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이 곡을 들으면서 진정성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과연 이렇게 많은 게스트들이 필요할까. 과연 이런 비트 위에서 떳떳하다고 일관할 수 있을까.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그의 방법론이 폄하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의 시도가 여태껏 없었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는 이 곡의 비트가 걸린다. 베이스가 그가 지니고 있는 플로우를 짓누른다는 생각이 들을 때마다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힙합에서의 비트가 중요시되는 입장이라고 한다면, 이 곡은 프로듀싱이 곡의 메시지를 좀 더 잘 지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

[김정원] 무료 공개 믹스테입 『TakeOne For The Team』(2012)을 발표하고, 《Show Me The Money 1》(2012)에 출연했을 때보다 풋풋함은 가셨지만, 패기는 여전한 신곡 아닌 신곡이다. 믹스테입에 있었던 원래 버전과는 차원이 다른 많은 참여진과 프로덕션의 스케일, 다채로운 구성 방식, 그리고 그 안을 채우는 테이크원의 가사 내용은 그가 보낸 지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그는 단순히 많은 이가 그렇듯 지난날의 기록을 몇몇 사건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길다면 길었던 그 시간을 거치며 들었던 생각과 감정을 곡 안에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새겨 넣는다. 그렇기에 혼자서 벌스를 무려 네 개나 소화했어야 했던 걸지도 모른다. 다만, 아쉬운 건 그가 늘어놓는 장대한 서사에 비해 훅과 브릿지를 채우는 다채로운 참여진들의 목소리가 다소 눌린 채로 들려 소리적으로 웅장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의미적인 측면에서 커리어의 큰 한 점을 차지하는 곡인 만큼 그러한 음악의 형태적인 측면도 맞춰 따라왔다면 배가 됐을 감동이 반감되어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이크원이 오랜 기간 예고해 온 앨범 『녹색이념』에 대한 기대치를 유지하게 시켜주기에는 충분한 트랙이다. ★★★☆

[박상준] 한국어 가사에 자부심을 보였던 랩퍼 무리의 사운드엔 틀림없는 맥락이 있었다. 퍽퍽한 드럼과 치렁치렁한 스네어, 붐뱁까진 아니어도 소위 'Raw'를 강조한 것, 거리에 대한 존경 따위의 것들. 그 유명한 믹스테잎의 마지막 트랙을 새로 활용한 사운드스케이프의 구성은 피처링에 참여한 그레이를 포함해서 비프리와 로꼬 등이 애용하는 클럽튠(얼버무렸지만 하우스와 칠웨이브가 가장 뚜렷하다)과 신스팝의 요소, 클라우드까지 오가는 갖가지 소스에 코러스가 활약하는 형태다. 짧게 말하면 적당히 ‘모던한 척’하며 가사를 봐야 이해할 수 있는 가사에 최적화된 듯 쓰이던 것들이란 얘기다. 그러니 여기에 순도 높은 한국어 가사가 쓰인 것은 눈길이 가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떳떳하다」가 발매되고 며칠 후 나온 더블케이의 「R.O.K」(2016)에서 드러나는 스웩과 비교하면 더욱 흥미롭다. 좋게 말하면 자부심, 나쁘게 말하면 국뽕의 함정을, 테이크원은 능수능란하게 돌파한다. 그것은 이 노래의 제목처럼 그가 떳떳해서다. 누구들의 말처럼 “한국어 가사가 표현할 수 없는 힙과 모던과 트렌드와 센스가 있으며 미국에서 유래한 것이니 영어를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가장 먼저 실증할 랩퍼는 분명 테이크원일 것이다. 예술가의 고백은 쉽사리 코웃음 당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웃기게 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때문에 늘 애먼 사람만 곤욕스럽다. 마지막 벌스에 이르렀을 때에 오는 감동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가 있다는 건 드문 일이다. 또한 그러므로 충분히 지지해야 할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