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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04]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스코어링 포지션』 : 제 10구! 아~ 또 파울이네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스코어링 포지션』
65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6.08
장르
레이블 아름다운동행
유통사 유니버셜

그런 생각이 든다. 『Infield Fly』(2004)에서「절룩거리네」, 「361 타고 집에 간다」, 「스끼다시 내 인생」이 너무 좋아서 탈이라는 생각. 「쓸쓸한 서울, 노래」와 「어차피」를 주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노래들은 그저 진솔한 사랑노래일 뿐이었다. 맨 앞에 포진한 너무 좋은 노래들의 철학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루저라 자기를 학대하면서도 한편으론 사회의 부조리를 통찰하는 시선, 구질구질한 어휘들을 남발하면서도 한편으론 세심한 스토리텔링을 곁들여 서정성을 확보하는 능력, 바로 이 능력 앞에 많은 청자들이 무릎 꿇었었다. 정말 기막힌 노래들 아닌가!! 그런 고로, 뒤쪽에 포진한 사랑 노래 둘은 꽤나 진솔함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들어줄만 하건만, '그저 진솔한 사랑노래'라는 묘한 상대평가를 감수해야만 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는고 하니, '그저 진솔한 사랑노래'가 달빛요정의 본령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P 『Sophomore Jinx』(2004) 까지 포함시켜 여지껏 발표한 3장의 음반을 다시 쭈~욱 들어본 결과, 그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Sophomore Jinx』는 『Infield Fly』의「어차피」를 확대 계승한 듯한 노래들로 채워져 있고, 이번 앨범 『스코어링 포지션』 역시 바통을 그대로 이어 받아 「너의 노래」 부터는 온전하게 「어차피」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 고로, 『스코어링 포지션』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랑노래의 수준이 전작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최종 생각이다. 달빛요정은 어디까지나 사랑타령을 본업으로 삼는 가수인 것이다.

그리하여 심화청취를 실시해 본즉, 안타깝게도 이번 앨범의 곡 쓰기와 가사 쓰기는 전작 『Sophomore Jinx』의 그것보다 못하다. 우선 곡을 보자면, 다른 거 다 필요없고 훅(hook)이 함량 미달이다. 멜로디가 딸린다. 『Sophomore Jinx』의 「첫눈오는 그 날에」, 「어디서 어떻게 언제쯤 얼마나」에서 들려준 포근하고 정감어린 후렴구의 멜로디가 이번 앨범엔 없다. 귀에 쏙 들어오는 게 없다. 반주가 록이라는 것만 같을 뿐이다. 가사도 그렇다. 『Sophomore Jinx』의 사랑노래 몇몇은 주구장창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결정적인 곳에 루저의 어휘를 집어넣는 기지를 발휘했었다. "이 세상처럼 날 버리면 안돼", "잔인하게 더 비참하게 짓밟아줘 다 받아줄테니" 이런 구절들 말이다. 하지만 『스코어링 포지션』엔 이런 기지가 딸랑 하나, 그것도 "치사한 구걸이라도 난 좋아/ 그대의 곁에만 머물게 해줘"라는, 전작에 비해 별 진전 없는 동어반복만 있을 뿐이다.

자, 그렇다면 이것으로 『스코어링 포지션』에 대한 얘기는 모두 끝?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겠지? 흐흠. 사실 사람들이 이번 앨범을 못마땅해한다면 대부분 「역전아라리」를 기준으로 그 앞에 포진한 노래들 때문에 그럴 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Infield Fly』 앞에 포진한 노래들과 비교하면서 투덜투덜 궁시렁궁시렁. 뭐, 십분 이해가 간다. 정말이지 무슨 비밀이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제육볶음의 비밀」,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걸/ 동사무소에서 모두 배웠어"라는 고리짝 멘트를 날리는 「길동전쟁」, 스토리텔링이 없어 뜬 구름 잡는 듯한 「나는 매일 조금씩 단단해져」, 전부 기대 이하다. 게다가 또 왜 하필이면 이번 앨범 최고의 사랑노래인 「폐허의 콜렉션」은 이런 노래들 틈바구니에 끼워 넣은 걸까? 뭐, 미는 곡이라서 2번 트랙 쯤에 와야 하겠지만......

그렇다. 바로 이런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절룩거리네」, 「361 타고 집에 간다」, 「스끼다시 내 인생」에 너무 목매지 말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빛요정의 정답은 『Sophomore Jinx』인 것 같다. 주구장창 사랑타령 뇌까리다가 결정적 루저 멘트 혹은 사회적 통찰을 살짝 날려주는 센스! 하필이면 혹은 우연히도 『Infield Fly』라는 데뷔 앨범의 앞 부분에 유독 이러한 루저 멘트와 통찰이 집중적으로 몰려있었을 뿐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싶다. 언제나 주요 골칫거리는 사랑이었던 달빛요정이었는데, 데뷔 앨범 낼 즈음에 그런 기운이 좀 강했던 것 뿐이라고. 사랑이 너무 안 풀려서 그렇게까지 지독하게 흘러갔던 것이라고.

좀 쑥스러운 것은 『Sophomore Jinx』를 들을 때만 해도 필자 역시 「절룩거리네」를 달빛요정 평가의 절대기준으로 삼았었다. 그래서『Sophomore Jinx』 별로라고 막 까대고 그랬었다. 사운드 훌륭하고 록필이 진하게 깔린 거 다 좋은데, 왠지 모르게 알맹이가 빠진 것 같다고. 하지만  『스코어링 포지션』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되」를 놓고 언니네이발관식 쟁글 사운드는 더 이상 참신하지 않다고 주절거렸던 필자였건만, 똑같은 작법의 「폐허의 콜렉션」을 듣다 보니 이런 방법을 좀 더 밀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올곧이 사랑노래에 올인해서 달빛요정만의 쟁글 사운드, 달빛요정만의 독특한 록 사운드를 탐구하는 것이 옳은 길이리라! 그것이 잘만 된다면 수줍고 자폐적인 이석원의 목소리와 대립항을 이루는 달빛요정 특유의 목소리를 앞세운 최신판 모던록이 탄생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스코어링 포지션』 수준 갖고는 안 된다.

자켓을 보면 알겠지만, 지금 달빛요정은 정확히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난데없이 안타를 치고 2루까지 나갔다. 문제는 관중들이 타석에 들어선 또 한 명의 달빛요정에게 홈런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못해도 최소한 「절룩거리네」 같은 2루타는 쳐야 한다고. 때문에 지금, 그는 조금 긴장하고 있다. 타구가 멀리 뻗긴 하는데 계속 파울이다. 벌써 10구째 파울이다. 이거, 생각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 우리의 카타르시스보다 당사자 달빛요정 자신의 조그만 승리를 기원해주는 게 어떨까? '톡' 사랑의 단타만 쳐도 2루에 나가있는 달빛요정은 충분히 홈을 밟을 수 있다. 그는 지금 「폐허의 콜렉션」을 믿고 3루를 향해 잔뜩 리드하고 있다.

 

Credit

[Staff]
Recorded at Blue315, Hush&Shark Studio by 달빛요정, 정호중, 류한민
Mixed at Laylamusic by 달빛요정, 정호중
Mastered at Sound mirror by 황병준
Cover & Artworks: 김지훈
Photograph: 안하진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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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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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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