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위트와 패러독스

Nirvana 『Nevermind』
69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1.09
Volume 1
장르
레이블 DGC
공식사이트 [Click]
Kurt Cobain은 이 앨범이 더욱 ‘더럽고 무거워야’ 했다고 말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Butch Vig은 기실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니었을까. 이 앨범이 의도대로 들리는 것마저 불친절한 앨범이 되었더라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튀어나오는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다른 밴드들이 유사하게 사용한 코드인데도, 「Come As You Are」의 일렁이는 기타 톤이 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었던 것은 이 앨범이 상대적으로 클린한 톤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던가. 이 앨범이 깔끔하리만치 플랫한 스탠스를 끝까지 유지했기 때문이에 일그러진 전반부의 곡들과 줄기차게 달리는 후반부의 곡들이 무람없이 얽힐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앨범은 무겁게 들려서 걸작이 된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록의 원초적 외침이 명확하게(혹은 재치있게) 들려서 걸작이 된 게 아닐까. 여하튼 당혹스러운 점은 논쟁 끝에 나온 이 앨범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 앨범의 오리지널 믹스가 특유의 톤을 이룩한 방식을 곱씹어보자. Kurt Cobain은 간결한 파워 코드 중심의 리듬 기타를 톤을 강조한 사운드로 앨범을 한껏 열어젖혔다. (「Smells Like Teen Spirit」, 「Come As You Are」의 중후반부에 솔로 기타 라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펙터로 억눌렀기 때문에 라인의 유려함보다 넓은 톤이 먼저 귀에 들어온다.) 이런 방식이 뭉툭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그의 날카로운 보컬 덕분이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배치한 가사를 특유의 날카롭고 억누른 보컬로 표현하면서 이 앨범이 자칫 상실할 수도 있었을 예리함을 더한다. 팝의 그것처럼 어떤 전달과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언더그라운드의 방식과 일치했으나, 이를 난해한 구조 속에 애써 집어 넣지 않았다. 되려 표출하고자 하는 곳에서는 과감하게 기타 사운드를 빼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때 그의 보컬은 마이너 코드 특유의 뉘앙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곡의 음습한 기운을 고스란히 유지시킨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Nevermind』의 사운드 메이킹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적어도 이 앨범은 Dave Grohl의 묵직한 드러밍과 Krist Novoselic의 저음 위주 베이스가 없었던들 제대로 성립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Nirvana에 합류한 Dave Grohl의 드러밍은 (물론 그 자신은 어느 정도 부정하긴 했지만) 이 앨범 특유의 거친 사운드에 깊이를 부여했다. Krist Novoselic의 베이스는 자칫 괴리될 수 있었던 Kurt Cobain의 기타와 Dave Grohl의 드럼을 저음부를 강조하는 플레이로 확실하게 부여잡았다.

결국 이 앨범은 다른 누구도 아닌 Nirvana 멤버들의 절묘한 케미스트리 만으로 성립할 수 있었다. 수많은 갑론을박이 있을지언정, 이 앨범의 사운드가 무엇보다 ‘밴드’의 작업물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앨범의 20주년 기념 리마스터링 앨범은 바로 이 점을 간과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Nirvana의 사운드가 꽤나 독특한 지점에서 성립이 되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Kurt Cobain의 신화적인 위치 또한 이런 토대 위에 있었기에 훨씬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는 펑크 록에서 출발했지만, 펑크 록이 태생적으로 얼터너티브 펑크를 내포한다는 점을 잘 알았던 영리한 록커였다. 그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위해 더욱 깊이 내려갔고, 더욱 날카롭게 자신의 음악을 벼렸다. 그 결과, 우리는 「Polly」와 「Something In The Way」의 나조곤함마저도 다른 표현의 록 (포크가 아니라!) 이라 수긍할 수 있는 앨범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이 앨범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창작자 스스로가 부인한 결과물에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있고, 바로 그 점이 이 앨범의 현대적 위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즐기는 사람들도 있으며, 이 앨범이 은밀하게 마련한 대피소에 몸을 숨기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러 상업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얼터너티브 록 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 앨범의 미스터리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앨범은 그 모든 말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만의 자세와 위치와 배경을 유지한 채, 오늘도 스스로의 문제적인 위치를 끊임없이 갱신할 뿐이다. 의외로 유연하게, 더불어 자연스럽게.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Smells Like Teen Spirit
    -
    -
    -
  • 2
    In Bloom
    -
    -
    -
  • 3
    Come As You Are
    -
    -
    -
  • 4
    Breed
    -
    -
    -
  • 5
    Lithium
    -
    -
    -
  • 6
    Polly
    -
    -
    -
  • 7
    Territorial Pissing
    -
    -
    -
  • 8
    Drain You
    -
    -
    -
  • 9
    Lounge Act
    -
    -
    -
  • 10
    Stay Away
    -
    -
    -
  • 11
    On A Plain
    -
    -
    -
  • 12
    Something In The Way
    -
    -
    -
  • 13
    Endless, Nameless
    -
    -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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