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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04]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스코어링 포지션』 : 쓰끼다시가 너무 맛있던 게 문제였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스코어링 포지션』
58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6.08
장르
레이블 아름다운동행
유통사 유니버셜

고급 일식집에 가면 회를 먹기 전에 뭔가 잔득 나온다. 회무침, 샐러드, 생선구이, 기타 등등(정확한 용어인지 몰라도 이를 두고 우린 ‘스끼다시’라고 부른다). 사실 회 (사시미) 를 먹기 전에 나오는 음식이 너무 맛이 없으면 회를 먹기 전부터 김이 새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 전채 요리들이 너무 맛있다면? 당연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이어질 본요리-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은 ‘언젠가 스끼다시가 아니라 사시미가 되겠노라’는 심정을 슬프게 고한 바 있다. 그렇다. 달빛요정은 사시미가 되고싶었던 것이다. 스끼다시 격으로 내놓았던 첫 음반의 (인디 음반답지 않은) 성공은 그에게도 사시미를 내놓을 기회를 만들어줬다. 너무나 입에 짝짝 붙는 스끼다시를 거쳐 간단한 회가 담긴 고급 스끼다시가 EP의 이름으로 나왔을 때, 그 맛에 대해서 우린 (최소한 나는) 개의치 않았다. 처음 나왔던 스끼다시가 이렇게 맛있었는데, 멍게, 해삼, 아나고 등이 조금 물이 안좋기로서니 무슨 상관이냐고. 마침내 EP를 통해 살짝 잃을 듯 보였던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지점(『스코어링 포인트』)에 달빛요정은 당도했다. 그의 음악 요리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하지만 막상 사시미가 들어오고 첫 조각을 간장에 찍어 입어 가져간 순간, 살짝 당황스럽다. 스끼다시 인생에게 사시미를 요구했던 것은 식도락(음악팬)으로서 너무 무리한 요구였던 것일까?

사실 달빛요정이 내놓은 사시미는 전혀 허접하지 않다. 「길동전쟁」은 여전히 자신의 삶을 소재로 ‘킥킥’거리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고, 「제육볶음의 비밀」은 패배자의 정서로 가슴 한켠에 작은 울림을 만든다. 그리고 사운드는 여전히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이 교차하며 따스하면서도 서늘한 감상을 남긴다. 아마 첫 정규음반이 그렇게 가슴저리게 감동적이지 않았더라면 그럭저럭 맛있는 한 때를 귀에게 남겨줬을 것이다.

음악인에게 있어 전작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하다. 거기에 전작이 호평을 받았더라면 더욱 그러하다. 전작이 첫 음반이면서 타격도 좋고 발도 빠른 감각을 선보였던 달빛요정에게 이번엔 홈런을 기대하는 것이 청자의 입장에선 당연했을는지 몰라도 막상 본인에겐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작자의 기대도 은근히 있었을 것(DVD케이스 만한 디지펙으로 발매된 것을 보라)임에 틀림없다. 이 부담감에서 그는 사랑노래로 벗어나고 싶어던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여전히 사이 사이 전작의 정서를 재생산하고 싶었던 욕심도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모양은 그럴싸하나 맛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그런 음반이 나와버린 것이다.

그런데 다시 궁금해진다. 과연 달빛요정이 만들고 싶었던 음악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이 음반만 듣고는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이 음반이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현대 사회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들(혹은 달빛요정)의 초상? 연예에 꾸준히 실패하고 그 상처에서 벗어나려 안간힘 쓰는 사내의 심정? 재밌게 살고 싶었으나 총알이 언제나 부족한 야구를 좋아했던 청년의 안타까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담담하면서도 힘찬 목소리와 곡쓰기는 여전히 매력적이어서 달빛요정표 선율에 자꾸만 귀기울이도록 만든다는 사실이다. 누구처럼 '뜨기' 위해서 그 좋은 목소리와 감성을 스스로 지워버리려 할 수도 있겠지만. 달빛요정의 목소리에는 그런 시류에 타협하겠다는 어설픈(?) 욕망은 느껴지지 않기에 희망을 찾고, 갖고, 보고 싶다.

사실 난 이 음반을 친필사인반으로 구입했는데, 그 사인에 담긴 문구가 나에게 자꾸 희망을 가지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끼다시가 너무 맛있어서 사시미가 후지지 않았어도 상대적으로 후지게 느껴졌다면...... 그래서 살짝 실망하려 할 때, 죽이는 매운탕이 나올 수 도 있잖아?! 난 그 매운탕을 기다린다.

이미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달빛요정은 “Rock Will Never Die!”를 커버에 적어놓았다. 

 

Credit

[Staff]
Recorded at Blue315, Hush&Shark Studio by 달빛요정, 정호중, 류한민
Mixed at Laylamusic by 달빛요정, 정호중
Mastered at Sound mirror by 황병준
Cover & Artworks: 김지훈
Photograph: 안하진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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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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