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내 어찌 감히'의 화법으로 움츠려들다가 종내엔 상대에 대한 추앙에 닿던 신해경에서도 그런 내성적인 톤이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데모 버전에서 EP 버전으로 강화되면서 기타의 질감이 한결 뚜렷해진데 더해 색채감마저 몰려왔다. 입김을 뿜게 하는 아스라한 새벽 공기의 낮은 온도를 일순 온화하게 만드는 밝은 기운의 공감각적 경험까지. ★★★☆

[유성은] EP의 수록곡들은 꿈결같은 뿌연 공간을 풍부한 색깔의 기타 사운드로 층층이 메운다. Beach Boys의 캐치한 대중적인 멜로디와 Spitz의 풋풋한 차분함이 공존하는 김새녘의 음악은,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좀처럼 떼기 힘든 우아함이 가득하다. 그것은 마치 잠들 수 없는 여름밤의 뒤척거림처럼, 쏟아지는 장마 사이에 잠깐 고개를 내미는 햇살처럼, ‘간절한 설레임’ 이라 부를만한 짙은 감성을 음악으로 구체화시킨 형상이다. 밤새 곰곰히 찬찬히 음미할 수 있는 ‘질리지 않는 음악’ 의 탄생이다. ★★★★

[차유정] 우울한 감정을 스스로 두고 보는 노래는 많지만, 거기다가 원초적인 분노를 얹어서 최대한 조용히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자조적인 슬픔이 주는 이상한 열등감을 철저히 밀어두고 냉혹하게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모습.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팝 사운드. 그 자체가 다른 것을 다르게 보려는 처절한 노력의 한 페이지처럼 느껴져 슬프게 다가온다. 노력하는 용기와 패기 역시 패배의 전초전이었음을 고백하는 노래는 오랜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