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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05] 이승철 『Reflection Of Sound』 : 매력 50% 컨템포러리

이승철 『Reflection Of Sound』
1,06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6.09

자켓만 보면 벌써 간지가 딱 나온다. 깔끔한 보라색 남방에 무던한 그의 표정. 리메이크 앨범 『A Walk To Remember』(2005)의 환한 웃음과 7집 『The Livelong Day』(2004)의 온화함을 잇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뮤지션 이승철의 간지다. 이젠 누가 뭐래도 그는 중년이고, 더불어 그를 향해 괴성을 지르던 소녀들도 덩달아 중년이 되었다. 그래서 이승철은 ‘나이값 하는’ 음악을 선택했다. 음악이 항상 젊어야하는 법은 없으니까. 음악이 항상 그 자체로 자족적인 텍스트일 필요는 없으니까. 이제는 자기 앨범의 자켓만큼이나 온화해지고 무뎌졌을 그때의 ‘괴성소녀’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한 것이다. 뭐 그렇게 하다보면 지금의 괴성소녀들까지도 좋아해주곤 하니까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닥쳐오고 있는 가을을 생각하면 그의 이번 8집 앨범은 말 그대로 실용음악이자, 심지어 힐링(healing) 뮤직이다.  

일단 반주가 어쿠스틱이라는 점에서 컨템포러리를 향한 이승철의 심지는 7집보다 설득력을 얻는다. 어딘지 모르게 깡마른 느낌을 주고 가끔 조악하단 느낌마저 주었던 7집의 리듬 프로그래밍에 비한다면, 드럼을 맡은 신석철(신중현의 3남!)과 퍼커션을 맡은 조현준의 붙박이 기용은 앨범에 기초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붙박이인 베이시스트 신현권을 더하면? 앨범의 기초공사는 더 이상 걱정 할 것 없다.

뻔한 얘기지만, 결국 관건은 인테리어에 달렸다. 기초공사 튼튼하니까 집 모양도 예뻐야 하는 거다. 곡이 좋아야 한다는 얘기다. 보컬의 황제 이승철에게 얼마나 많은 작곡가들이 문을 두드릴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사실 컨템포러리를 향한 그의 심지라는 게 그렇게 어마어마한 게 아니다. 좋은 곡 고르기, 이 능력 하나면 탄탄대로는 따 놓은 당상이다.  

그리하여 초반 진입로는 충분히 탄탄대로다. 먼저 「하얀새」와 「소리쳐」는 7집의 「긴 하루」(2004), 「무정」(2004) 커플에 필적하는 강력한 원투펀치다. 곡의 고급스러움이나 호소력을 따진다면 오히려 7집보다 한 수 위다. 「하얀새」는 2절 뒤에 곧장 브릿지(bridge)를 들이대는 깜짝쇼와 하림의 하모니카 연주로, 「소리쳐」는 단순소박한 후렴의 멜로디와 가사로 듣는 이의 귀를 한껏 잡아당긴다. 이렇게 확실히 잡아당긴 연후에 바로 「Annie」와 「나를 믿어줘」가 등장하는데, 그 나긋나긋하고 덤덤한 것이 원투펀치와는 차원이 다른 맛을 제공한다.「Annie」는 전주가 딱 시작되자마자 Fourplay가 단박에 떠오를 만큼 컨템포러리 재즈를 연주뿐만 아니라 사운드에 있어서도 제대로 구현한 케이스고, 「나를 믿어줘」는 응응응을 향한 이승철의 심지와 동의어로 쓰이고 있는 ‘절제의 미학’을 가장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마구 내지르지 않아~’라고 「나를 믿어줘」의 후렴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필자에겐 딱 여기까지였다. 뭐 이어지는 「Wish」와 「작은 기대」까지는 그럭저럭 수긍하겠는데 그 뒤로는 뇌리에 남는 건더기가 없다. 7집이 발굴한 유망 작곡가 전해성의 곡 2개도 좋은 줄 모르겠고, 팬클럽 모니터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는 「시계」는 더더욱 좋은 줄 모르겠다. 앞서 얘기한대로 기초공사는 초반 진입로나 후반 진출로나 변함이 없는데, 곡 멜로디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상투적이고 이승철의 보컬 역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적당히 바이브레이션을 주며 평범히 흘러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도자료에 적혀있는 다음의 문구를 필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보컬과 완벽에 가까운 사운드로 벌써부터 음악인들과 평론가들에게 올해의 앨범으로 첫손가락에 꼽힐 만큼 전문가들의 관심이 큰 이번 8집 앨범…” 보컬이 절제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곡까지 절제(?)할 필요야 있겠는가. 사운드가 완벽에 가까운 건 좋은데, 요즘 사운드가 원래 이 정도는 해주지 않나. 타이틀 『Reflection Of Sound』는 솔직히 좀 오바이지 않은가!     

기꺼이 오십 보 양보하고 또 백 보 양보한다면 어떤 추측이 가능할까? 필자 나름대로 홍대 인근에서 주로 만들어진다는 괴팍한(?) 소리들에 집중해오다 보니, 그런 소리들과는 무관하게 삶을 살아온 괴성소녀들의 감수성이 필자에겐 존재하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 괴팍하지 않다고 해도, 인디에도 말랑말랑 톡톡 튀는 에레나 류의 음악이 있다고 호소해도, 그네들에겐 좀 더 느끼하고 닳고 닳은 상투성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 이승철의 7집과 8집이 편안한 것 하나만은 틀림없으니까. 그래도 보도자료가 됐든 언론이 됐든 응응응을 향한 이승철의 심지를 두고 정도(正道)를 향한 대단한 여정인양, 모종의 경지에 오른 ‘포용의 제스처’인양 떠드는 건 필자에겐 여전히 닭살이다. 그는 그냥 ‘나이값 하는’ 음악을 선택했을 뿐이다. 괴팍한 소리에 여전히 관심 많은 나이값 못하는 필자 같은 사람에게 그의 음악이 100% 매력 덩어리로 다가올 리 만무하다. 밑의 별점은 순전히 맨 앞의 4곡 때문이다. 키드가 됐든 어덜트가 됐든 컨템포러리라면 최소한 이 4곡만큼은 해줘야 되지 않나?

 



Credit

[Staff]
Produced by 이현승
Mixing engineer Steve Hodge
Recording engineer 박경준
Assistant engineer 김철순
Recording & Mixing at Rui studio(Seoul)
Mastering engineer Brian Gardner
Mastered at Bernie Grundman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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