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68-3] 에프엑스 「4 Walls」

에프엑스 (f(x)) 『4 Walls』
2,73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10
Volume 4
레이블 SM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이 곡을 들으며 그동안의 에프엑스를 생각했다. 이제 그들의 곡에 자주 드러나는 분열적 징후나, 청각적 유희는 많이 줄어들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 특유의 개성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 사실이 전혀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이 곡이 지니는 속도와 유려함에 있다. 소녀시대가 「Party」(2015)에서 힘을 준 것과 달리, 그들은 추진력을 위해 힘을 뺐기 때문이다. 두 곡 다 기청감을 노렸으되, 전자가 경직된 결과물을 가져온 반면, 이 곡은 유려한 국면으로 자신들을 몰아간다. 그래서 중후반에 드러나는 멜로디의 전환, 엠버의 영어에서 한국어로 넘어가는 랩의 구조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물론, 편곡의 통일성도 이런 속도감을 불러일으키는데 톡톡히 한 몫하고 있다.) 이런 속도감이 에프엑스에게 존재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막상 그들은 그들 자신에 대해 괘념치 않는다는 눈치다. ★★★★

 

[김성환] 항상 SM의 '사운드 실험의 장'이었던 에프엑스에게 설리의 탈퇴는 그렇게 큰 악재는 아니었다는 생각을 새 앨범을 듣기 전부터 했었다. 이미 그들의 음악 속에서 보컬들이 차지하는 위치는 세련된 초국적 일렉트로닉 댄스 팝 사운드에 담긴 멜로디 라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은은하게 전달할 것인가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에게 현재 닥친 과제는 SM이 이들에게 가한 실험들로서 그룹이 가졌던 고유한 사운드 정체성을 이젠 타 아이돌 기획사들의 음악에서도 충분히 맛볼 여건이 생겼다는 시대적 변화에 대한 '대응 방법'이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더욱 '사운드가 보컬을 지배하는' 방향으로 이번 정규 4집의 컨셉트는 짜여졌고, 그 중심에 이 곡이 있다. 소위 '딥하우스'의 비트는 모던하지만 한편으로는 1990년대 하우스의 빈티지함도 함께 섞고 있으며, 무엇보다 곡 편곡의 중심이 아님에도 자연스럽게 귀를 자극하는 멜로디 라인이 곡의 대중성을 잃지 않게 만들었다. ★★★☆

 

[박병운]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① 런던 노이즈(LDN Noise)가 요즘 아주 기세가 대단하구나. ② 레드벨벳이 소녀시대와 에프엑스에게 업무를 인수인계를 나눠 받는 동안, 대리급 사원인 에프엑스는 더욱 새로운 성격의 업무를 도맡게 되었구나. ①에 대해선 당연히 이들이 언제부턴가 SM의 최근 특징적인 줄기를 (본의 아니게?)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앞으로 지켜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이니의 「View」(2015)와 레드벨벳의 「Dumb Dumb」(2015) 등에서 보여준 성취들은 확실히 범상한 결과물은 아니었다.) ②에 대해서 일부 팬들은 상당히 서운하겠지만, 이제 에프엑스는 사원에서 대리급으로 진급하는 과정에서 기괴한 가사와 이들 특유의 캐릭터 일부를 덜어낸 듯하다. 물론 몽환적 세계관의 뮤직비디오 속 이들의 모습에서 섣불리 성숙의 지표라는 딱지를 붙일 생각은 없지만. ★★★☆

 

[박상준] 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낸 것 같던 『Red Light』(2014)를 들으며, 어쩌면 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고, 그러니 혹시나 다가올 불안한 미래를 가슴에 묻겠노라 다짐한 과거의 나를 찾아가 귀싸대기를 육십 대만 때리고 싶다. 딥하우스라는 명제를 벗어나 4명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했나 면면을 살피다 보면 실실 웃음이 날 지경이다. 엠버가 이전과는 다르게 꽉 들어찬 공상의 언어를 차근차근 깨뜨리는 서사적 작업을 전면적인 랩으로 보다 확실하게 맡는다면, 끝내주는 베이스 라인 위에 루나가 다양한 톤을 구사하며 어설플 수 있었던 이미지의 공백을 대체하는 식. SM과 런던 노이즈가 만들어낸 딥하우스의 세계는, 오독으로 일관한 채 댄스 뮤직을 아이돌에 갖다 붙여서 '신나면 됐지'하는 태만한 시도들과는 격을 달리한다. 그것은 에프엑스와 근사하게 뒤섞이며 하위 장르를 끌어오기도 하고 개러지스러운 요소를 도입하기도 하면서 「Glitter」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Papi」에서 우리가 얼마나 놀랄지 미리 알려주는 셈이기도 하다. 설마 했는데 또다시 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만큼의 팝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본이란 단어가 잠깐이나마 귀엽게 보이는 말도 안 되는 최면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 단순히 성장한 소녀가 아니라 이미 완전체 취급을 받는 아이돌이 어떻게 벽을 깨고 무언가를 또 해내며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정 아닌 교과서이자 모범사례다. ★★★★

 

[차유정] 「제트별」(2012)은 명함을 내밀듯 에프엑스가 가진 환상의 세계를 보여준다면, 이번에는 조금더 능수능란하고 잘 짜여진 퍼즐같은 질감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팀이 추구하는 무의식적으로 연결된 세상과의 조우를 표현하기엔 곡의 구성이 예민하게 각이 잡혀있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이 곡에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면서도 매끄럽다. 아이돌 이 아닌 팝그룹으로 에프엑스는 이제 단단히 한국 대중음악사에 쐐기를 박아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싱글은 그 위치를 확고히 하는데 전혀 부끄러움이 없을 정도의 수작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4 Walls
    이스란
    Ldn Noise, Tay Jasper, Adrian Mckinnon
    Ldn N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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