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분절적이고 불규칙한 악기들이 파열하듯 맞물리며 초반 40여초를 지나갑니다. 곡의 진행 내내 즉흥적인 연주의 합을 연출하는 듯한 독특한 접근을 지속합니다. 공간감을 극대화하며 거칠게 잡힌 기타와, 곡을 받치기보다는 다분히 자기 중심적으로 묵직하게 들어가는 드럼이 경쟁하듯 발산하는 연주를 선보입니다. 앨범 전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 곡에서는 기타와 드럼에 비해 베이스가 자신의 음역대를 견고히 잡으며 나름의 완충 역할을 합니다. 잼 하듯 연출된, 맞물림은 헐겁지만 거기서 오는 묘한 원초적 에너지는 인상적인 곡입니다.  ★★★

[조일동] 잼의 순간을 그대로 담은 연주다. 단순하지만 힘있게 밀어붙이는 색소포니스트 장효석의 드럼 연주(!) 위로 굵직하게 긁어대는 기타가 단순하지만 힘 있는 솔로를 몰아댄다. 이 사이에서 철컹대며 킥 드럼과 보조를 맞추는 베이스가 단단하다. 블루스록을 토대로 하지만, 날 것의 연주가 주는 느낌은 웬만한 펑크 밴드를 상회한다. 미려함 대신 뭉개짐을 선택한 과감함은 연주에 대한 상호 신뢰의 발로처럼 들린다. ★★★

[차유정] 와인이 주는 멜랑꼴리함을 두손으로 모두 박살내겠다는 심정으로 기타가 폭주한다. 어떤 오브제를 빌어서 '내 심연은 달리고 있고 쉰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볼까 했는데, 와인이 얻어걸린 모양새다. 리듬의 정교함 보다는 끝없이 이어지는 매듭처럼 짧게 치고 나가는 음들속에서 끝나지 않은 듯 끝내는 형식을 선택했다는 것은 둘중 하나다. 영원히 끝내기 싫거나 끝을 위한 소나타가 하나 더 남았거나. 나는 후자에 내기를 걸고 싶다. 오랜만에 듣는 그 자체로 탄성을 지닌 록넘버와의 만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