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Soony Eight : 소길花』 (2018) 처럼 둘로 나뉜다. 앨범의 첫 네 곡은 기실 하나의 긴 곡이다. 「바람의 노래」에서 피아노가 엇갈리는 지점을 들을 때서야, 이 앨범이 장필순 8집이 끝나는 자리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온기마저도 마른 자리에서 끊임없이 피어나는 모티브들이 서로를 쓰다듬는다. 

조동진의 유작 『나무가 되어』(2016) 끝에서 장필순의 8집 앨범이 시작하듯, 앨범의 서두에 위치한 세 곡의 연주곡은 장필순의 앨범이 말을 끝낸 자리를 잇는 긴 침묵이다. 한 번의 적당한 침묵과 한 번의 짧은 침묵 그리고 한 번의 긴 침묵이 경계를 구태여 딱 부러지게 짓지 않고 이어진다. 「내가 내게 선사하는 꽃」에 장필순의 목소리가 실려 나올 때서야 우리는 그 ‘꽃’이 기나긴 침묵 속을 통과한 끝에 피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앨범의 1부는 그렇게 피운 꽃을 보여주며 끝난다.

「Song For Chella」를 기점으로 2부에 접어든다. 여기서 「Lullaby」까지 사실상 트랙은 하나로 연결된다. 1부의 곡들이 자연스레 연결짓는 구성으로 곡들을 잇는다면, 2부는 대체로 노이즈 성향의 소스들이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Song For Chella」에서 「그 겨울 얼어붙은 멜로디로」의 사이, 「내 앞의 신기루」와 「날개 II」의 사이만 1부의 연결처럼 넘어갈 뿐이다.

왜 하필 두 개의 예외가 남았을까. 말하자면, 「Song For Chella」는 2부의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이 곡과 그 겨울 얼어붙은 멜로디로」에 다시 등장하는 장필순의 목소리라는 구성은 1부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내용이 다르다. 1부가 지난한 겨울 끝에 다뤄진 꽃을 다룬다면, 2부는 그것을 채 보지도 못하고 떠난 사람을 그리워한다. 추억의 구체적인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 놓은 채(「farewell, jdj, knh」)  조동익은 자신이 온전히 노래할 수 있는 부분만 감당한다. 「내 앞의 신기루」와 「날개 II」는 조동익이 말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1부가 현재 속에서 피어오르는 꽃을 음미한다면, 2부는 거칠고 황량한 기억 속에서 드문드문 올라오는 추억을 곱씹는다.

그러나 결국 하나의 앨범이다. 1부와 2부는 실상 같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반복적인 행위다.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과 현재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이 결국 다르지 않음을 이 앨범은 두 번의 큰 반복으로 설명한다. 형이자, 음악적인 지주였던 조동진이 제비꽃을 세 번이나 바라보았듯이, 조동익 또한 다른 음악적 접근을 통하여 꽃을 만난 것이다. 

앨범은 「바람의 노래」가 어떻게 「Lullaby」가 되는지를 굳은 살 배긴 손으로 끈질기게 반추한다. 거센 바람이 자장가로 변할 때까지 모든 마음이 부딪쳐서 소진되기 직전에서야 날개는 간신히 소진의 노래를 입고 날아오른다. 소멸을 기다리는 자세가 소멸을 두려워하는 자세보다 더 숭고한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소멸의 시간에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가 만난 사람들의 향기뿐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소멸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동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