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Gangstarr의 Guru는 어떻게 "Jazzmatazz"라는 타이틀의 시리즈 작업을 멋들어지게 할 수 있었을까? 힙합과 재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이를 바탕으로 한 화학적 결합 등도 그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래퍼로서의 요소를 따진다면 단연 모노톤의 랩이 결정적이었다.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꼴이 존재하겠지만, 좋은 하이브리드 힙합을 만들어냈던 래퍼들은 대체로 특정 장르와 잘 섞이기 위해 기존의 무드를 해치지 않았었다. 그 점에서 ‘Experiment Jazz Hiphop’을 표방했던 밴드 쿠마파크가 셀프 타이틀 앨범 『Kumapark』(2012)에 팔로알토, 비프리 같은 비교적 무던한 톤의 래퍼들이 참여했던 건 고무적인 편이었다. 반면, 새 싱글 「Starlight」에서는 정반대다. 지투와 저스디스는 모노톤 혹은 무던함과는 거리가 멀다. 외려 와일드함이나 극단적임이 강한 랩을 뱉는 편이다. 그래서 밴드 기반의 재즈 프로덕션과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평소 놀던 판이 아니라 그런지 두 래퍼의 랩이 평소보다 다소 정형적이라는 인상도 든다. 다만, 그와 별개로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는 레이지쿠마의 색소폰 소리만큼은 게스트들의 날 선 느낌과의 호응이 좋다. ★★★

[박상준] 얼핏 스탠다드스런 말쑥한 자세를 취하다가도 DJ가 가세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재즈에서 힙합으로, 또 라운지에서 전자음악의 한가운데로. 거기에 쿠마파크 사운드의 핵심인 한승민이 개입하면 순간 정체는 음악적 텍스트뿐 아닌 레트로와 무드라는 소스를 끌어들이며 단연 독보적인 소리의 집합을 완성한다. 이 모든 게 빠르게, 정말이지 아주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나 복잡하기는 커녕 우아하게 얽혀서 마음을 끈다. 저스디스의 기량은 역시 절정이고 지투의 다소 과한 그루브도 녹진한 소리와 조화를 이룬다. 어떻게 밴드가 변했느냐는 앨범이 나와야 비로소 정체를 알 수 있겠지만, 5년 전의 팔로알토와 비프리, 그리고 지금의 지투와 저스디스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은 변하지 않아서 가치 있는 음악이 있다. 이것이 그렇다. 3월의 정규작을 기다려진다. ★★★☆

[정병욱] 무려 5년 전 단 한 장의 셀프타이틀 음반을 남겼을 따름이건만, 쿠마파크의 이름은 우리의 뇌리에 유독 강하게 각인돼 있다. 재즈와 힙합의 근친성을 생각할 때 그룹의 이름을 수없이 수식해주었던 재즈힙합이라는 단어가 장르 역사에서 아주 별난 조합도 아니었음을 떠올리면, 쿠마파크의 음악은 결코 한 가지 합성어로 설명되지 않는 매력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당시 매력의 핵심을 여기서는, 한승민의 색소폰에 이위를 필두로 장르적 구분을 초월하고야 마는 ‘일렉트로닉 악기의 질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즈든 훵크든 장르성을 끈덕지게 붙잡아내는 ‘비트의 리듬감’의 조화로 요약하고자 한다. 당시 외면적인 힙합의 요소, 이른바 비트 위에 얹어진 랩은 “거들” 뿐이었다. 오랜 공백기 이후 나타난 쿠마파크의 싱글은 그들만의 지난 오리지널리티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중에 지투와 저스디스의 랩이 더욱 도드라지는 방식으로 차이를 들려준다. 서늘하게 조인 드럼의 신호를 시작으로, 뜨끈하고 끈덕진 아날로그성이 결집된 쿠마파크 특유의 디지털 신호는 여전한 매력을 뽐내지만, 그 위로 지투의 증폭된 샤우팅과 저스디스의 응축된 점사가 화려하게 삐져나온다. 지난 음반 『Kumapark』(2012)를 함께 한 팔로알토, 비프리의 랩과 대조할 때 쿠마파크의 비트에 유려하게 묻어나는 사운드는 분명 아니지만, 비트와 랩의 불꽃 튀는 스파크가 애초의 의도라면 이는 실패보다 성공에 가깝다. 아름다운 선율과 기묘한 효과는 분명 도시적이고 기계적임에도, 이것이 지투의 공격적인 울림과 저스디스의 신들린 듯 타이트한 가사와 합을 이루어, 치열한 임프로비제이션을 접하는 마냥 새롭게 육화된 감각을 선사한다. 정말로 이 싱글이 두 번째 음반에 대한 힌트라면, 단순한 리바이벌을 상상하지는 않아도 될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