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8-1] 김일두 「개미 모빌」

김일두 『달과 별의 영혼』
2,63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4
Volume 2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
공식사이트 [Click]

[김성대] 완만하고 완연한 통기타 스트로크 위로 수줍은 릭이 연못 위 소금쟁이처럼 미끄러져 간다. 다정한 코드와 나른한 목소리는 “못난 신과 나에 대한 월권”을 일삼는 “당신”들에게 바치는 분노 또는 짜증. 그래, 짜증이다. “도무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김일두식 발라드”라는 ‘곰사장’의 추상적 소개 문구를 벗어난 김일두의 직관적 소개 내지는 해명을 듣고 싶은 곡이 바로 이 곡 「개미모빌」이다. 도대체 “차 밑에서 열애 중인 내 동생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밤바람과 함께” 날 부른 그가 대체 누구인지, 이걸 모른 채 음악을 이해해달라고 하는 건 너무 잔인하고 야속하지 않은가. 이런 볼멘소릴 늘어놓으면서 나는 지금, 베트남에서 시집 와서 시댁 일 간섭하다 욕먹은 새댁 입장인 듯해 조금 머쓱하긴 하다. ★★★☆

 

[김성환] Johnny Cash를 동경했었다는 김일두의 이야기가 그리 허세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음악이 담고 있는 어떤 '필연적인 우울함'의 정서가 다분히 Johnny Cash의 음악 속에서 배웠음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Johnny가 컨트리라는 틀 속에서 로커빌리, 로큰롤에 담긴 하층계급의 우울한 절망을 그려냈듯, 김일두 역시 잔잔한 포크의 언어 위에 루저의 절망이 냉소적으로 끓는 펑크적 태도가 춤을 춘다. 그간의 음악들도 그랬지만 『달과 별의 영혼』은 바로 그 장점이 더욱 원숙해진 느낌을 전한다. 앨범을 대표하는 이 '발라드' 역시 초연한 방랑자의 정서를 살짝 거칠게 가사에 풀어놓으면서도, 그 노래를 받쳐주는 아름답고 의외로 섬세한 어쿠스틱 기타의 소리가 보컬의 빈 공간을 감싸며 곡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

 

[박병운] 포키(Folkie)로서의 김일두의 이름을 씬에서 알린 대표작 「문제없어요」(2011)는 순도 100을 향해 달려간 발라드였다. 이젠 신을 거론하고, 윗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자처하며 길 걷기로의 구도를 말하는 김일두는 보다 한국 포크 음악의 행로에서 명료한 점을 찍는다. 보도자료든 그의 입이든 이 곡을 발라드를 칭하는 것에 대해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이 곡 하나만 보자면 적어도 그의 보폭과 곡이 품을 수 있는 크기는 더욱 넓어진 셈이 됐다. ★★★

 

[열심히] 시적으로 난해하게 뒤틀린 가사, 기타 두 대로 단촐하게 꾸린 사운드, 엉성한 듯 묵직하게 읊는 보컬의 조합에서 Leonard Cohen과 한대수를 종종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밋밋하거나 까끌거리는 순간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친절한 포크 발라드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런 낯선 순간들이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잔잔하고 느긋한 멜로디와 보컬, 맥락은 난해하나 예리한 단어로 강한 정서를 전달하는 가사는 잔잔함 속에 뜻모를, 그러나 진한 먹먹함을 남깁니다. 지금의 낯설음에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음악. ★★★

 

[조일동]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펑크의 시선으로 노래하는 Johnny Cash 혹은 김민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덤덤한 듯 읊조리는 목소리로 세상에 대한 분노, 욕망, 좌절, 연민을 저며 낸다. 이러한 비범함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무게감의 선배 아티스트들을 김일두의 음악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게 해준다. 앨범 속에서 가장 밋밋한 편에 속하는 이 노래를 타이틀로 꼽은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 노래를 다리로 앨범을 듣는다면 「SBGR」, 「직격탄」, 「방랑자」와 「물보라」, 「하나 그리고 둘」(김오키 2집에 있던 바로 그 가사)의 스펙트럼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반/드/시 앨범으로 들을 것. ★★★★★

 

[차유정] 사랑 노래가 아닌 발라드는 일상의 아픔과 모호함을 끄적끄적 표현하는게 일반적이다, 「개미 모빌」은 평범한 한 때, 불쓱 스며드는 외로움을 넘치지 않는 애절함으로 승화시켰다. 데뷔작에서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끝모를 외로움에 대해 타협이 없는 거친 가시밭길을 묘사했다면, 「개미 모빌」은 그 곳에서 살아 남은 자신에 대한 증거품 중에 하나가 되었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개미 모빌
    김일두
    김일두
    김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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