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욱] 이디오테잎의 음악에서는 강력한 드럼과 때로는 카랑카랑한, 때로는 묵직한 신시사이저의 리프가 뒤엉켜 달리는 사운드 디자인이 자주 나타난다. 전자음악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되, 록의 양식미를 갖춘 것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2013)의 삽입곡으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Melodie」(2011)를 떠올려 보자.) 아무래도 리메이크 곡을 선별할 때 이런 부분이 고려가 되지 않았을까. 은은한 키보드 배킹 위로 춤추는 훵키한 기타 연주, 선명한 시그니쳐 사운드 (뿅뿅뿅?) 까지 보유한 「단발머리」는 이디오테잎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 하기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곡이다. 조용필의 『Hello』(2013) 쇼케이스를 통해 리믹스로 처음 선보인 후, 술탄오브더디스코의 나잠수와 콜라보 공연을 통해 벼려내고, 이를 스튜디오로 옮겨서 꼼꼼하게 재현해낸 부분이 인상적이다. 후반부의 빌드업 과정에서 이디오테입 특유의 긴박한 신시사이저 백킹 위를 유유히 휘젓는 신스 솔로와 뒤따라 들어오는 나잠수의 끈적한 보컬이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이처럼 「단발머리」를 위시한 『Re』의 수록곡 전반에서 록에 기반을 둔 원곡을 재조립하고 있는데, 달콤한 무드의 아이돌팝 같이 긴박감을 예상하기 쉽지 않은 음악들을 바탕으로 이런 시도를 했었다면 하는 일말의 아쉬움은 든다. ★★★☆

[정병욱] 본 싱글을 들으며 캐치한 감상을 메모로 기껏 정리했건만, 앨범 소개란에 이미 감상과 비슷한 내용의 정보들이 상세히 언급돼 있음을 뒤늦게 발견했다. 어쩌면 음악을 만들고 소개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 그 생각이 하나로 수렴될 만큼, 이디오테잎이 독특하면서도 뚜렷한 음악적 방향과 색깔을 보여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앨범제목 『Re』는 확실히 이리저리 의미를 곱씹을 만한 맥락이다. 전자음악의 카피 앤 페이스트(copy & paste)를 상징하는 샘플링 방식에 더해 원곡을 새로이 편곡, 연주, 보컬 녹음까지 하여 기존의 리믹스(remix)나 리메이크(remake) 방식의 하나로 환원할 수 없는 또 다른 방법론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컬 파트의 활용 및 보다 밴드에 가까운 사운드 등 원곡에 있어서나 스스로의 방식에 있어 리버스(rebirth)에 가까운 시도를 들려준다. 착실히 사운드서사의 기승전결을 쌓아가는 계산적 카타르시스가 앞뒤 보컬부 사이 브릿지를 채우며 노래의 입체적으로 만든다는 점은, 이 노래가 이디오테잎의 것임을 환기한다. 묵직한 밴드 사운드를 수식하는 화려한 이펙트 역시 불필요한 것 하나 없이 곡의 개성과 완성도의 수준을 높여낸다. 전자음악 사운드로 들려주었던 밴드음악의 쾌가 보다 밴드 사운드에 가깝게 장르적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밴드음악이라는 사실이 불행일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