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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05] 이승철 『Reflection Of Sound』 : 최고의 테크니션, 보컬의 정점만 보여주다.

이승철 『Reflection Of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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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6.09

내가 아는 한 "이승철"은 현재 한국 대중 음악계에서 가장 테크닉이 뛰어난 보컬리스트다. 그는 힘을 줘야 할 때와 빼야 할 때, 꺾어야 할 때와 질러야 할 때, 소리를 키워야 할 때와 죽여야 할 때를 귀신같이 잘 표현한다. 사실 이승철의 목소리 재질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는 약간 쇳소리와 비음이 섞인 미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목소리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외에도 후천적 노력으로 힘과 지구력을 갖췄다. 그의 보컬이 빛나는 이유는 순환 호흡과 같은 어려운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다는 데 있지않다. 노래의 기본, 어떤 곡이라도 감성적이면서 맛깔나게 부르는데 있다. 숨소리 하나, 목소리의 떨림 하나도 우연의 소치가 아니라 철저하게 곡의 해석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라이브를 한 번이라도 접해보면 알 수 있다. 연륜이 쌓이고도 기교가 아닌 순수하고 철저한 곡에 대한 해석을 무대에서 들려주는 보컬리스트로서 이승철은 이미자, 조용필을 잇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승철이기에 그의 음반에 대한 평가는 두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나는 물론 이승철의 보컬이 어떻게 곡을 해석하고 표현했는가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도 역시 당연히!) 작·편곡의 상태다. Al Jarreau의 음반을 선택하면서 작곡과 이를 뒷받침한 백 밴드의 연주에만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반적인 싱어송라이터와 달리 이러한 보컬 마스터들에겐 '노래꾼'의 능력에 청자의 귀가 먼저 달려가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빼어난 보컬들의 음반에서 흔히 빠지기 쉬운 것이 바로 음반의 완성도이다. 아무리 몇 옥타브를 넘나들며 화려한 보컬 잔치의 극치를 보여준다해도 곡 자체가 실망스럽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세계적인 클래스의 보컬리스트들도 이러한 함정에 수시로 빠져든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서론이 길었다. 이승철의 여덟 번째 음반인 『Reflection of sound』는 위에서 말 한 두 기준에서 볼 때, 기존 이승철의 음반과 비슷한 적당(!)한 위치에 있다. 딱히 빠지는 음반은 아니지만 무작정 칭찬 일변도일 수는 없는 수준 말이다. 보컬 마스터로서의 이승철의 노래도 작·편곡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표절 시비가 붙은 「소리쳐」와 같은 곡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 딱히 빠지지도 튀지도 않는 그 음반의 내용과 왠지 닮아 보인다.

 「작은 기대」, 「하얀새」와 같이 이승철표 섬세함을 극적으로 끌어낸 곡, 「우린... 사랑을 해요」처럼 담백한 노래도 잊지않고 불러주는 이승철의 목소리는 최상의 컨디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상의 컨디션은 때로 「Wish」와 같은 과다하게 감정선을 노출시키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신구의 실력파 작곡가들이 만든 곡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심각하게 처지거나 튀어오르지 않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편곡과 보컬이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가에 있다. 이승철의 보컬이 과다하게 노출이 된다고 느껴지는 곡들은 하나같이 편곡도 심하게 감정을 노출시키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음반의 편곡은 백밴드의 감정 노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사실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풀 오케스트라가 이 음반에는 빠져있다거나 세련됨의 또 다른 상징인 리듬의 인위적 강조가 이 음반에선 생략되어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 흔한 드럼 루프(loop)도 이 음반에선 드러나지 않는다. 그 점에서 이 음반은 시작부터 담백함으로 승부를 걸어왔고, 일부분 성공적이다.

단촐한 구성을 택한 것에는 보컬리스트 이승철의 자신감이 진하게 전해진다. 그리고 어느 곡에서도 그의 보컬은 헛점이 없다. 정말 '노래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Annie」와 같이 촉촉한 보컬과 상쾌한 피아노, 끈적한 베이스가 잘 붙는 곡과 같은 편곡의 성과들은 너무나 좋은 조합이다. 반면에 「Wish」, 「저... 있잖아요」같은 곡은 매끈하면서도 섬세한 보컬을 첼로나 플룻의 보컬과 비슷한 질감의 연주와 음색으로  상충되는 편곡이 아쉬움 밖에 다른 감상을 남기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다. 보컬과 솔로 악기는 비슷해야 할 때와 서로를 위해 달라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우린... 사랑을 해요」가 두드러지는 것은 뻔해보이는 곡임에도 이승철의 다른 곡에 비해 담담하게 부르는 보컬과 적당히 기름진 톤과 화려한 기타 연주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보컬리스트로서 정점에 올라선 이승철. 그는 무리하지 않고 어덜트 컨템포러리라는 성인취향의 매끄러운 음악을 선택했다. 그가 걸어온 음악 인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리고 그 결과는 특별히 튀는 구석 없는 준작으로 나타났다. 드럼과 베이스라는 기본적인 리듬 악기(여기엔 키보드와 기타의 조력도 있다)의 탄탄한 연주 위에 하나씩 그의 보컬과 솔로 악기를 대비시키는 시도는 신선했다. 그러나 솔로 악기의 선택과 편곡에서는 곡마다 수위 조절에 실패하기도 했다. 음반 전체를 재단하는 것을 프로듀서의 몫이라고 본다면 이 음반은 프로듀서의 판단 미스가 간간히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부분을 단순히 프로듀서의 문제로만 돌릴 수 없다. 그것은 음반 전체를 아우르는 이승철이라는 이름의 아우라 때문이다. 그는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이미 음반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으면 때문에 아쉬움들은 프로듀서 이현승과 이승철 두 사람 모두의 실책이며, 성공적인 부분 역시 두 사람 모두의 몫이다. 이승철이라는 이름값에서 더 보여주는 것도 덜 보여주는 것도 없는 음반.
 

Credit

[Staff]
Produced by 이현승
Mixing engineer Steve Hodge
Recording engineer 박경준
Assistant engineer 김철순
Recording & Mixing at Rui studio(Seoul)
Mastering engineer Brian Gardner
Mastered at Bernie Grundman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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