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64-4] 전자양 「소음의 왕」

전자양 『소음의 왕』
2,88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9
Volume EP
레이블 Sony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피치를 한 껏 올린 듯처럼 보이는 팔세토 창법의 보컬과 샤우팅이 같은 멜로디를 부르고, 이펙트를 걸지 앉은 기타의 코드가 전반부를 수놓으면서 이 곡의 제목을 갸우뚱, 생각하게 만든다. 1절과 2절의 노래는 자신이 생각한 공감각적인 심상의 가사에 누군가의 피드백을 심어놓는다. 미쳤다는 한 마디. 그 이야기를 듣고 확신했다. 언벨런스. 바로 그 단어가 이 곡의 중심을 꿰뚫는다. 베이스와 평면적으로 들리는 드럼에서부터, '위대한 위'라는 명명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화이트홀의 위치에 올려놓는(자각이 있는) 센스에 이르기까지. 전자양은 한국 대중음악이 지닌 관습과 구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몇 안 되는 '작가'다. 그는 곡이 예상하는 지점에서 빗겨가고, 예상치 못하는 곳에서 끝난다. 우리가 1과 2를 생각하면 그는 베시시 웃으면서 6을 내놓는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 그냥 들어도 범상치 않은 매력을 내뿜는다는 사실에 있다. 그의 곡은 의외로 수용력이 높다. 그게 전자양의 특기다. (밴드라는 체제가 그의 제련을 도와준 격이다.) 이 곡은 심지어 관습에서 벗어났다는 쾌감까지 느껴진다. 여담이지만, 그가 첫 앨범을 내놓은 지 어느덧 10여년이 지났는데도 그의 곡이 여전히 한국 대중음악의 어떤 첨단에 서있다는 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

 

[박상준] 전자양이 꾸민 밴드의 형식은 「쿵쿵」(2015)으로 하여금 키치한 이미지 정도로 그를 받아들이게 했다. 그럼에도 Belle And Sebastian을 닮은 인트로가 지나면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지점을 발견한다. 찰랑대는 기타와 천천히 달려가는 신스, 차근차근 리듬을 감고 있는 드럼이 연속적으로 곡을 반전시킬 때, 그게 대체 얼마나 전자양스러운지 깨닫는 식이다. 노이즈를 원하고, 우리가 이겼다는 선언이 나오기까지 얼핏 수많은 은유와 의식의 흐름을 관통하는 단어들이 오간다. 피기비츠와 조월, 근래만 해도 많은 이들이 선도한 정서는 패배보다 공허에 맞닿아 있다. 그것들이 가장 완벽한 형태로 남은 게 전자양이다. 만약 「소음의 왕」이 이대로 끝났다면 그저 하나의 난동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려움이 내 심장을 꽉 쥘 때 사랑한다고 너에게 말할래” 하고 각오하는 그 다음 트랙이 이어진다. 지긋지긋한 새내기 성장소설과 비슷하다. 속이 울렁거리도록 벅차서 고역이지만 전개가 자꾸 사람을 충만하게 한다. ★★★☆

 

[정병욱] 5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의 한 싱글일 뿐이다. 심지어 타이틀곡도 아니다. 하지만 앨범 타이틀 동명의 “소음의 왕”이라는 제목과, 그 제목을 충실히 부연하는 가사는 의미심장하다. 사실 전자양이 ‘소음의 왕’은 아니다. 이 싱글이 실제로 소음으로 충만한 것도 아니다. 한 번을 듣는 동안 듣는 이의 불쾌한 지점을 적어도 수 차례 건드려야 할 법한 제목의 「소음의 왕」은, 소음과 음악의 경계 사이에서 방황하지 않고 도리어 음악이 주는 ‘쾌(快)’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전자양이라면…’이라는 예상과 기대만큼은 여지없이 깨고 있다. 졸립고 눅눅한 바닥 위를 하늘처럼 유영하던 전자양표 사운드 메이킹은, 하나의 감성으로 표현 불가능한 복수의 정체성이 덕지덕지 붙은 불완전한 합체로봇처럼 보다 스펙터클한 감성이 되어 돌아왔다. 시끄러운 ‘소음’은 아닐지언정 정신을 번득 깨우는 소리 조합의 재간이 신박하다. 와중에 불투명한 꿈결을 명쾌하게 꿰어내는 가사의 서사와 사운드텔링은 여전하고, 분 단위로 태세를 달리하는 어루만짐 또한 원맨밴드 시절 습득된 섬세한 버릇 그대로이다. 의도한 ‘소음의 왕’이라는 푯대를 사실 ‘소리의 왕’과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차유정] 혼란스럽고 멍한 소음 대신, 의아한 발랄함이 곡을 움작이는 동력이다, 최대한 하이 피치로 소리를 올려서 웬만한 이야기를 차단시키는 것처럼 보이는게 특징이다. 높은 산봉우리 같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꽤 즐거운 세상이 펼쳐지며, 거기서 고뇌하는건 철저히 너의 몫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런 의외의 낙관성 안에 숨겨진 한줌의 비관이 어쩌면 8년이라는 시간을 단숨에 뛰어넘는 비장의 무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슬프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아름다움이 숨어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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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4
    소음의 왕
    전자양
    전자양
    전자양, 류지, 정아라, 윤정식, 유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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