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스테이씨는 데뷔한 지 1년도 안되었지만 국내는 물론 꽤 빠른 해외 팬들의 호의적 반응이 오고 있어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아무래도 유튜브의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 《K-POP Evolution》(2021) 을 통해 이들의 데뷔 전 준비과정이 자세히 소개된 여파에 지난 싱글 「ASAP」(2021)의 바이럴 히트도 영향을 준 것 같다. 무엇보다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은 그들의 음악 속에 현재까지는 나름 일관된 콘셉트를 이끌어가고 있다. 퓨쳐베이스 및 카와이베이스에 기반을 둔 EDM 비트와 「ASAP」에서도 활용된 플룻 느낌의 신스 샘플의 활용, 하지만 속도감보다는 적당한 BPM에 맞춰 보컬이 강조될 수 있는 편곡이 이들 음악의 특징. 「색안경」도 역시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트랙이지만, 후렴에 해당할 파트에서는 훅의 반복을 피하고 하나의 독립된 기승전결의 16마디 멜로디 전개가 이뤄지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다. 보컬 파트 또한 각 멤버가 지닌 음색의 개성이 적재적소에 잘 안배했다. 영국의 전통 음악지 NME에서 이번 EP에 준 ‘별 5개’가 지나친 팬심(?)일 지도 모르지만, 스테이씨와 이 곡은 분명 2021년 K-POP이란 장르가 가진 장점을 보여주는 트랙임은 분명하다. ★★★☆

[열심히] 빠르고 격하며 정신없는 전환으로 극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최근의 지향과는 조금 다른 곡입니다. 다채로운 전개지만 무리수는 두지 않습니다. 신스나 샘플링된 보컬, 브라스 사운드 등으로 각 파트마다 색을 더하지만 전반적으로 보컬에 집중하게끔 차분히 빠진 사운드를 지향하죠. 하이틴 팝이라는 그룹의 지향점과도 잘 맞는 방향성이면서, 조금은 고전적인 걸그룹 초기 성공공식에도 충실한 곡으로 보입니다. 자극 포인트에 집중한다면 무난하거나 밋밋하게 들릴 구석도 있지만, 초기 걸그룹에서는 소녀들의 존재감이 그 어떤 사운드보다 확실한 엣지 포인트니까요. ★★★☆

[유성은] 팬시한 아이돌의 아기자기한 일렉트로닉 걸스팝으로 치부하고 넘겨버리기엔 제목과 가사가 주는 메세지가 생각보다 묵직하다. 메세지 전달을 위한 프로듀서의 방향 전환 덕분에 단순 반복에 강조점을 두는 전작들의 패턴에서 멜로디의 기승전결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도입구와 후렴구의 중독성, 빠르거나 독특한 리듬에 사활을 거는 다른 아이돌들의 곡들과 차별점을 두게 된다. 블랙아이드필승의 기존곡들보다도 리듬 파트의 편곡이 현란한데, 멤버 개개인의 목소리에 집중할수 있도록 여타의 트랙을 줄이고 단촐하게 구성한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멜로디가 좋고 귀에 남는다. 세번째 곡에 이르러 스테이씨는 어떻게 해야 대중에게 먹힐수 있는가에 대한 걸그룹의 일차적 고민에서 벗어나, 어떤 것이 스테이씨의 정체성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그 고민의 해답은 이렇듯 꽤나 긍정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