장했던 그 때, 큼직한 아코디언을 들고 가세했던 김인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시기 전후 밴드는 스카는 물론 폴카 등 주변 장르까지 와그작 씹으며 소화하던 시기였는데, 이 왕성함엔 김인수라는 존재가 원천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었을까 유추한다. 밴드의 드러머인 이상혁, 플라잉독의 기타 이교형, 웨이스티드쟈니스의 베이시스트 안지가 가세한 새 밴드 데디오레디오의 정규반엔 김인수의 목가적인 휘슬이 명료하게 들리는 아이리시 펑크를 표방하고 있다. 그의 칼칼한 보컬엔 당연히 메탈릭한 음악인의 취향도 반영되어 있거니와 이 소란스러운 떼창은 클럽 씬 공동체의 혈기 왕성한 에너지를 여실히 전달하고 있다. ★★★☆

[조일동] 펑크가 만들어온 난장판의 역사는 싱얼롱을 통해 연대를 창출하고자 하는 시도임과 동시에 이 단체 행동이 기성세대, 기성 권력의 권위에 위협을 가하고자 하는 몸짓이기도 하다. IRA로 대표 되는 길고 긴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반영한 아이리쉬 펑크에는 친근함 속에 지치지 않는 연대의 힘이 묻어있다. 여기에 아이리쉬 휘슬 특유의 구수한 청아함(?!)까지 더해진다. 아이리쉬 펑크의 사운드와 정신은 분열, 갈등, 생계의 허덕임 어딘가에 지친 한국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꿈이란 단어를 지운 이들에게 “다시 또 깨어나서 우리 일어나서 소리치자”로 치환된다. 단순하지만 가슴을 크게 치고 가는 펑크의 술냄새 가득한 한 방이 묵직하다. ★★★☆

[차유정] 아무리 애를 써도 다짐과 결의가 먹히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일단은 허공에다 소리지르고 싶다. 일단 이런 감정을 가지고 시작하면 아무리 말이 안된다 하더라도 중후반부에 길을 잃기 태반인데, 절망 뒤에 오는 현실감 앞에서 느껴지는 지금의 감정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잘 다듬는다. 그래서 약간은 유치하고 서글픈 비애가 약간 싫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사소하나마 '용기'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트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