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블랙-스크리모-앰비언트 메탈

Deafheaven 『Sunbather』
1,31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3.06
Volume 2
레이블 Deathwish Inc.
공식사이트 [Click]
* 이 글은 잡지 파라노이드에 실렸던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스크리모 계열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블랙메탈이었다. 블랙메탈의 고전들에 담긴 단순한 코드 진행(9분도 코드 세 개면 끝이다), 지독하게 스트로크로 일관하는 기타, 극으로 가 버린 날카롭게 찢어진 악기 소리, 성대를 갈아버릴 듯한 보컬, 단순한 패턴의 드러밍과 크래쉬 심벌의 남발.... 기본적으로 비슷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디 얘기할 데가 없었다. 솔직히 하드코어 펑크의 진화니, 포스트 록의 새 장이니 하는 빤짝빤짝한 수사의 성찬들 속에서 스크리모를 감히 북유럽의 음습한 음악과 닮았다고 들이밀 자신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요런 얘기 정도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할 수 있었다. “블랙메탈이란 게 결국 북유럽의 상황이 만든 일종의 펑크 아니겠어. 하드코어 펑크에서 시작한 아크 엔젤(Ark Angel)이나 헤븐 쉘 번(Heaven Shall Burn)이 사운드라는 측면에서 멜로딕 데스 메탈 영향을 받는 것처럼. 그 동네 사운드가 그런 거지, ~”(캬아~).


그냥 혼자의 생각으로 끝났을 얘기였다. 이 앨범을 만나기 전까진. 사실 나는 데프헤븐(Deafheaven)이라는 밴드의 존재조차 몰랐다. 동료 평론가 이태훈 씨(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반드시 들어봐야 한다는 강력 추천 덕분에 본 앨범 Sunbather를 찾았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순간,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스크리모와 블랙메탈의 관계에 대한 나의 주장이 나만의 헛소리가 아니었음을 확인했다고나 할까? 단지 그 이유로 이 앨범이 맘에 든 것만은 아니다. 이 요상한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블랙메탈 밴드는 블랙메탈의 전매특허인 극단으로 몰아붙인 찌그러진 톤으로 연주되는 기타 리프와 블래스트 비트(를 가장한 난타)를 적절히 사용한다. 곡의 모양새는 앰비언트 뮤직이 연상될 정도로 긴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크리모라고 털썩 불러버리기엔 예각의 리프와 보컬이 스파이크처럼 너무 날카롭고, 기존의 블랙메탈로 치부하기엔 말랑하고 드라마틱한 곡 구조에서 독창적인 매력이 샘솟는다.


밴드의 핵심 멤버인 보컬리스트 조지 클라크(George Clark)와 기타리스트 케리 맥코이(Kerry McCoy)가 데프헤븐의 이름으로 2010년 처음 제작한 데모는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한 블랙메탈이었다고 한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블랙메탈 밴드인 셈이다. 온화한 샌 프란시스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잿빛 코트를 입은 프로모션 사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밴드는 현재 데스위시 인코퍼레이트(Deathwish Inc.) 소속이다. 컨버지(Converge)의 브레인인 제이콥 배넌(Jacob Bannon)이 세운 바로 그 레이블이다. 펑크로부터 뻗어 나온 진취성과 실험성을 음악적 자양분으로 한다는 면에선 컨버지와 다르지 않지만 두 밴드가 내놓은 소리의 짜임새는 꽤나 다르다. 지난 해 데프헤븐은 포스트 록 밴드 모과이(Mogwai)의 노래를 커버한 스플릿 EP를 발매한 바 있는데, 이 앨범에 담긴 커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데스위시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은 분명 이 EP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10분이 넘는 긴 호흡의 곡과 다소 짧은 곡이 반복되는 앨범은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 각종 사운드 샘플링 등을 통해 무채색의 사운드에 다양한 명도를 심어준다. 흑백사진이 주는 강렬함과 섬세함의 매력에 닮아있다고나 할까? Please Remember에서 Vertigo로 이어지는 20분은 그 중에서도 백미다. 독백을 포함한 모든 잡음은 규칙적인 소리가 되고, 규칙적인 기계음은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로, 다시 일렉트릭 기타 아르페지오로, 마침내 아밍으로 만드는 왜곡된 소리를 거쳐, 블래스트 비트의 혼돈 속에 빠진다. 결국 이 노래는 처절하게 늘어지며 파국을 맞이한다. 모과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엔비(Envy), 알씨스트(Alcest, 알씨스트의 보컬리스트 네이지(Neige)는 본 앨범의 Please Remember에도 참여했다)에서 이모탈(Immortal)까지의 영향력이 창조적으로 해체되고, 재해석되어 배치되는 작품이다. 흥미롭다. 그리고 충분히 감탄할만하다

Credit

Deafheaven are
George Clarke – vocals, piano
Kerry McCoy – guitars, bass guitar


Additional musicians are
Daniel Tracy – drums
Stéphane "Neige" Paut (Alcest) – spoken word on "Please Remember"


Produced by Deafheaven & Jack Shirley
Recorded, Mixed & Mastered by Jack Shirley
Recorded in January, 2013 at Atomic Garden Studios, East Palo Alto, California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Dream House
    -
    -
    -
  • 2
    Irresistible
    -
    -
    -
  • 3
    Sunbather
    -
    -
    -
  • 4
    Please Remember
    -
    -
    -
  • 5
    Vertigo
    -
    -
    -
  • 6
    Wind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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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7
    The Pecan Tree
    -
    -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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