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오보에를 강조한 인트로가 곡에 전체적인 ‘무드’를 입힌다. 왈츠나 미뉴에트 같은 춤곡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3/4박자를 때로는 정확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지키는 베이스와 기타를 기반삼아, 김목인은 산책의 ‘한가한 느낌’을 노래로 다잡는다. 현악 세션으로 넓어지는 대목에서 등장하는 다정의 목소리는 함께 하는 춤의 파트너처럼 김목인의 목소리와 적절한 쌍을 이룬다. 그러니까 이 곡은 도심산책을 하나의 춤으로 은유한 곡아라고 할 수 있다. 김목인은 때로는 이어지고 때로는 혼자 걸으면서 이어지는 소요(逍遙)를 주변을 관조하며 추는 느긋한 춤사위로 구현한다. 세파(世波)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현실과 적절한 관계를 맺어가며 자신만의 리듬과 폼과 체(體)를 유지하기 위한 김목인의 태도가 돋보이는 곡. ★★★☆

[김성환] 데뷔작 『음악가 자신의 노래』(2011)을 시작으로 10년 이상 한국 인디 포크계에서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은 김목인이 5년만에 발표한 정규 4집 『저장된 풍경』의 타이틀곡. 포크라는 장르에서 유독 중요한 의미로 부각되는 것이 가사 속에 담는 메시지라 한다면, 담담한 목소리로 전하는 세상의 문제에 대한 김목인의 냉철한 시선은 단연 돋보이는 매력이다. 다만 이번에는 그 메시지를 ‘직설적 생각의 표현’보다 앨범 제목처럼 ‘배경적 묘사’로 활용하며 자신의 사색을 풀어내는 센스를 추가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직접 도심에서 목격한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이는 이 곡 「도심산책」의 경우, 이러한 앨범의 작사 방식의 중심에 서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세상은 변함없이 굴러가고 있음에 대한 그의 작은 깨달음이 꽤 잔잔히 묘사되고 있다. 미니멀한 일렉트릭 기타의 울림, 잔잔한 브러쉬 드럼, 그리고 스트링 세션의 고풍스러움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함께한 다정의 보컬은 김목인의 보컬과 안정된 균형감을 제공한다. 일기장을 들여다보던 것에서 시나 수필을 보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보다 풍성해진 서사 표현의 매력과 정감 어린 가창의 감흥이 담긴 작은 휴식과 같은 음악이다. ★★★☆

[유성은] 김목인은 일상의 서사를 캠코더로 찍은듯 선명하고 밀도있게 서술하면서도, 알기 쉬운 멜로디를 정갈하고 바른 목소리와 나른한 분위기에 실어 거창하지 않은 깨달음과 상념을 자분자분 노래한다. 코로나 시대에 변한 거리의 모습과 달라진 삶의 모습, 가장 평범하고 보통이라고 생각했던 일상의 풍경이 알고보니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10곡의 트랙안에 주섬주섬 모아 담았다. 「도심산책」은 속도를 줄이고 가속도를 늦추고 주변 사람의 낮은 발소리에 몸을 맞추어 걸으며, 특별할것 없어 보이던 가장 소중한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오는 우리의 모습을 차분한 음악으로 만들어낸 곡이다. ★★★★

[조일동] 『콜라보 씨의 일일』(2017)이 매끄러운 노래 속에 차가운 시선이 숨겨져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따스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앨범을 여는 「도심산책 (feat. 다정)」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풍성한 비브라토가 여유를 전하는 인트로부터 어쿠스틱 기타와 가벼운 슬라이드 기타가 만나며 자아내는 게으름의 정서, 노래를 마감하는 따스한 숨결이 느껴지는 오보에 연주까지, 사운드에 온기가 가득하다. 필부(匹夫)들의 평범한 하루를 게으르게 느껴질 정도로 관조하는 당연한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는 뼈저리게 느꼈다. 김목인의 노래는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된 혹은 다시 당연한 일이 되길 바라는 여름날 오후의 풍경을 그린다. 따뜻한 그의 노래 속에서 오히려 그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된다. 훌륭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