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8-2] 블랙넛 「배치기」

블랙넛 (Black Nut) 『배치기』
3,90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6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저스트뮤직
공식사이트 [Click]

[김정원]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블랙넛은 데뷔 전, 보이스웨어를 활용해 김콤비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명곡들(?)을 발표했었고,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켰었다. 또, 「100」(2014)을 내기 전에도 이미 사운드클라우드로 몇 개의 무료 공개곡들을 발표했었고, 공연에서 라이브로 선보이기도 했었다. 만약 그 모든 역사를 알고 있다면 이번 신곡 「배치기」를 듣고 신선하다고 느끼기보다는 '이게 블랙넛이지'라고 할 가능성이 많다. ‘찌질함’은 블랙넛이 무기로 삼는 그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인데, 그 찌질함과 사실에 가까운, 아니 그냥 사실인 스토리텔링을 엮어 곡을 풀어나간 경우가 예전에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의 문법을 썼다고 해서 이 곡이 식상하다거나 지루하다는 건 아니다. 이제는 진짜(?) 목소리로 랩을 하고, 또 그 랩의 수준이 많이 올라온 상태이기에 그렇다. 곡에 등장하는 각종 키워드는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어느 하나 허구적이지 않은데, 이렇듯 자신이 겪은 현실을 어떠한 정제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로 내뱉는 점은 블랙넛이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다. 이로써 청자들은 블랙넛이 하는 이야기의 배경인 2000년대 중, 후반 당시 아마추어 힙합 씬(씬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의 분위기를 여과 없이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는 기성 뮤지션의 시각이 아닌 씬의 변두리에 있는, 아니 단순 힙합 팬의 시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에 대부분 사람이 흥미로워 할 수밖에 없다. 여담이지만, 당시 그 바닥(?)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향수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

 

[열심히] 무례하고 불쾌하지만 노골적일 정도로 솔직하게 이슈 메이킹을 갈구하는 블랙넛의 래핑은, 듣보잡 래퍼로서의 남루한 현실과 맞물려 힘을 얻었습니다. 저스트뮤직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도 얻고, 《Show Me The Money》까지 나오며 어느 정도 알려진 래퍼에 이른 지금은 어떨까요? 그는 여전히 논란을 즐깁니다. 블랙넛은 여전히, 힙합이란 무엇인가를 논할 때보다 성차별/여성 혐오 코드를 심고, 비꼼과 냉소로 아티스트의 실명을 거론할 때 더 활기찹니다. 블랙넛식 감성힙합일 이 곡에서도 그는 이런 논란의 불씨를 노골적으로 남깁니다. 뻔한 주제가 블랙넛과 만나며 스토리텔러로서의 블랙넛이 새로이 보이는 점은 이 곡의 성과이겠지만, 여전히 그가 그저 지금의 이슈 메이커인지, 그 이상의 래퍼인지는 헷갈립니다. 자극의 정도는 점점 높아지지만, 의외로 곡 자체의 음악적 성취에 대해서는 할 말이 남지 않는 곡이에요. ★★☆

 

[정병욱] 그 동안 블랙넛의 가사는 앞서 자기 이름을 알렸던 「100」, 「빈지노」(2014)나 이번에 함께 발표한 싱글 「Higher Than E-Sense」에서처럼 주로 메타언어적인 성격을 띠곤 했다. 그 양태가 단순한 비교를 통한 자기 스웩이나 특정 대상을 겨냥한 직접적인 디스 정도가 아니라 국내 힙합계의 핫한 선배들을 향한 (귀를 의심하게 만들 수준의) 각종 패드립을 무차별적으로 난사하는 수준이었기에 고깝게 듣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영리하게도 거칠고 상스러운 가사에는 언제나 명분처럼 유머가 뒤따랐고, 신인이라는 프리미엄은 '맹랑한 똘아이' 그 이상의 의미를 제한하는 방벽이 되어주었다. 이번 「배치기」는 자신의 과거 추억을 주요 텍스트로 삼으며 그 동안 메타적 성향을 조금 벗어날까 싶더니, 결국 배치기와 슈프림팀을 소환해 디스와 리스펙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자기 개성을 고수해냈다. 기리보이의 비트에 힘입어 한껏 유해진 분위기와 래핑은 자기만의 가사 스타일과 유머를 견지하면서도 얼마든지 풋풋함과 진실성으로 포장한 다른 스타일을 들려줄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 블랙넛이라는 캐릭터가 앞으로 한국 랩과 래퍼에 대한 메타언어를 메인 텍스트로 활용하여 얼마나 재미있는 결과물들을 쏟아내는지 여부에 따라, 씬에 상당히 유의미한 파장이 이는 것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배치기
    블랙넛, 기리보이
    천재노창, 기리보이
    기리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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