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2-4] 여자친구 「유리구슬」

여자친구 『1st Mini Album : Season Of Glass』
3,09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1
Volume EP
레이블 쏘스뮤직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이제 새롭게 막 출사표를 던진 신인 아이돌 걸그룹의 음악 속에서 한국에서 대중(특히, 남성 수용자층)이 얻고자 하는 가장 기본적 욕구인 '순수하고 발랄했던 10대 소녀들의 우정 판타지'와 그것을 구현하는 가장 발랄하고 활기찬 댄스 팝 포맷의 텍스트를 발견하는 것. 게다가 그것이 2000년대 후반 가장 이상적인 구현된 것으로 평가 받았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2007)의 형식미와 여러모로 닮아 있다는 것.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분명히 '청순 걸그룹 트렌드의 귀환'은 작년부터 이어지는 아이돌 씬의 한 흐름이라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무의미하다. 게다가 이 곡은 기본적으로 아직 설익은 듯한 6명의 보컬들을 매끈한 순수함과 발랄함으로 잘 포장했고, 확실한 기승전결을 갖춘 멜로디라인은 친숙하게 대중을 파고들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구현의 방법이 이전의 다른 버전A에 대한 조건반사적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버전B라면, 아무리 그 결과물이 음악적으로 귀에 잘 들어오고 계속 듣게 되는 매력이 있다 해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까? 현재 음원 차트에서 한 달 가까이 Top 50 이내에 있다고 해서 이 '안일하고 의도적인 연상작용에 의한 승리'가 찬사로 용인된다면 여러 아이돌 기획사들은 계속 제2, 제3의 '유리구슬'을 찍어낼 것 같다. 난 그것이 우려된다. ★★☆

 

[박병운] 구설에 의하면, 이 곡을 듣고(+ 보고) 사람들이 가장 즉각적으로 연상하는 음악은 그 유명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라고 한다. 듣는 것에만 한정한다면 「유리구슬」이 기대고 있는 레퍼런스는 「다시 만난 세계」에 한정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에이핑크로부터 촉발된 레퍼런스 회전의 유행 일변도를 앞으로 대표할 본작은 뿌리 깊게는 H.O.T 넘버들의 도입부 연출에서부터 근간의 공식까지 두루두루 영향받은 듯하다. 「다시 만난 세계」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것치고는 또렷한 멤버별의 캐릭터성을 내세우기는커녕(「다시 만난 세계」에서 멤버별로 커피머신 만지고, 경비행기 매만지던 부산스러운 광경을 기억하시는가?) ‘머리 길고 예쁘장한 비슷비슷한 아이들’의 익명성이 도드라진 패착마저 보인다. 러블리즈의 경우는 윤상의 혈통임을 타이틀곡 한 곡에서만 표를 냈지만, 7명(또는 8명)의 강수지를 재현하지는 않았다. 이에 비한다면 여자친구의 데뷔 전략으로 덕을 본 것은 당사자들보다는 작곡팀 이기용배의 포트폴리오가 아닐는지. ★★

 

[열심히] 샤오미 전략을 닮은 곡입니다. 걸그룹 20년사의 잔 레퍼런스들을 얼기설기 엮었는데 그 결론이 「다시 만난 세계」로 달려가는 곡이죠. 편곡이나 가사나, 원체 그런 인상을 주는 부분들이 많은데, 하이킥 안무 같은 것들은 확신범 수준. 굳이 샤오미와 비교한 건, 결과물이 나름 투자 대비 효용을 이루어내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곡은 소녀시대 초기가 주었던 풋풋한 이미지를, SM의 매니악함을 걷어내고 범용성 있게 재현합니다. 다만, 첫 샤오미도 애플 워너비였듯, 아이돌 컨텐츠로서 ‘유리구슬’은 디테일한 설정이나 그룹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합니다. 곡에 대해 할 말이 많지 않은 것 또한 이 때문이고요. 다만, 이 곡에 대한 시장이나 매체의 유별난 관심과 반응은 흥미롭고도 애잔합니다. 과연, 한국 걸그룹 시장은 샤오미 전략을 받을 만큼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성장한 걸까요. 아니면 애당초 애플보다는 샤오미들이 어울리던 시장이었던 걸까요. ★★

 

[정병욱] ➀ 이 노래의 어디까지가 양심 없는 표절인지, 과연 오마쥬라고 할 수 있는지 혹은 단순한 레퍼런스 차용인지 등은 따지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노래를 감상 차원으로 환원해도 쉽게 외면되지 않는 문제가 남기에 별 한 개의 아쉬움과 그에 대한 변명은 필연적이다. ➁ 컨셉의 시의성이나 노래의 소비성은 기실 적절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부침을 반복하는 아이돌 대세 컨셉은 섹시에서 청순으로 회귀하던 참이었고, 노래는 노골적인 멜로디 중심 구조를 취하면서도 보다 반복적이고 호흡이 짧은, 과거 아이돌 전성기의 방향성을 한술 더 떠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➂ 문제는 특정한 노래에 대한 연상이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적절하게 고착화된 의식이 아닌, 온전한 자기 기억에 지배를 받는다면 이것은 단순한 편견 아닌 응당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음악에 대한 청각적 인상들은 과거 기억 속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항상 현재의 지각과 혼합되며 심지어 상호 대치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곧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어떤 노래에 대한 기억이 현재의 감상을 방해하고 그 자체로서의 청각 이미지를 변질시킨다면 이는 감상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➃ 연상 기억을 의도적으로 차용하는 경우는 주로 감각이나 정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예술 장르에 더 어울린다. 시나 회화가 대표적이다. 물론 음악이 배제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대중음악에서는 흔한 표현 방식이 아닐뿐더러 「유리구슬」이 기대하는 바는 더욱 아닐 것이다. 화제성만을 노린 양동 전략이라면 성공한 음악임에는 분명하다, ★★

 

[차유정] 원본 텍스트를 베껴쓰는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토씨하나 따옴표하나 거르지않고 그대로 옮겨쓰기 하는 방식, 두 번째는 텍스트를 종이에 옮기면서 문장 사이사이에 괄호열고 괄호닫고를 하면서 조금씩 자기주관을 드러내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 곡은 철저하게 첫 번째 방식을 구사한다. '소녀시대를 우리가 그대로 옮겨보자'는 그 취지는 별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베껴쓰더라도 팀의 숨결이나 주체성이 어느 정도는 발현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일부 부자연스러운 음색이 들린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자리한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유리구슬
    이기용배
    이기용배
    이기용배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44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