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영화 《소공녀》(2017)에서 미소(이솜 분)의 하루를 충만하게 채우는 것은 한 모금의 담배와 위스키 한 잔이라고 했던가. 그 하루의 행복지수만큼도 하락해주진 않겠다는 각박한 서울살이의 불투명함이 작품의 마무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꿈길 위에 헤매는 키보드에 박소은이 직접 연주한 거친 톤의 일렉 기타가 뚜렷한 고집을 보여준다. 예의 부드럽고 차분한 보컬이 여러모로 달리 들리는 곡. 어쩌면 전작 『고강동』의 수록곡 「눈을 맞춰 술잔을 채워」(2020)의 자매의 위치에 해당하는 작품일지도. ★★★☆

[유성은] 록킹한 사운드를 경쾌하게 풀어내며 청명한 발성과 불완전한 반복으로 걸스록처럼 노래한다. 박소은은 스웨터의 이아립이나 푸른새벽의 한희정처럼 마음 속 내밀한 곳에 직접 닿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기타팝에 가까운 쟁글거리는 사운드에서는 백예린이나 발룬티어스의 작업물들이 떠오르는 트렌디함과 깊은 공감도 읽힌다. 앨범에 풍성하게 수록한 열두곡에는 폭넓게 공감하기 쉬운 멜로디와 사색들을 아낌없이 풀어냈다. 독립적으로 각각의 세계관을 전개한 곡들을 박소은이란 하나의 큰 주제로 이루어진 수필집에 빼곡하게 채워낸 의욕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