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세 랩퍼의 랩만 들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데다, 미니멀하게 디자인한 비트 또한 이 세 명의 합을 잘 돋운다. 쿤디판다의 랩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화나와 개코의 랩이 가득 채워준다. 정체성이 뚜렷한 세 명이 선보이는 랩이지만, 따로 놀지 않고 한 곡으로 수렴된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전력을 다하는 일에 여유를 갖추었기에 부담없이 이들의 랩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

[열심히] 《Show Me The Money 9》(2020) 이후 높아진 인지도 덕분일까요. 아니면 랩스킬 어필이라는 지향에 맞추기 위해서였을까요. 개코와 화나를 피쳐링으로 불러온 이 곡은, 최근의 이런저런 트렌드와는 무관하게 철저하게 스킬과 라임 중심의 랩게임에 집중합니다. 엇박을 타면서도 딱딱 떨어지는 정교한 개코의 파트나, 특유의 텐션을 잘 짜인 라임으로 붙잡고 가는 화나 파트의 대비가 뚜렷해서 듣는 맛이 적잖습니다. 쿤디판다는 이렇게만 말하면 엄청 밀릴 것 같지만 은근히 선방했습니다. 구성 상 쿤디판다의 두 버스와, 그 뒤로 화나-개코가 이어지는 구성인데, 앞뒤 버스와의 조화도 어느 정도 신경쓴 것 같으면서 동시에 묘하게 곳곳에서 저스디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

[유성은] 쿤디판다, 화나, 개코가 각자의 톤으로 진행하는 랩을 따라 금속성 가득한 비트가 질감을 바꾸어 시시각각 전개한다. 쿤다판다의 날카로운 랩핑은 청각적 자극의 극한을 넘나들며 쏟아내는데, 마치 고전 아케이드 게임의 대장정을 플레이하듯 긴장감 넘치게 귀를 파고 든다. 전작인 『재건축』(2017), 『가로사옥』(2020)부터 선보였던 더욱 잘게 박자를 쪼개는 랩핑에서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화나의 독보적인 라임은 여기서도 퇴색하지 않은 채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고, 개코는 시종일관 엇박을 타며 고조된 긴장감을 비트는 역할을 감당한다. 이 곡 외에도, 『MODM : Original Saga』의 수록곡 모두 에너지 가득한 랩과 근미래감이 철철 흐르는 비트, 정규 앨범 만큼의 볼륨을 자랑하는 아이디어 넘치는 트랙의 향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