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서두를 여는 신시사이저는 곡의 지향하는 폭의 너비를 과시하는 듯하지만, 효과는 뚜렷하진 않은 듯하고 보컬의 팔세토는 흡족하진 않다. 그럼에도 포스트록에 가깝게 도달하는 후반부의 파고드는 아득함은 인상적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연출에 약한 입장에 비쳐, 도드라지는 단점들이 새삼 아쉽다. ★★☆

[정병욱] 청춘드라마의 오프닝처럼 신디사이저의 호기로운 전진으로 시작된 전주가 노래의 정서를 예상하게 한다. 천천히 숨을 고르다 다시 가속과 사운드 증폭에 박차를 가해 전주에서의 예상을 따르다가도, 이내 달리기를 멈추고 2분 넘게 숨 고르며 각기 보컬과 악기의 침묵으로 짙은 감성을 들려줄 때는 시작과 전혀 다른 끝을 과시하기도 한다. 한두 색으로 한정할 수 없는 「Reset」의 다채로운 매력에는, 3년여 동안 멤버 변화에 따라 밴드의 사운드도 자연스럽게 변모해온 어보이드의 역사가 농축되어 있는 듯하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보컬 김용호의 가창이다. 그대의 완벽함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찌질한 자기혐오와 처연하고 처절한 감성, 그럼에도 서정적인 가사의 표현과 높은 음으로 반복되는 반가성의 멜로디까지. 넬(Nell)과 같은 앞선 모범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6분여나 지속되는 이 이야기가 이미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서사의 전형인 것을. ★★★☆

[조일동] 지운의 신디사이저와 세션을 맡은 베이시스트 유승기와의 호흡, 우준용의 기타와 김용호의 보컬 톤이 찰떡궁합이다. 포스트록의 기운이 전곡에 흐르지만, 구성은 상당히 절제된 편이다. 소리를 쌓아가는 방식, 덜어내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6분은 전혀 길지도 심지어 짧지도 않다. 평소보다 볼륨을 몇 계단만 높이고 들어보라. 분출하는 록의 기운은 아니지만 서서히 휩쓸려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