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듣는 내내 말로의 「놀이터」(2008)나 낯선사람들의 「비닐우산」(1993)과 같은 곡들을 떠올렸다. (「비닐우산」에서는 드럼이 등장하긴 하지만) 구음으로 이뤄진 재즈트랙이라는 장르를 의외로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이효정은 그들과 다른 구조와 밀도를 들려준다. 마치 멜로디 모음처럼 들리는 곡에서 이효정은 구조적인 전환을 통해 서로의 연관성을 의도적으로 흐트러트린다.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면 지루할 수 있는 대목을 전환했기에, 각자의 멜로디가 주는 감흥이 특유의 영리함을 잃지 않았다. 자칫 일관성 없는 모음으로 비춰질 수 있었을 텐데 ‘알고리즘’ 둘러싼 주제의식이 모든 멜로디에 고스란히 배어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특유의 답답함에서 상쾌한 자유로움으로 경쾌하게 이어지는 트랙이다. ★★★☆

[김성환] 1집 『상처난 손가락』(2014)와 2집 『Beta Girl Funk』(2018), 그리고 2019년 미국에서 레코딩한 3곡의 디지털 싱글을 통해 재즈 싱어송라이터로서 개성강한 면모를 보여준 이효정의 최신곡. 그간에 발표했던 곡들에서도 그녀는 단순히 고전을 커버하거나 보컬 테크닉의 과시가 목표가 아닌, 재즈와 여러 장르의 활용을 통해 일상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 노력을 해왔다. 이번 새 싱글도 곡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인터넷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상업주의의 만남이 가져온 문제점들에 대해 한글과 영어 가사로 위트있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곡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요소는 ‘1인 아카펠라’라는 음악적 시도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스캣과 가창 샘플들을 조합해 완벽한 1곡의 음악으로 완성해냈다는 점이다. 분명히 한 사람의 목소리에서 나온 소리의 파편들이 조화롭게 샘플링되어 다양한 악기의 조합처럼 들리게 되는게 아카펠라 악곡의 고유한 매력이라면, 그 점에서는 치밀한 완벽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메인 멜로디와 메시지를 전하는 보컬 라인에서도 전반부의 한국어 가창을 통한 심플한 메시지 전달과 중반부의 영어 가창을 통한 재즈 스탠다드적인 접근법의 양면 활용도 곡의 큰 매력이다. 재즈라는 장르가 대중과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에 주목해야 할 싱글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

[박병운] 뮤직비디오 속 음악인의 다양한 캐릭터(헤어스타일과 목소리의 고저로 구분되는 스캣을 제각각 편집으로 한데 보여준다)를 통해 싱글의 제목이자 그 테마인 '알고리즘'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음악적 견해를 들려준다. 소비하는 주체이자 그 소비 자체의 연계와 흐름을 고민하는, 지적인 사유가 담긴 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