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 Out #16-1] CR태규 「외로움」

CR태규 『상실』
2,24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10
Volume EP
레이블 미러볼뮤직

[고종석] 블루스 뮤지션 CR태규의 음악에서 질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외려 그가 구사하는 음의 색채는 매우 탁한 편이다. 공존하지 않는 블루스의 질감과 CR태규만의 탁한 음의 감각은 정통 블루스와 한국적 블루스의 새로운 교집합을 이룬 것으로 해석된다. 「외로움」에서 전달되듯이 전체적인 가사의 톤은 매우 우울하게 흐른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이전 작품보다 호흡이 짧은 편이다. 그리고 음의 내성을 깊이있게 이끌어 내기 위해 이전보다 더 힘을 뺀 상태에서 연주와 노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유월 삼십일」을 지나서 마지막곡 「Goodbye To Myself」의 반복되는 엔딩 가사 "어제의 나야 안녕"처럼 CR태규의 음악은 다음 단계에서 분명히 새로운 변화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

 

[김성대] 블루스가 '부르쓰'로 통용되는 한국에서 이런 흙냄새 풀풀 나는 정통 델타 블루스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사실 작은 기적이다. 지금 이 기적 앞에 우리를 초대한 사람은 2년 전 발매되어 나름 반향을 일으킨 컴필레이션 『블루스 더, Blues』(2012)에서 씨없는수박김대중에 맞먹는 임팩트를 선보인 CR태규다. 외로움에 절어 사는 40대 노총각의 넋두리 같달까. 줄담배로 단련된 듯 탁한 호흡과 넉살 좋은 슬라이드 기타의 조화는 주인공의 그 축축한 마음을 아찔하리만치 정확히 표현해내고 있다. 가사에도 연주에도 가식이라곤 귀 씻고 들어봐도 없는 이 벌거벗은 장르의 대중화를 나는 새삼 기도해본다. 그것을 CR태규가 들려주고 있어 더 그렇다. ★★★★

 

[김성환] CR태규는 하헌진-김간지, 씨없는수박김대중에 이어 한국의 21세기 블루스에서 꼭 주목해 봐야 할 아티스트 중 하나다. 모두 60년대 블루스 록에서가 아니라 그보다 20세기 초반의 어쿠스틱 블루스에 기반하는 것이 공통점이지만, 세 팀의 라이브를 모두 본 경험으로는 서구 블루스의 정통성에 대한 충실한 음악적 반영은 CR태규의 음악 속에서 가장 확실히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 곡의 경우에도 심플한 코드 워크와 슬라이드 버틀넥 연주는 한국적이라기보다는 좀 더 서구적 질감으로 녹음되었다. 그 안에서 인간의 근본적 외로움을 넋두리처럼 담담하게 풀어놓는 그의 가사와 목소리는 푸근하게 청자의 마음에 사색을 던진다. ★★★☆

 

[박병운] 하헌진 또는 씨없는수박김대중이 등장할 때 그들의 가사에 담긴 곤궁함과 모텔과 침실 곳곳에 다닥다닥 붙은 남성성의 진실함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당연 컨셉은 아닐 테고 그들 개개인의 진심이겠지만, 답을 풀 수 없는 의심 정도는 들었다. CR태규의 이 곡을 들었을 때 들려준 외로움과 적적함에 대해선 비교적 의심이 들지 않았다. 21세기 한국에서 굳이 당대의 분위기로 고안된 눅눅한 사운드메이킹 덕일 수도 있고, 단출함에 스며든 그의 목소리와 당장에라도 떠오르는 그의 외형 때문일 수도 있겠다. 가능하다면 싱글이 아닌 음반 전체가 여러 사람에게 들려졌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좀 씨알(CR)이 먹히길 기원하며! ★★★☆

 

[박상준] 블루스에 머니코드란 게 있다면 CR태규는 그걸 가장 잘 차용하는 뮤지션이다. 머니코드란 게 그렇다. 아무렴 기시감이 치솟아도 마음이 뒤숭숭하니 돈이 되는 거겠지. 그럼 블루스는? 단순해도 박력이 있고, 마구 휘둘러 겨드랑이가 아려도 끝끝내 버티는 근력의 음악. 나의 블루스란 그런 것이다. 아침의 햇살에 기운을 차리지만, 금세 들이닥치는 노곤함이 그의 기타에 인으로 박여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런 삶의 근육통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게 참 터프하다. 안타깝게도 동시대성까지 얻었다. 때문에 부질없게도 안심한다. 위안이 된다. 벌써 밤인데, 날이 새도록 이 노래만 들을 것 같다.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 ★★★★☆

 

[조일동] 한국의 블루스는 미국의 블루스와 다르다. 음계나 연주 주법, 가사의 내용, 어디를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다르다. 선 하우스(Son House), 라이트닝 홉킨스(Lightnin' Hopkins) 같은 미국 남부 블루스 연주자를 좋아하는 연주자가 만들고 부른다는 게 흠씬 느껴짐에도 노래의 뉘앙스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핑거 피킹과 슬라이드 연주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가운데 모노톤의 읊조리는 보컬의 만남은 담백하면서도 우직하게 청자를 끌고 간다. ★★★★

 

[차유정] '외로움은 스며든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 남자의 경우에는 등에 짊어지고 있는 외로움 혹은 웅크린 채 꽁꽁 숨겨놓은 외로움을 힘들게 꺼내듯이 노래한다. 김대중이 해학이 넘치는 캐릭터요 슬픈 은유의 달인이라면, 하헌진은 현실에 대한 지겨운 성찰을 '아 내가 이렇게 노래해도 될까'라고 쭈뼛거리며 들려준다. 그리고 CR태규는 곰삭아버린 쌓인 감정을 하나둘씩 꺼내는 스타일이다. 외로움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은 절망감이 그대로 살아나기 때문에 그냥 듣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를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며 슬며시 다가와 말하는 듯 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외로움
    CR태규
    CR태규
    CR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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